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8:17-20) 메마른 땅에서 감사하라

조회 수 1000 추천 수 0 2016.11.17 05:42:32

 

메마른 땅에서 감사하라. 

 

 

“그들은 계속해서 하나님께 범죄하여 메마른 땅에서 지존자를 배반하였도다 그들이 그들의 탐욕대로 음식을 구하여 그들의 심중에 하나님을 시험하였으며 그뿐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여 말하기를 하나님이 광야에서 식탁을 베푸실 수 있으랴 보라 그가 반석을 쳐서 물을 내시니 시내가 넘쳤으나 그가 능히 떡도 주시며 자기 백성을 위하여 고기도 예비하시랴 하였도다.” (시편 78:17-20)

 

 

많은 신자들이 시편을 건성으로 읽는 경향이 있다. 그 내용들이 거의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렇긴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는 있다. 시편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공동체와 각 개인에게 간섭하여 역사하신 일들에 대한 신앙적 체험을 기록한 것인데 사람의 성정과 믿음 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 신앙적 체험이란 아무래도 고난과 핍박과 대적에게서 구원 받은 것이 가장 생생하니까 그런 고백들이 시편 내용의 주류를 이룬다. 오늘날 신자도 어려움이 닥치면 시편에서 주로 그런 체험의 고백들을 찾아서 마음에 위로 받는 정도로 그친다.

 

그러나 시편을 자세히 살피면 너무나 정미한 믿음의 시금석과 십자가 복음의 진리들이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 본 시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본시의 주제는 이스라엘의 불신앙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은 변함없이 신실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불신앙을 기자는 “계속해서 하나님께 범죄하여 메마른 땅에서 지존자를 배반했다”고 표현한다.

 

왜 메마른 땅에서 배반한 사실을 즉, 광야 40년의 방황 기간의 죄를 특별히 강조했는가?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흘 굶어 남의 집 담장 넘지 않는 자 없다”는 속담처럼 먹고 마실 것 없는 광야에서 하나님께 의심과 불평을 쏟아놓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예수를 처음 믿어 하나님의 크신 권능과 은혜를 정확히 모르거나, 정말 성실히 율법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주님을 위해 봉사 전도하고 있는데도 까닭모를 고난이 닥치면 자연히 의심과 불만은 솟는다. 하나님이 그를 두고 야단치지는 않는다. 연단을 통해 신자로 당신을 더욱 깊이 알게 하여 믿음이 견고해지는 자리로 이끄시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스라엘의 경우는 그와 전혀 다르다. 우선 가데스바네야에서 거역하는 바람에 광야에서 하나님의 징계를 받고 있는 중이다. 조용히 자숙하며 회개해도 모자랄 판이다. 메마른 땅에서의 삶 자체가 징계이기에 겸손히 감수해야 한다. 거기다 애굽에서 열 가지 기적과 홍해가 갈라지고 맨 땅을 걸어서 구원받는 엄청난 은혜와 권능을 이미 맛보았다. 자기들이 따르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얼마나 큰 능력으로 자기들을 붙들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성경은 그런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그분을 시험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자기들을 광야로 몰아넣고 죽이려 한다고 불평했다. 심지어 광야에서 물과 음식과 고기를 공급해주지 못할 능력조차 없는 존재라고 폄하했다. 메마른 땅으로 하나님이 가라고 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의 먹고 마실 것은 공급해주시겠다는 뜻이다. 죽이는 벌을 주려면 광야 들어가기 전에 얼마든지 가능하다. 살려서 광야로 보낸 것은 오히려 먹고 마시는 것 걱정 말고 당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라는 뜻이다.

 

하나님 쪽 입장에서 메마른 땅에서 배반했다는 의미를 해석해보라. 하나님이 전혀 도와주지 않고 인간들만 있으면 며칠 안 가 몽땅 죽을 수밖에 없는 곳이 광야다. 그런 곳에서 당신만의 권능으로 살려주었다는 뜻이다. 하나님만이 행할 수 있는 기적적 은혜로 보살폈다는 것이다. 그것도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을 현실적으로 부족함 없이 누구나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말로 부인하려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급해주었다. 물이 없다고 불평하자 몇 차례나 기적을 일으켜 주었다. 먹을 것이 없다고 하자 매일 만나로 먹였다.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자 메추라기를 하늘에서 쏟아 부어 이빨 사이에 고기가 끼일 정도로 주었다.

 

특별히 매일 만나로 끼니를 이어갔는데 어찌 그분에 대한 의심 항의 불신앙이 생길 수 있는가? 매 세끼마다 그분을 보고 만졌지 않는가? 마치 자기는 돈 한 푼도 벌지 못하고 날마다 부모에게 돈을 타서 생활하는 자식이 그 돈을 다 쓰고 나니까 부모에게 왜 오늘은 더 많이 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부모 자격 없다고 거역하는 것과 같다. 실은 이보다 더 나쁘다. 부모에게 돈 받아 하루 종일 생활한 사실은 싹 잊고 부인하고 틀림없이 가진 돈 다 쓰고 내일 줄 돈이 없을 것이니 내 부모도 아니라고 동네방네 떠드는 꼴이다.

 

누구나 하나님의 큰 권능과 은혜를 체험하기 전에는 의심과 불신을 품을 수 있다. 광야를 방황하는 이스라엘은 절대 그래선 안 된다. 그들은 단 한 순간도 불편하고 힘든 것을 참지 못한 것이다. 탐욕이 욕심의 질과 양이 과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일부 결과다. 하나님에게 하루 24시간 365일 내내 풍요롭게, 최소한 힘든 일이 절대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계속 떼를 쓰는 것이다. 화려한 사치는 아니라도 무사안일만 바라는 믿음이다.

 

이스라엘이 범한 죄는 하나님의 권능, 아니 그분의 존재를 부인 내지 잊어버린 것이다. 메마른 땅에서 당신을 배반했다는 하나님의 선포는 아주 냉소적인 꾸짖음이다. 가만 두면 갈하고 허기져 죽게 마련인 곳에서 도무지 인간이 행할 수 없는 기적으로 먹여 살렸는데도 그 은혜를 잊다니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죄라는 것이다.

 

요컨대 하나님을 모르는 자라도 범할 수 없는 죄악이라는 것이다. 아니 짐승만도 못한 자라는 것이다. 풀어쓰면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하셨도다.”(사1:3)와 같은 뜻이다.

 

역사의 뒷장으로 사라진 광야 이스라엘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저를 비롯한 오래 신앙생활을 해온 신자들이 그렇다는 뜻이다. 지금껏 수많은 그분의 은혜를 누렸다. 예수십자가 구원뿐 아니라 기도가 얼마나 많이 응답되었는지 기억해보라. 제발 망각의 죄에 빠지지 말라.

 

나아가 인생은 메마른 광야길 같을 수밖에 없다. 원죄로 피조세계까지 하나님의 벌을 받았을 뿐 아니라 죄인들의 싸움터가 되었다. 더 중요하게는 주님 따라 의로운 길을 걸어가면 손해와 핍박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런데도 조금만 힘들면 왜 메마른 땅으로 몰아넣느냐고 순식간에 의심 불만 불신으로 즉, 탐욕에 빠지지 않는가? 하나님은 거꾸로 메마른 땅의 은혜와 권능도 모르고 배반하다니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야단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하나님이 나를 메마른 땅에 보냈다고 항상 불평하고 하나님은 메마른 땅에서도 너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범사에 감사하라고 한다. 이 둘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믿음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11/1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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