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보내매 그들이 복병할 곳으로 가서 아이 서편 벧엘과 아이 사이에 매복하였고 여호수아는 그 밤에 백성 가운데서 잤더라 여호수아가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서 백성을 점고하고 이스라엘 장로들로 더불어 백성 앞서 아이로 올라가매 그를 좇은 군사가 다 올라가서 성읍 앞에 가까이 이르러 아이 북편에 진치니 그와 아이 사이에는 한 골짜기가 있었더라.”(수8:9-11)
모세의 후계자인 여호수아가 지휘자로서의 얼마나 성실했는지 본문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매복하는 백성 가운데서 함께 잤습니다. 부하를 전쟁으로 보내놓고 한가하게 지내다 간음의 죄에 빠졌던 다윗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가장 위험하고도 중요한 임무를 부하들에게만 맡겨 놓지 않고 직접 진두 지휘했습니다.
또 아침에 가장 먼저 일어나서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부하들을 독려했고, 백성에 가장 앞서서 진군했으며, 그래서 자기와 대적 사이에는 아무도 없이 골짜기만 있을 정도로 최전방에 총사령관이 위치했습니다. 앞서 행할 때에 장로들과 함께 나갔습니다. 중간 지휘자도 잘 가르쳐서 자신의 본을 따르게 했습니다.
이처럼 지도자란 희생과 수고를 가장 많이 감당해야 할 뿐 아니라 솔선수범의 본을 보여야 합니다. 또 자기를 따르는 자와 항상 동고동락하여 그들의 사정에 능통하고 그래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여호수아는 지휘자가 갖추고 실행해야 할 덕목과 자질을 다 갖추고 또 실천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를 잘 살펴 보면 자기의 스승이자 전임자인 모세의 경우와 대비되는 점들이 몇 있습니다. 아간의 범죄로 인한 아이성에서 단 한번의 패배를 제외하고는 연전연승했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아브라함 때부터 600년 가량 대망해온 가나안 정복의 대업을 완수했고 그 약속의 땅을 성공적으로 12지파에게 분배했습니다.
그리고 백성들도 한 마디 불평 없이 그의 지도에 잘 따랐습니다. 온갖 실패와 불평이 연속 되었던 모세의 경우와는 대비되지 않습니까? 모세는 심지어 아말렉과의 전투에선 산 위에 있었고 실제 전투는 여호수아가 담당해 승리했습니다. 그럼 여호수아가 모세보다 더 위대한 지도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도력의 모습이 다를 뿐입니다.
가나안 정복은 초기의 몇 가지 이적을 빼고는 백성들이 직접 전투에 의해 이루어진 반면 출애굽과 광야 시절은 하나님이 베푸신 엄청난 이적들이 많았습니다. 가히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그 많은 이적을 보고도 모세에게 불평했습니다. 모세가 솔선수범을 보이지 않고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서 불평했을까요? 아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가 지팡이만 들면 무슨 일이든 해결되는 것을 목격했으므로 지팡이로 “뚝딱!” 하고 기적을 더 자주 이끌어내어 주지 않는다고 불평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출애굽기와 민수기를 보면 모세는 그야말로 기도하는 지도자였습니다. 눈 앞에 닥치는 상황은 항상 급박했고, 백성들은 끊임 없이 불평하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로선 기도하는 일 말고는 우상 숭배에서 갓 벗어난 그 완악한 백성들을 끌고 갈 힘이 없었습니다. 언변이 약하며 변절자, 살인자, 도망자, 양치기라는 부끄러운 전력이 있는 늙은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엇이 있었겠습니까? 급기야 너무 긴박한 순간에는 하나님이 차라리 자기를 저주하더라도 그 백성은 살려달라고 눈물을 뿌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세를 생각하면 위대하고 거창한 일을 많이 이룬 것만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은 그가 너무 약했기에 항상 무릎 꿇었고 그래서 하나님이 직접 나서서 일을 했기에 크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성들이 너무 완악하여 배교를 많이 하니까 당신의 백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으로선 비상수단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세는 기도하는 지도자이며 여호수아는 행동하는 지도자로서 그 리더십의 유형만 다른 것일까요? 그래서 지도자는 각자 자기의 자질과 은사에 맞는 리더십을 배우고 실행해야 할까요? 모세와 여호수아를 대비해 볼 때에 겉으로는 그런 분석이 가능하며 또 오늘날의 지도자도 자기의 은사와 자질에 맞는 리더십 유형을 배우고 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세와 여호수아가 처한 상황이 달랐기에 다른 지도력이 요구 되었고 그래서 하나님이 각 상황에 맞는 올바른 지도자를 준비시키고 택하셔서 세웠습니다. 또 모든 상황에서 인간 지도자가 아닌 그 분께서 다 이끌어 가셨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광야에서 많은 시련과 연단을 겪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믿음이 조금 나아진 것입니다. 이것도 당연히 하나님이 다 하신 일입니다.
