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2:1~5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목사님 여전히 안녕하시죠?

요한복음을 읽던 중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문의좀 드립니다.

간략하게라도 좋으니 답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위 본문에서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에게 잔치에 쓰일 포도주가 다 떨어졌다고 하니

예수님은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반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어머니는 예수님께서 반드시 그 기적을 이뤄주실거다 생각하며 하인들에게

얘기하는 장면인 것 같은데요,

 

궁금한 것은 분명 예수님은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며 아직 당신의 때가 이르지 않았다고 했는데

'내 때'란 어떤 때를 얘기하는 것인가요? 예수님의 본격적인 사역(이적)의 때인지요?

그렇다면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내 곧 내 때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내 때가 이르지 않았음에도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준 상황인가요?

 

두 번째는 그렇게 확실하게 예수님께서 거절을 뜻하는 말씀을 하셨음에도

어머니는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기적을 이뤄주실 거라는 확신을 갖게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머니는 예수님의 때가 이르지는 않았지만, 잔치를 위하여 '그 때;를 앞당기실거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일까요?

 

평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며 읽고 넘어가던 본문이 조금 생각하면서 읽으려하니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상황(?) 같아서 질문을 좀 드려 봅니다~^^;;

 


master

2020.09.01 05:31:29
*.115.239.75

알료사님 오랜만입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주님 은혜로 건강히 잘 계시리라 믿습니다. 최근에는 홈피와 개인적으로 질문들이 많이 밀려서 말씀하신 대로 댓글로 간단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우선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베풀었으니 공사역(이적)은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것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 승천하심으로 죄에 찌든 인간에 대한 대속구원을 완성할 때를 뜻합니다.  

 

어머니의 요청을 거절할 때에 마리아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고 "여자여!'라고 호칭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마리아의 아들이 아닌 모든 인간을 구원할, 그 구원받을 대상에는 엄마인 마리아도 당연히 포함됨(이 구절에서도 천주교의 가르침은 성경과 다름), 메시아의 신분과 자격으로 선포한 것입니다. 비록 어머니라도 죄에 찌든 인간의 말을 듣고 당신의 사역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마리아로선 당장 기분이 나빠야 할 텐데도 하인들에게 주님이 시키는 대로 행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자기 아들이지만 예수님이 어떤 신분으로 어떤 일을 행하리라는 것을 마리아만큼 잘 아는 자는 없습니다. 천사로 수태고지를 받을 때부터, 동정녀로 임신한 이적을 체험했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에게 결례를 행할 때의 선지자들의 예언을 들었고, 예수님이 점점 자라며 사람과 하나님 앞에 기쁨이 되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때가 이르면 메시아로서 사역을 행할 것이라고 확신 예상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가나의 혼인 잔치 때에 성령의 감화가 강력히 임하여서 자기 아들이 사역을 시작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거기다 자신을 어머니 대신에 여자라고 부를 때에 그 믿음은 더 강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무슨 말을 하던지 그대로 따르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물은 잔치에 초대 받은 손님들이 오면 그 발과 손을 씻어주는(율법에 따른 결례) 용도였습니다. 그런 물을 포도주(성령을 상징)로 바꾼 것은 율법의 시대가 끝나고 성령의 은혜 시대로 바뀌는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죄로 타락해 절망 중에 있는 인간들을 이제 예수님의 공사역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하고 무엇보다 십자가 대속 죽음으로 구원의 길을 활짝 열 것입니다. 구약과 전혀 다른 새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천국이 가깝게 온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새 포도주는 새 가죽주머니에 담아야 한다는 비유도 말씀해주신 것입니다.  

알료샤

2020.09.01 22:41:00
*.150.230.49

감사합니다!^^

기호

2020.09.03 03:40:11
*.193.197.200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이 행하신 이적은 메시아로서의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하신 이적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전개가 매끄럽질 않습니다. 마리아의 느닷없는 부탁도 그렇고,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예수님의 대답, 또 그런 대답에도 불구하고 하인들에게 예수가 시키는 대로 할 것을 당부하는 마리아의 말까지 도무지 앞뒤가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할수록 수수께끼 같습니다.
마리아는 예수께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먼저 인간적인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은 곧 이어 하인들에게 한 말로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즉, 예수께 기적을 일으켜보라고 인간적으로 청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리아의 말은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마찬가지로 성령께서 하게 하신 것입니다.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일을 통해 인간의 몸으로 오신 창조주이며 구원자이신 당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왜 예수님께서는 그것이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며 당신의 때가 아직 아니라고 답하신 걸까요? 
마리아 역시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던 유대인이었습니다. 더구나 천사 가브리엘의 예언대로 성령으로 잉태하고, 목자들과 동방박사들의 경배, 안나와 시므온 같은 선지자들의 찬양과 증거를 실제로 보고 듣고 겪은 마리아는 당신의 아들인 예수가 메시아로서의 사역을 시작하기만을 기다려 왔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성령께서 하게 하신 말이지만 마리아는 그 말을 하는 순간 이제 비로소 예수가 구원자로 세상에 등장하는구나 하는 인간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즉, 그 말 자체는 마리아의 인간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하는 순간 그녀의 인간적인 기대 또한 생겨났던 것입니다. 
한 자리에서 연이어 칭찬과 질책을 번갈아 들은 베드로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좀처럼 성령께 주인의 자리를 내주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알게 하여주신 진리를 대답하여 칭찬받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자기의 인간적인 정의를 내세우지 않습니까? 예수님의 대답은 공적인 생애의 시작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의 그런 인간적인 기대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초막절에 성전에 올라가 사람들 앞에 나서라는 동생의 채근에 대한 답과 일맥상통하는 답입니다. 물론 예수님에 대한 마리아와 예수님 동생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메시아로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메시아에 대한 그들의 기대는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답에 마리아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됐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서운하거나 실망스러웠을 아들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예수의 명을 따를 것을 지시합니다. 마리아는 성령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하는,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잖습니까. 아들의 대답이 뜻하는 바를 지금 이 순간 전부 알 수는 없어도 성령께서 그를 통해 무언가를 하고자 하신다는 것을 마리아는 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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