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의 영원한 해결책

조회 수 2503 추천 수 313 2005.05.11 05:30:09
뉴욕 맨허턴은 말 그대로 빌딩의 숲이다. 하늘을 찌르는 수십 층짜리 빌딩(摩天樓)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에서 뉴요커(New Yorker-뉴욕시민)들 아니 미국사람 전체가 가장 좋아하는 빌딩은 엠파이어 스테이트나 911 테러로 사라진 쌍둥이 무역센터도 아니라 RCA뮤직홀과 NBC방송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록펠러 센터다. 년 말이면 빌딩 앞 광장에 아이스링크가 개설되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미국 최고 갑부 록펠러가 1939년 완공될 당시로선 혁신적인 주상복합건물군 컨셉(concept)으로 맨허턴 한 복판에 지은 데다, 건축 중에 대공황이 닥쳤는데도 인부들이 밥을 굶으면 안 된다고 사재를 털어 공사를 계속해 더 사랑을 받고 있다. 말하자면 미국문화의 상징으로 미국인들의 자랑이다. 그런데 이 빌딩을 일본의 최대 재벌 미쯔비시가 1989년 인수하자 미국민들의 자존심은 여지 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해는 일본이 미국에 520억불이라는 기록적인 무역 흑자를 기록해 달러를 주체 못한 일본 회사들, 대표적으로 소니가 콜롬비아 영화사를, 모리 부동산이 텍사스 휴스턴 다운타운의 Four Oaks Place등 미국의 부동산과 회사를 마구 사들였던 때다. 미국으로선 달러로 무장한 가미가제 특공대가 벌리는 제 2의 진주만 공습을 뉴욕의 심장부에서 가만히 앉아 당해야만 했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마음은 쓰라렸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말하자면 록펠러 센터 구하기 전국민 모금 운동 같은 것을 벌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일차적 이유는 물론 미국은 경제활동의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도 미국내의 부동산을 얼마든지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나서서 시비를 걸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록펠러 센터가 아무리 그 소유주가 일본 사람으로 바뀌어도 여전히 미국 땅 뉴욕의 맨허턴 한 복판에 있으니 미국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본 사람이 그 빌딩을 떼어서 동경 긴자 한 복판에 옮겨 갈 수는 영원히 없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문화와 사고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미국 부동산과 회사들을 마구 인수한 일본인들이 10년도 못되어 미국인에게 되팔고 철수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지금 한국은 독도 영유권 문제로 전국이 또 다시 그 특유의 냄비 끓듯이 끓고 있다. 한 마디로 독도는 누가 뭐래도 우리 땅이다. 역사적 기록과 증명, 다른 나라 지도의 표기 여부, 미국 CIA와 일본정부의 정치적 공모설 그 모든 것과 상관 없이 독도는 우리 땅이다. 행정구역으로 엄연히 경상북도 울릉군 산하에 있고 그 무엇보다 독도 경비대가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어업협정도 문제 삼을 것 없다. 지금 현재 한국 사람이 가서 살고 있지 않는가? 일본인은 단 한명도 없고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복잡하게 논란 벌릴 가치나 의미나 필요조차 없는 절대적 진리다. 정말 두말하면 이젠 입이 아프다 못해 짜증만 난다.

