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여럿인 목사

조회 수 1562 추천 수 150 2003.06.24 16:49:04
                                      

나이 40이 넘은 한국 사람들의 생일은 대개 음력으로 치른다. 그런데 저 같이 음력 윤달에 난 사람은 다시 같은 음력 윤달이 돌아오려면 언제가 될지 모른다. 흔히들 윤달에 난 사람에게 정확한 음력 생일은 평생 3번도 찾아오기 힘들다고 한다. 제 경우도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음력 윤달로 맞아떨어진 생일은 지금까지 한 번 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집사람이 단순하게 음력으로 챙겨주는 생일을 맞으면 항상 “내가 이 날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생일 잔치라니?”라는 의구심을 갖고 식사한다. 그렇다고 주민등록부상의 생일에 맞추자니 이전에는 어른들이 면사무소에 가서 신고한 날을 생일로 잡아버리기 때문에 정확한 생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래저래 저는 양력, 음력 둘 다 정확한 생일을 맞추기 힘들어 마치 생일이 실종된 느낌을 계속 갖고 지냈다.        

그런 저에게 또 하나의 생일이 생겼다. 그것도 하나님이 주신 생일이다. 3년 전 11월 9일 유타 주립 대학병원에서 12시간의 암 수술 끝에 하나님으로부터 육신의 생명을 기적적으로 다시 허락 받은 날이다. 양력, 음력, 윤달로 시비할 필요가 전혀 없이 분명히 새롭게 태어났음을 정확하게 인식했던 날이다. 그래서 저에게는 나이가 여럿 있다. 세상의 육신적 나이(50세), 예수 믿고 거듭난 성도로서 영적인 나이(17세), 주의 종으로 기름 부은 사역자로서 나이(6세), 하나님이 허락하신 새로운 육신의 나이(3세) 등이다.

그 중에서 마지막 나이를 가장 좋아한다. 죽을 목숨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만이 감사의 조건이 아니다. 지난 3년간은 거저 덤으로 사는 것이기에 그전에는 예사로 지냈던 하루하루가 그럴 수 없이 너무나 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세는 “우리의 년 수가 강건해야 팔십이라도 수고와 슬픔뿐이니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90:10,12)라고 고백했다. 우리 수명을 미리 예상하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O년 O월 O일의 그 어떤 하루라도 같은 날은 절대 없다는 뜻이다. 그 의미를 죽을 고비를 겪고서야 겨우 깨닫는 참으로 어리석은 저였다. 우리가 아침마다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할 때에 별다른 의미와 감사가 담기지 않은 채 너무 쉽게 건성으로 하지는 않는지? 하루하루를 정말 귀하고 감사하게 여기는 것만이 인생을 가장 지혜롭게 사는 길이다.  

“날마다 우리 짐을 지시는 주 곧 우리의 구원이신 하나님을 찬송할찌로다.”(시68:19)

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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