창세기에 나오는 뱀에 대해서.
[질문]
“여호와 하나님의 지으신 들짐승 중에 뱀이 가장 간교하더라”(창세기 3:1) “여호와 하나님이 뱀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육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종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창세기 3:14)
창 3장 1절의 뱀과 3장 14절의 뱀이 동일한지요. 1절의 뱀은 파충류인 뱀이 아닌 사탄을 상징하는 의미로 알고 있고 14절의 뱀은 배로 다닌다고 하니 파충류의 뱀인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런 이유로 특히 기독교인들은 파충류의 뱀(사탄?)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파충류인 뱀은 아무 잘못도 없이 그냥 저주를 받은 것 같습니다. 다소 애매한 구절이라 생각되어 질문 드립니다.
[답변]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서 가장 첫째가는 원칙이 있습니다. 본문이 말하고 있는 바를 그 기록된 범위 내에서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창세기 3장의 뱀에 연관된 구절들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먼저 3:1은 “지으신 들짐승 중에 뱀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충류 뱀이 분명합니다. 하나님도 그렇지만 사탄도 영적존재라 그 실체를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천사, 사람의 모습을 한 당신의 사자, 구름, 연기, 빛 같은 매개체를 통해서 인간 앞에 임재하거나 인간과 교통했습니다.
사탄도 마찬가지로 뱀의 입을 빌려서 혹은 사주해 최초 인간 아담과 이브에게 거짓말로 유혹한 것입니다. 만약 사탄이 자기 본체를 드러내며 그들을 유혹했다면 그 실체가 너무 흉악하고 더러워서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전에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담이 각 생물을 일컫는 바가 곧 그 이름이라 아담이 모든 육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니라.”(창2:19b-20a) 아담은 에덴동산의 모든 동식물을 하나님 대신에 관리하는 책임을 맡으면서 각 생물의 특성을 파악했습니다. 그 때 이미 뱀이 가장 영악하면서도 재치 있는 동물임을 아담은 인정했을 것입니다. 이런 전후사정을 보아 사탄은 그 점을 알고서 아담이 속아 넘어갈 만한 뱀을 이용한 것입니다.
하나님이 거짓 선지자 발람의 사건에서 당나귀의 입을 빌어 말씀하셨듯이(민22:28-30) 사탄도 그럴만한 능력은 있습니다. 질문자님이 의아해 하신대로 뱀은 엄밀히 따지자면 아무 잘못은 없습니다. 여기까진 분명히 사실을 기록했고 또 본문에 기록된 그대로의 사실로 해석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 일어난 배교와 타락에 대해 각 당사자에게 합당한 형벌을 내리십니다. 뱀에게 내린 형벌은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육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종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3:14)였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경우와는 달리 그 잘못의 이유나 경위를 전혀 묻지 않습니다. 곧바로 저주를 선포했습니다. 하나님이 악의 세력과 타협 조정 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든 육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까지는 파충류 뱀에 해당됩니다. 뱀이 순전히 자기도 모르게 사탄에 악용 당했지만 사탄의 종이 되어서 인류를 원죄의 멍에 아래 놓이게 한 잘못은 그냥 묵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종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고 한 형벌은 뱀에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뱀은 육식 동물이지 흙을 먹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넓게 봐선 이 구절 전체를 영적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창3:15) 하나님의 뱀에 대한 저주가 이어집니다. ‘너로’, ‘너의’, ‘네’ 등의 인칭대명사는 분명히 앞에서 말한 뱀을 받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후손인 예수님이 오셔서 머리를 상하게 한 것은 파충류 뱀이 아니라 사탄과 그 졸개들인 귀신들입니다. 뱀은 여전히 창조 때의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 구절들로 인해서 하나님의 형벌을 받기 전에는 뱀이 땅에 기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살았다고까지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그 전에는 흙을 먹지 않다가 벌을 받고나서 흙을 먹었다고 해석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에 보듯이 구약성경을 해석하는 한 가지 원리가 있습니다. 구약성경의 계시는, 특별히 예언의 경우는 더더욱, 이중적 혹은 삼중적 의미를 지녔고 또 그 예언이 점점 구체화되어 가는 방식을 띄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살펴본 말씀들이 실제 뱀을 말하기도 하고, 뱀과 사탄을 함께, 나아가 사탄만 말하는 구절들로 나눠지듯이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특별히 어려운 교리나 해석방법을 동원한 것이 아님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단순히 앞뒤 구절과 본문의 표현들을 정확히 분석한 것뿐입니다. 그래서 서두에 성경을 해석할 때에 본문이 기록된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간단히 다시 정리하자면 3:1은 파충류 뱀을, 3:14는 뱀과 사탄을 동시에, 3:15는 사탄과 귀신들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입니다.
뱀에 대한 하나님의 저주에서 기억할 것은 다시 강조하지만 하나님은 사탄과 그 하수인들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으며 그들에겐 하나님의 영원한 형벌만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사람을 제외한 동물들은 영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유익을 위해서 창조되었을 뿐이므로 그분의 영원한 심판과 구원에서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인간의 경우는 아무리 미혹되어 사탄의 종이 되었다고 해서 당신의 자비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가룟 유다의 경우에서 보듯이 죄로 타락하고 사탄의 종까지 된 것은 인간이 고의적 능동적으로 배교했기 때문이므로 인간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 전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당신의 신성과 권능을 알만한 모든 것을 이미 넘치도록 계시해주었습니다.(롬1:18-32) 가룟 유다에게도 예수님은 회개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주셨듯이 말입니다.(요한복음 13장)
2/22/2017
기독교인들이 창세기 사건 때문에 파충류(뱀)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 것 같다는 지적은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창세기 3장의 내용을 모르는 비기독교인들도 대체로 파충류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는데
단지 그 생긴 외형, 피부색깔, 살아가는 생태 등 때문일 것입니다.
신자들도 뱀은 하나님의 선한 목적에 따라 창조된 피조물이기에 다른 동물과 동일하게 여기고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한 맥락에서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대해선 안 될 것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