지금 한일간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조금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않는 너무나 착한 아이에게 입만 벌리면 거짓말 하기로 소문난 아이가 너 거짓말 했지라고 덮어 씌우는 꼴이다. 또 공부 일등하는 아이에게 꼴찌하는 아이가 와서 공부로 시비를 붙자고 덤비는 꼴이다. 그런데 착하고 공부 일등하는 아이가 제 풀에 분통이 터져 자기 가방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꼴찌하는 아이 공책을 빼앗아 찢고 있는 것 같다. 일등은 시험 쳐서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고 착하고 거짓말 하지 않는 아이는 구태여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화를 내어도 일본 사람들이 내야지 왜 우리가 화를 내는가? 일등이 손가락 짤라 내가 일등이다 꼭 혈서로 증명하거나 한강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착한 아이가 일장기를 꼭 밟거나 불을 질러야 하는가?(그렇게 하신 분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미는 전혀 없고 이치를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일본은 국제적으로 미묘한 문제를 절대 수상이나 천황이 나서서 아무 말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기껏해야 한국의 ‘도’보다는 작고 ‘군’보다는 큰 일개 ‘현’의 의회가 우리는 착하고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결의한 것으로 한국의 냄비에 불을 당긴 것이다. 말하자면 꼴찌가 일등보고 괜히 시비 한 번 붙자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한일 관계나 국제 정세에서 뭔가 네고(Negotiate: 거래 내지 흥정)할 거리가 생기면 꼭 독도 문제를 들고 나와 우리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는 상투 수단이다. 거기에 부화뇌동해 넘어가 열을 올리면 우리만 손해다. 한국이 만주는 고구려 이래로 한국 땅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중국은 눈도 깜짝하지 않지 않는가? 이전에는 중국이 못살아서 그랬지만 이제 실력이 쌓이니까 그 문제는 아예 언급도 않고 역으로 고구려가 중국 땅이었다고 덮어 씌우려 하지 않는가? 언젠가 있을 북한정권의 붕괴에 대비해 벌써부터 음흉한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일본이 독도 문제를 들고 시비를 걸면 전국민이 나설 것이 아니라 시비를 건 사람의 지위보다 한 칸만 낮은 (너무 낮으면 저쪽도 난리를 칠 테니까) 지위의 사람이 상대해서 “이제 그만하게. 그 동안 많이 울거먹었잖아?”라고 한 마디만 점잖게 해주면 된다. 말하자면 이번 경우도 모 야당 대표가 말하듯이 울릉군 의회에서 결의할 것까지도 사실은 없다. 군의원 몇 사람만 나서 “독도는 변함없이 한국 땅이니까 대꾸할 가치조차 없습니다”라고 기자회견 한번이면 족하다.

대신에 독도 문제의 확실하고도 영원한 해법을 하나 제시하겠다. 독도에다 세관과 출입국 관리소를 하나 설치하고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관광객을 유치해라. 실제로 거창하게 건물을 지을 필요까지는 없다. 경비대원 중에 출입국과 세관 업무를 같이 볼 수 있는 한 사람만 훈련시켜  책상 하나와 입국사증 도장 하나 들고 상주하도록 하면 된다. 한국의 동쪽 끝 관문이라는 상징적이고도 실질적인 표시를 분명히 한 것이므로 더 이상 전국민이 나서서 흥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울릉도를 국제적인 관광휴양지로 만들어 외국관광객을 배로 유치하라. 특별히 일본에서 울릉도로 바로 가도록 하되 독도에 먼저 들러 출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를 받도록 시켜라. 일본 사람들이 와서 두 눈으로 어느 나라 땅인지 똑똑히 보게 만들어라. 현실적으로는 일본인들이 그런 관광 여행을 올 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그런 준비를 갖춰 놓고 일본 TV와 신문에 일본 울릉도간 폐리 직행 관광단 모집 광고를 그들이 오든 말든 대대적으로 내어라.

말하자면 우리가 흥분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일본 사람들의 염장을 지르는 것이다. 저들 말대로 독도가 정말 자기들 땅이라면 저들이 분에 못 이겨 도꾜 타워에서 뛰어 내려야 하지 않는가? 손가락 자르는 것은 일본 야꾸자들의 전매 특허인데 왜 우리가 흉내내는가? 또 우리가 일본에 네고 할 것이 있을 때마다 그 광고를 반복해서 내고 그들 머리 위에 올라서서 우리 실속을 챙겨야 한다. 물론 글로발 시대에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고 일부러 우리 쪽에서 도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과 협력할 것 하고 사이 좋게 지낼 것 지내야 한다. 특별히 중공이 북한 땅을 넘보고 있는 이때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삼성이 소니를 따라 잡을 만큼의 실력이 생겼지 않는가? 삼성과 LG의 전광판이 ‘세계의 교차로(the crossroad of the world)’라 불리는 뉴욕의 타임스퀘어에 버젓이 걸려 있지 않는가? 그럼 그런 나라답게 배포 넘치고 여유 있으면서 정말 재치 있게 국제사회에서 처신할 때도 되었지 않았는가 싶어 잠시 현실성은 그리 많지 않지만 확실한(?) 독도 문제 해결책을 혼자서 상상해 보았다. 독도는 영원히 독도이지 다께시마가 될 수 없다. 단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괄시 받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에서 말이다.
  
3/16/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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