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사님,
처음으로 질문을 남깁니다.
얼마 전 알 수 없는 자로부터 해킹을 당해 5,000불 정도 되는 돈을 도둑 맞았습니다.
쓰리고 아팠지만 받은 말씀으로 기도하고 있던 내용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
개인적으로는 주님의 뜻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고
그 전에 용서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제 힘으로는 할 수 없지만
주님이 주시는 마음을 의지해서 심판은 주님께 맡기고 용서하고자 했습니다.
사실 이 일이 터지기 전에 즉각 순종하지 않았던 일이 있었고
이 일로 인해 제 불순종을 보게 되었기에
더 수월하게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로마서 말씀을 묵상 중에 13장 4절,
'그는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네게 선을 베푸는 자니라 그러나 네가 악을 행하거든 두려워 하라 그가 공연히 칼을 가지지 아니하였으니 곧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따라 보응하는 자니라'
말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권세(공권력)가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따라 보응하는 자로 세우심 받은 거라면 신고를 해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내가 지금 그를 끝까지 용서하지 못해서 잡고자 하는 마음으로
핑계를 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싸우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에 장발장과 신부님의 은촛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구요.
(한편으론 그건 장발장이 일단 경찰에 잡혔으기 때문에 보일 수 있었던 용서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처음에 든 생각은 즉각 용서보다도
'주님은 용서하라고 하셨지..'라는 생각과
그리고 어차피 잡기 어려우니
그 일에 신경을 쓰고 신고하고 경찰서에 불려가
조서를 쓰는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깝단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해킹당한 컴퓨터를 포맷하고 주어진 일에 집중할지 아니면
그래도 신고는 하고 해킹당한 컴퓨터를 증거로 제시하고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글을 적으며 드는 생각은 결국 제 중심이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성경 말씀의 기준에서 목사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기도 가운데 명확히 성령님이 주시는 음성을 듣고 행하고 싶은데
제 욕심때문인지 분별이 되지 않아 질문드립니다.
로마서 13장 4절 때문에 (제가 이 구절로 답변을 드리려 했는데 이미 이 말씀의 의미를 파악하셨네요) 신고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유관 사법 기관에서 최대한 해킹범을 단속 처벌해야만 또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습니다. 파란아해님의 친절하신 댓글대로 그 해킹범에게 회개할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본인이 회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본인의 책임입니다.), 신경쓰고 신고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신자가 사회의 공의를 세우는데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까지 말아야 합니다.
장발장의 경우는 며칠 굶었다는 특별한 개인적 사정이 있었는데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에 신부(성당)만 그 피해를 감수하고, 장발장으로 회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용서한 것입니다. 반면에 해킹범은 상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그것도 남들은 피땀흘려 돈을 버는데 노동없이 남의 돈을 갈취하고, 공공질서 자체를 파괴하고, 남의 피땀흘린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아주 악성적인 범죄입니다. 하나님 앞에 모든 죄가 동일하다는 것은 원칙론적인 진술이며, 이런 해킹은 믿음 여부와 무관하게 사회 전체가 함께 힘을 합쳐서 막아야 합니다.
신자는 본인 혼자 피해를 입은 경우에 그것을 스스로 감수하면서 가해자의 회개와 유익을 위해서 용서해주는 것입니다. 사회공익적 차원을 파괴하는 상습범까지 용서해주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남의 생명을 예사로 앗아가는 소시오패스나 남의 돈을 예사로 갈취하는 해킹범은 (살인은 타인의 육체적 생명을, 해킹은 타인의 경제적 생명을 앗아간다는 차원에서) 같은 수준의 범인입니다. 돈을 잃은 사람에게 그 돈이 생명처럼 아주 귀중했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엄밀히 말해 소시오패스는 윤리적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니까 용서해주어야할 경우에 (사회에서 격리하고 가능하면 치료해 줄 필요는 있지만) 해당되지만, 해킹은 고의적 상습적 계획적 조직적 범죄이므로 용서해주어야 할 성격의 범죄가 아닙니다.
물론 Jorj님의 신앙 양심에 따라 그를 용서해준다는 마음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제가 드린 말씀은 상기 성경 구절과 객관적인 원리에 따른 것입니다.
오히려 해킹범을 위하는 마음으로 신고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JorJ님께서 신고하지 않으시면 그 사람은 '아, 내가 사기를 쳐도 안걸리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죄를 지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