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와 성경의 본뜻과의 관계는?
[질문]
흔히 교리가 성경보다 앞서는 것을 경계하여라. 성경의 본래 뜻을 무리하게 교리에 맞춘다는 설교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물론 교리가 성경의 권위보다 위일 순 없지만 요즘은 소소요리문답 같은 교리를 공부하는 교회가 드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드는 질문이 교리 즉 조직신학적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성경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 그렇다면 성경해석에 어떤 기준이 있는지? 앞에서 이야기한 성경의 본래 뜻을 무리하게 교리에 맞춘다고 했는데 과연 그 본래 뜻은 원문 그 자체의 뜻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실제 성경의 본뜻이 교리에 맞추어져서 그 뜻이 왜곡된 본문이 있나요?
올바른 성경해석과 교리와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교리는 절대적이며 오류가 없다는 말에도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몇 백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을까요? 제가 신학생이 아니라서 드는 궁금한 것이 한국에 여러 교단의 신학대학교에서 배우는 조직신학과 성경신학과의 관계에서 성경신학은 각 교단의 조직신학의 틀 안에서 연구되어지는지 아니면 성경 그 자체를 연구 하는 것인지요?
[답변]
많은 신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문제입니다. 교리, 조직신학, 성경신학 등의 뜻도 정확히 잘 모르는데 교리를 성경보다 앞세우지 말라고 강조하니까 왜 그래야 하는지 선뜻 이해가 안 됩니다. 일부 교회에선 심지어 교리는 배울 필요가 없거나 배워선 안 되는 양 취급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 문제의 답을 얻으려면 성경신학, 조직신학, 교리 등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자세히 살피려면 끝이 없으니까 질문하신 내용에 맞추어 알기 쉽게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성경과 신학과 교리의 관계?
신학(Theology)은 그 단어가 뜻하는 대로, Theos(神) + ology(學問)의 합성어, 하나님에 대해 배우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그분은 스스로 자존하시는 유일한 존재로 당신에 대해선 당신께서만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그분의 실상 전부를 완벽하게 다 파악할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당신을 드러내어서 보여주는 만큼만 알 수 있는데 이를 계시(啓示, revelation)라고 말합니다.
그 계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님은 당신께서 창조한 자연과 인간의 내면은 물론 인생살이의 일반적 섭리와 인류역사에 개입한 흔적 등에 당신에 대한 힌트를 많이 숨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로는 그분이 실존하시고 이 땅을 창조하여서 통치하고 계신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만 아는 것으로 그칩니다. 이를 두고 일반계시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는 영적인 존재로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그분께로 선한 것을 공급받아야만 참 인간답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초 인간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모든 인간은 영적으로 죽은 상태로 태어나서 하나님을 스스로 찾지도 알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담에게 약속하신 대로 때가 차매 독생자 예수님을 보내어 십자가 대속죽음을 통해 구원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 십자가 은혜를 믿음으로 받아들인 자는 하나님과 개인적으로 영적인 교제가 가능해졌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님은 예수님과 그 십자가 사역을 통해서 당신께서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밝히 보였고 또 그 의미를 사도들에게 성령의 영감을 주어서 성경으로 기록케 했습니다. 예수님과 그 분에 대해서 설명해놓은 성경을 통해서 당신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주신 것입니다. 이를 일반계시와 대비해 특별계시라고 합니다.
신학은 하나님이 스스로를 드러내신 이 두 가지 계시가 그 연구대상이 됩니다. 특별히 예수님의 사역은 이천년 전에 완료되었기에 성경이 아니고는 하나님을 절대로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신학과 교리는 성경에서 출발합니다.
성경 신학(Biblical Theology)은 성경의 본문을 통해서 하나님의 성품과 속성은 물론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과 창조 후에 어떻게 다스리며 언제 어떻게 그 역사를 마감하시는지 등에 관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신구약 성경의 내용은 한마디로 삼위일체 하나님이 합동으로 창조하신 뜻이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을 지향했다는 것인데 성경 신학의 주제도 그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성경이 서로 다른 내용과 주제를 가진 책 66권을 모아놓았다는 것입니다. 일반학문처럼 주제별로 체계화된 교과서 형태가 아닙니다. 그래서 정경이 확정된 이후에 수많은 신학자들이 성경을 주석함으로써 사실상 성경 신학은 발전되어 왔습니다. 또 초대교회부터 여러 모습의 이단들이 출현했기에 신자들의 신앙을 올바르게 지도하여 지켜나가도록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신자들이 쉽게 배워서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진리들을 주제별로 간략하게 정리하여 교리(Doctrines)를 - 교의(Dogma)라고도 함 – 제정했습니다.
기독교가 많은 지역에 활발히 전파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교회 내부적으로도 성경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틀리게 해석하는 분파들이 나타났습니다. 오랜 기간 동한 여러 번의 공회를 소집해서 문제가 되는 교의들에 대해 토론 논쟁하여 진리와 비진리에 대한 유권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나아가 종교개혁으로 율법적 종교적 행위가 아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은혜를 믿어야만 구원 얻는다는 진리도 확정 지었습니다. 이런 교의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검증 논의되어지고 진리로 판단되었는지 연구하는 역사신학(Historical Theology)이 등장했습니다.
