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답변 감사합니다.

조회 수 192 추천 수 0 2022.10.05 05:53:08

목사님 짧은 답변이었지만 제게 참 많은 시간 고민을 하게되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너무나 정확한 사실이라 아무리 부정하려 애를 써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었습니다.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참 많은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매일 늦은 밤까지 잠을 설치며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답을 듣기 전에도, 들은 이후에도 계속 고민은 항상 제 발목을 잡았으니까요.

 

....

 

솔직히 질문을 드릴 때 말씀드린 것처럼 제게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드린 것은 그만큼 정확한 답을 듣고, 제가 내린 선택에 대하여 올바르지 않았다는 걸 확실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분간 교회 출석을 멈추려고 합니다.

 

제 근무 특성상 20시까지 근무를 하면 수요예배는 늘 참석할 수 없습니다. 격주로 한 번 주중에 쉴 수 있는데, 그 날을 수요일로 항상 잡고 교회를 격주마다 가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지금 있는 숙소에서 숙소 - 회사 -도서관을 반복하며 살았습니다. 회사에서 요구한 자격증들을 취득하기 위해서 ... 회사 동료들은 사활을 걸고 임하는구나 말할 정도로 치열하게 불태우며 달렸습니다. 이직한 뒤 몇 개월. 회사 모든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짧은 시간에 회사의 요구되어진 자격증들을 하나씩 처리해 왔고, 이제는 수 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 자격증을 반년 안에 처리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이직한 업계는 물류입니다. 목사님은 아마존이나 거대한 미국 물류 시스템을 직접 목격하고 계시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공격적으로 사람을 대체하고 있고, 대체하려고 하는 곳이 물류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사람이 없는 물류센터를 만들었고, 사람이 없는 무인 물류 시스템이 물류의 끝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아직은 비싼 시스템 구축 탓에 막대한 인건비가 들어가는 곳이 물류입니다. 그러나 그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사람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 반복적인 노동자가 아닌 가치를 창조할 위치까지 올라야 했습니다. 임원이 아니라도 시스템 자체를 볼 수 있는 눈과 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야 결국 생존할 구조라는 걸.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쫓기는 자리에 앉아있게 되어버렸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겁니다. 다음은 다음은 다음은 .... 하고 생각이 저를 쫓아올 때가 있지만 .... 이번 자격증을 끝으로 일단은 숨을 좀 돌리며 달리려고 합니다. 이미 저도 정신도 신체도 고갈된 상태라 .....

 

 

그런 제게 지금 출석하는 교회는 솔직히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이제는 솔직하게 말하려고 합니다. 

 

 

교회가 사람을 더 고독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게 교회는 신앙적 휴식이 아니라 끊임없는 스스로 정죄하는 장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수 개월. 처음으로 제 발로 찾아가 문턱을 넘고, 아무도 다가오지 않아도 아무도 제 이름조차 묻지 않아도 저는 수 개월을 앞 자리에 앉아 설교를 들었습니다. 밥을 먹고 가라고 해서 물류 관리사를 취득한 뒤 잠시 쉬는 동안은 점심도 먹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제 이름을 아는 사람은 단 세 사람뿐입니다. 

 

제가 먼저 다가갈 수도 있었습니다.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섣부르게 다가가는 건 이상한 교인이라는 오해를 받을 것 같아 두려웠고, 사교성이 부족하기도 했던 제가 수 십년을 한 동네에서 살아 그 부모와 자식을 다 알고, 3대가 교회를 다니며 모두가 다 정말 가족이거나 친구인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게 섞여 웃으며 식사를 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교회는 설교 시간 이외에 모든 순간들이 어려웠습니다.

 

그 모든 시간들마다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내 탓인걸까?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걸까? 내가 성격이 문제인걸까? 내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매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환자 취급을 해야 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 탈모 탓에 약국에서 약사가 환자의 나이가 적힌 약봉투를 보고 본인이 맞냐고 두 번이나 다시 물을 정도로 나이들어보이는 외모라는 걸 이미 겪어 잘 알고 있지만 ..... 

 

청년부는 나이가 들어보여 단 한번도 자신들에 속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해 다가오지 않았고,

장년부는 나이가 애매하여 장년부에 들어오라고 말도 못하겠다며 뭐가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지만 웃음을 지을 때

 

저는 태어나 몇 번 생각한 적이 없는 탈모 치료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교회에서 스스로의 외모를 깊이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점차 보편화 되고 있지만 썩 좋은 치료방법도 아니고 근본적 치료도 아니지만 계속 약을 먹는 동안에는 확실히 탈모를 벗어나지만 간과 신체적 부작용이 있고 평생을 먹어여만 하는 경구 치료를 하는 내과 진료를 받기로 결심도 했습니다.  .....   결국은 약을 끊으면 머리가 더 빠른 속도로 다시 빠져버릴테지만 50까지만이라도 이런 수치스러운 생각과 고민은 벗어나 보고 싶어졌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저에게 지난 몇 개월의 신앙은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코로나 끝에 자유와 신앙적 회복을 위해 발을 내디뎌 보았지만. 