모세의 경우는 전부 이스라엘로선 처음 당하는 긴급한 상황이며 또 지도체계와 율법을 수여 받기 전이었습니다. 백성들이나 지도자나 중구난방으로 시행 착오를 겪게 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으로선 모세를 직접 대면하여 말씀을 주시고 또 수많은 이적으로 인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호수아의 경우는 모세의 경험을 옆에서 보면서 지도자로서의 훈련을 받았고 또 이스라엘이란 공동체의 기초가 확고하게 서있었기 때문에 그 율법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교회로 따지면 개척하는 목사는 눈물로 기도하여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희생해야 하지만 이미 설립된 교회를 물려 받는 후임은 그 체계 안에서 솔선수범만 하면 되는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든 공동체에 지도자는 오직 한분 뿐입니다. 예수님만이 머리가 되십니다. 인간 지도자들 사이에 우월이 있을 수 없으며 맡은 역할과 상황만 다를 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은 자기에 적합한 리더십 유형이 아니라 지도자로서 근본 마음의 자세입니다. 자기는 참 지도자가 아니라 진짜 지도자는 따로 있으며 오직 심부름꾼이자 종에 불과하다는 인식입니다. 평생을 두고 이 인식에서 벗어나면 절대 안 됩니다.
종과 심부름꾼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입니까? 오직 충성입니다. 자기는 죽이고 주인의 일만 하는 것입니다. 주의 일을 하는 자는 항상 무릎을 꿇어 참 지도자이신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 뜻대로 가장 먼저 모든 희생과 전적 책임을 감당하며 솔선수범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적성, 자질, 은사, 리더십 유형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아니 어쩌면 구태여 알아보거나 배워서 훈련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도하고 먼저 본을 보이는 지도자에게는 하나님이 이미 그 사람에게 가장 맞는 리더십 유형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이며 또 따르는 자들도 아무 불평 없이 순종해주어 하는 일마다 연전 연승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3/11/2006
근데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성경인물 중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갈렙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설교 좀 해 주실 수 없으실까요?
보기에 따라 여호수아보다 더 위대한 신앙심을 가졌으면서도 이에 걸맞는 인정을 받지 못했던 갈렙!
비슷한 수준의 여호수아의 엄청난 성공(?)에도 아무런 질투를 느끼지 않았던 갈렙!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연하겠지만 갈렙의 믿음이 어찌 보통 믿음이겠습니까?
언제나 앞선 자를 동경하는 현대 성도들의 관점에서는 잘 눈에 들지 않는 모습입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갈렙의 믿음과 삶의 자세야말로 현대 성도들이 가장 본받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등(아니 꼴찌)에 만족할 줄 아는 성도 - 아마도 일등보다 더 위대한 성도일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참 신앙인의 참 모습의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갈렙에 대하여
목사님께서 깊이 있게 조명해 주시는 것도 아주 뜻 깊은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질문 드리고 설교 부탁 드리고
목사님께는 영 귀찮키만 한 지체가 되고 말았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 드리며,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