이젠 성경신학과 역사신학을 종합해 성경에 부합하는 정통적인 교의를 정리해둘 필요가 생겼습니다. 거기에 하나님이 신자들의 삶과 인간역사에 간섭하며 드러내신 영적진리들(일반계시)까지 종합해 체계화시킨 것이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입니다. 당연히 일반계시들도 성경 신학에 비추어 진리로 확인 될 수 있는 내용만 포함시켰습니다.
조직신학은 크게 신론, 인간론, 기독론(구원론), 성령론, 교회론, 종말론의 여섯 주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리는 이 여섯 주제를 더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간단하게 정리한 진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자들이 신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하나님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서 신앙생활에 적용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진리들입니다. 살펴본 대로 모든 신학과 교리는 성경에서 출발해서 성경으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는 종교개혁을 성공시킨 개신교 내에서도 교단별로 성경을 조금씩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그 결과 교단마다 가르치는 조직신학과 교리들이 부분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신론과 인간론에는 의견의 상충이 거의 없었으나 구원론, 성령론, 교회론, 종말론 등에선 각기 조금씩 다른 교의들이 정립되었습니다.
교리와 성경해석의 관계?
주신 질문들은 위에서 설명 드린 성경과 신학과 교리의 관계에 적용하면 해답이 쉽게 나옵니다. 편의상 질문하신 순서와는 조금 다르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성경신학은 각 교단의 조직신학의 틀 안에서 연구되어지는지 아니면 성경 그 자체를 연구 하는 것인지요?”라는 질문은 상기의 설명으로 답변된 셈입니다. 각 교단마다 성경 본문을 먼저 연구한 성경 신학의 틀 안에서 각 교단의 조직신학이 도출됩니다.
“교리 즉 조직신학적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성경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요?”라고 물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성경을 해석하고 이해한 결과물이 조직신학과 그 세부적 규정인 교리입니다. 교단끼리는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도 한 교단 내에선 동일한 성경해석을 바탕으로 하기에 교단별 조직신학과 교리는 자기들의 성경신학과 통일성을 유지합니다.
쉽게 말해서 교회나 담임목회자가 특정교단 소속이면 신자들은 이미 그 교단의 조직신학과 교리에 입각한 설교를 듣고 있고 또 그런 바탕에서 성경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신자가 교회에서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이 바로 자기들 교단의 교리이며 신학입니다. 신자 혼자서 성경을 볼 때도 스스로는 체계적으로 인식 정리하진 못해도 지금껏 배워온 자기 교단의 신학과 교리에 따라서 성경을 해석하게 됩니다.
“성경의 본래 뜻을 무리하게 교리에 맞춘다고 했는데 과연 그 본래 뜻은 원문 그 자체의 뜻을 이야기하는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이는 조금 어폐가 있는 질문입니다. 목회자는 소속 교단의 신학자와 선각자들이 이미 확정해 놓은 교단의 조직신학과 교리를 옳다고 수긍한다는 전제 하에 배웠습니다. 설교할 때나 성경을 가르칠 때는 당연히 자기가 진리라고 확신하는 성경신학과 조직신학과 교리에 기준합니다. (혹시라도 교단 소속이 없어도 자기가 옳다고 믿는 신학과 교리대로 가르칩니다.) 목회자 개인이나 교단으로선 교리는 성경의 본래 뜻과 당연히 일치하므로 무리하게 둘을 맞출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본래 뜻을 무리하게 교리에 맞춘다는 말은 다른 교단의 교리에 대한 비판으로만 유효할 뿐입니다. 말하자면 교리가 교단들끼리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합당하나 목회자가 교리 자체가 필요 없다고 해선 스스로 자신을 부인하는 꼴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성경의 본뜻이 교리에 맞추어져서 그 뜻이 왜곡된 본문이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이는 한 마디로 답변드릴 수 없는 질문입니다. 각 교단의 교리들을 일일이 원문과 비교 분석할 수 없으며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도 교단마다 성경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말하면 더 이상 논의가 진척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다른 교단의 교리를 공격하는 의미밖에 되지 않습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한 교단 내에선 나름대로 해석한 성경의 본뜻에 맞추어 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교단이 유지되는 한에는 자기들 교리는 절대적이며 오류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물론 다른 교단의 교리들에 대해서도 성경적으로 옳다고 판단되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선 제 이전 글 “교파마다 다른 교리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지요?”(아래에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끝으로 첨언하고 싶은 것은 신학과 교리를 체계적으로 몰라도 정말로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죽음의 은혜 앞에 자기전부를 내어드리며 주님을 구주로 영접하면 구원은 받습니다. 그럼에도 자기 믿은 바를 더 정확히 알고 흔들림 없이 그 믿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올바른 신학과 교리는 마땅히 있어야 하고 각 교인들에게 적절하게 가르쳐져야 합니다.
신학과 교리는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과 특별히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진리를 신자들로 더 깊이 체계적으로 알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잘못된 거짓 된 가르침을 분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신자들에게 십자가 복음으로 전도할 수 있게 해줍니다. 따라서 각 교회마다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정통복음주의적인 교리문답은 물론 가능하면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는 조직신학까지 가르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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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