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와 귀신에 대한 질문입니다
[질문]
마귀는 단수고 귀신은 복수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게 옳다는 가정 하에 이 지구상에 수많은 사역(설교, 집회, 기타 기독교적 모임)에서 “마귀가 역사하고 마귀를 쫓아내야 한다.”라고 한다면 이는 마치 마귀가 무소부재(無所不在) 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귀와 귀신의 용어 사용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답변]
우리 말 표현이 두리뭉실한 탓에 다양한 측면에서, 특별히 신학적 용어에선 더더욱 의미의 혼선이 많습니다. 질문자님은 예민하고 정확하신 성품 탓인지 매번 그런 오류를 잘 지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언어란 대체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례대로 그 의미가 정해지는 법입니다. 지금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신규기술이나 개념이라면 몰라도 특정 기관이나 개인이 기존 단어에 새 의미를 부가하고 홍보하여 사람들로 그대로 따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실제로 새 의미가 정착되지도 않습니다. ‘역전(驛前)앞’처럼 일부 표현이 잘못되었어도 이미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의미는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 오히려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으로 ‘마귀’는 하나님을 대적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했던 ‘사탄’을 의미하고, ‘귀신’은 사탄과 함께 지상으로 쫓겨 온 사탄의 부하인 ‘악한 천사들’을 의미합니다.(사14:12-15) 그래서 마귀는 항상 단수로 표현해야 하고 귀신은 경우에 따라 단수 혹은 복수로 표현합니다. 실은 이런 구분을 못하고 둘 다 악한 영적 세력으로만 이해하여 혼용하는 신자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무조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 기독교집회에서 마귀가 역사하니 쫓아내야 한다는 말이 잘못이라는 지적이 성립되려면 마귀가 그 모든 집회에 실제로 그 자리에 와있는 것이 사실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신자들이 문자적으로 그렇게 믿고 혹은 알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공중권세 잡은 마귀가 인간사회, 특별히 신자들의 활동과 모임에 끈질기고도 음흉하고 간교하며 사악한 방해를 하고 있기에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이 또한 실제 적용하는 용례대로 그 의미를 일단 인정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엡5:11,12) 이 말씀에 근거하여 언제 어디서나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겠다는 순수한 의도일 것입니다. (‘정사’와 ‘권세’는 악한 천사들을 뜻합니다.)
마귀와 귀신 중에 어느 용어를 사용해야 할지 또 단수와 복수를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문제보다 더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용어는 “쫓아내야 한다.”는 표현입니다. 이 또한 앞에서 설명한 대로 부분적으로는 “대적하여 물리친다.”는 의미로도 통용되기에 그런 의미는 그대로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는 그 자리에 와있기에 실제로 쫓아내자는 뜻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럼 마귀가 여러 곳에 동시에 출몰할(?) 수 있느냐는, 질문 의도대로 무소부재 할 수 있느냐는 의문부터 생깁니다.
사탄이 하나님과 필적할만한 영이라고 해서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면 안 됩니다. 사탄도 분명히 하나님의 피조물이었고 악한 천사였기에 무소부재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여러 곳에 출몰하는 자기 졸개인 귀신들을 조종할 수는 있어도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집회에서 비록 마귀가 그곳에 실체로 와있지 않더라도 마귀를 대적하자는 말은 할 수 있다고 설명드린 것입니다.
그럼 실제로 쫓아낼 대상은, 사탄이 직접 나타난 경우가 없다고는 어느 누구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귀신 혹은 귀신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신자가 쫓아낸다고 해서 쫓겨나갈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은 신자라도 축사의 은사를 받은 사역자가 아닌 다음에는 쉽게 쫓아낼 수 없습니다. 사도행전 19:13-16에 실례(實例)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본체시기에 말씀 한마디로 명하여 쫓아내셨습니다. 초대 교회 사도들도 당시는 성령이 충만하고 예수님의 메시아 되심을 분명하게 증명해야 하므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쉽게 쫓아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신자들이 그렇게 대적하기에는 귀신들과 그 배후의 마귀의 능력은 중과부적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느니라.”(막9:29)고 당부하신 것입니다. 귀신을 쫓을 때는 당신의 이름으로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나가라”고 명령한다고 귀신들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귀신은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마귀에게 완전한 승리를 이루신 그 고귀한 이름 앞에 벌벌 떨고 쫓겨나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흔히들 신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마귀야 물러가라”고 말할 때에 예수 믿는 자에겐 누구나 그런 능력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지금 의논하고 있는 관점에선 ‘마귀야!’보다 ‘귀신(들)아!’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럼에도 한국말 특성상 또 한국인의 언어사용 관례상 굳이 구분하지 않고 같은 의미로 통용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쫓아내어 주기를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반면에 신자가 마귀와 그 졸개 귀신들을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성경말씀에 계시된 하나님의 절대 진리입니다. 마귀는 원래 거짓의 아비였기에 진리로 거짓을 이겨야 합니다. 바울도 신자가 성령의 전신갑주를 입고 공중권세 잡은 자와 싸울 때에 ‘진리’로 허리띠를 띠되 유일한 공격용 무기인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갖추라고 했습니다.(엡6:17)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많은 신자들이 언어 표현은 물러가라 혹은 쫓겨나가라고 명령해도 속으로는 혹은 그와 동시에 말로도 기도할 것입니다. 이래저래 한국어 표현이 덜 과학적 덜 논리적인 탓인데 그것은 한국어가 처음부터 그랬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그러니까 즉,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용어도 다중의 의미로 혼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신학적 용어는 특정기관이 정리공표는 못해도 교회에선 정확하게 가르쳐져야 할 것입니다.
6/2/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