하나님은 늘 제 곁에 있으셨을지라도 사람은 늘 제 곁에서 두 발짝은 멀어져 있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의 문제를 고민하고, 스스로를 정죄하며 

다 내가 부족하고, 다 내가 태도가 문제가 있고, 다 내가 적극성이 없는거라 생각하며

다시 뭔가를 개선하고 열심을 내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솔직히 그럴정도로 힘이 남아있지도 않았고, 그럴정도로 이 공동체에 애정이 남지도 않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어졌습니다.

 

 

누굴 탓하거나 문제 삼으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솔직한 제 마음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동일한 고민을 품고, 속 깊은 이야기를 감추고 그런 질문을 던졌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목사님. 저는 신앙은 버리지 않을 겁니다. 

 

저는 야곱이 바로 앞에서 자신의 일생이 조상의 년수에 미치지 못하나 심히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고백했던 그 야곱이 ..... 죽음을 앞에 두고 했던 고백을 잊지 못합니다.

 

" 평생에 나를 기르신 나의 하나님 " 

 

 

제 삶은 굴곡이 참 많았습니다. 이육사 시인의 시구처럼 밀항하는 쩡크와 같이 떠밀려 온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이 저와 함께 하셨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결코 신앙을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잠시 이 교회와 멀어지고, 다른 교회로 옮기기 전 마음을 추스르고, 제 삶을 정리를 하고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목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동일한 일이 반복될 겁니다. 제게는 분명 문제가 있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또 적응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걸 또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신앙 생활은 사람들이 잘 받아주고, 용납해 준 결과였고, 지금 제가 이 교회에서 겪은 일은 너무나 당연한 보편적 사람들의 반응에 따른 것이고, 그 이전과 같이 저를 품어서 그 이전과 같이 잘 신앙생활 하게 해 달라고 하는 건 억지일지도 모릅니다. 평생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저는 신앙은 버리지 못할거 같습니다.

 

뒤틀린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박순용 목사님의 책 제목대로 제 인생이 아무리 뒤틀려 굽어진 길이라도 하나님이 끝까지 저를 놓지 않으실 것이라 그분의 열심을 저는 믿습니다.

 

 

이기적인 부탁을 드립니다. 

저를 위해 기도 해 주십시오. 그저 아주 가끔 생각나시면 기도 해 주십시오.

 

제게는 지금 신앙을 가진 친구도, 이웃도 없습니다.

가족들은 절에 다니고, 친구들은 무신론자들입니다. 

 

그들을 이해시켜 보려 노력해 왔으나 그들은 지금까지 신의 존재는 인정해도 지옥의 심판과 그 심판을 하는 신에 대하여는 극렬한 저항감과 불만을 표출합니다. 거기서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해 괴롭지만 저는 혼자입니다. 

 

전에 있던 교회들 중 가장 먼저는 부패한 죄상을 세상에 알렸다는 이유로 저를 버려진 자로 낙인을 찍었고, 그 뒤의 교회는 제가 어딜 가도 열심히 잘 살거라 믿고 있어 힘들다고 말도 못하고, 그 앞에서는 울지도 못해 알량한 자존심에 저는 그들에게 기도를 부탁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저를 위해 기도 해 주십시오.

 

끝내 마지막에는 야곱처럼. 나의 평생에 나를 기르신 나의 하나님이라는 고백을 하며 이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날마다순종

2022.10.05 07:38:52
*.14.99.253

형제님, 기도하겠습니다. 샬롬!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3:5-6)

 

아래는 목사님의 '말씀단상' 링크입니다. 개인적으로 120%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되실때 천천히 읽어보세요

 

 

(잠15:13-17) 행복의 세 가지 필수 조건

 

 

master

2022.10.05 08:50:22
*.115.238.222

김상욱 형제님 생각나는 대로 기도하겠습니다. 샬롬!

master

2022.10.06 05:41:52
*.115.238.222

상욱 형제님의 참으로 딱한 사정을 더 깊이 이해했지만 자칫 잔소리가 될 것 같아서 단순히 기도만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침 두 분 회원님께서 올려주신 친절하고도 은혜로운 위로와 권면이 저보다도 훨씬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날마다순종님과 HSP님께 새삼 감사드립니다. 서로 비슷한 아픔을 진솔하게 나누며 아무런 사심 없이 섬길 수 있는 이 공간이 너무 아름답고 좋습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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