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목사님~
프란시스쉐퍼 책 이성으로 부터의 도피를 읽고 있습니다. 서양철학은 고등학교 윤리 이후로는 접할일이 없었는데
평신도로 조직신학/교회사를 공부하며 서양철학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되는 산 같습니다.
4장 도약이라는 챕터 실존주의 사상을 보고있습니다. 칼바르트가 그의 신학적 배경이 실존주의 사상을 기반에 있다고 해서 좀 놀랐는데요.. 세속적 실존주의(샤르트르/야스퍼스/까뮈) 와는 그 결이 다르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실존주의 위에 그의 신학적 배경이 있다고 하는지 궁금하네요? 일단 책이 좀 어려워서 여러 참고문헌을 보아도 속시원히 적립이 안되네요.
이부분에 좀 쉽게 설명되어진 참고문헌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목사님은 칼바르트 또는 신정통주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성경에 대한 오류 견해도 좀 정통개혁신학과는 다른것 같구요. 현재 많은 한국장로교? (다른교파는 모르겠습니다)가 칼바르트신학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가 신학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장점과 단점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넓은 질문으로는 철학과 신학과의 관계, 깊이있는 철학의 이해, 철학적 사유(사고)방식이 신학을 공부하는데 나아가서 실제 신앙생활 그리고 세계관에 어떤 이점/단점이 있는지요?
그리고 서양철학 전반과 기독교 개혁신앙과의 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을 강추합니다. 마지막에 신정통주의에 대한 간략한 언급도 나옵니다.
교리나 체계없이 신앙생활을 해오던 저에게 최근2-3년 개혁주의 신학 아래서 믿음과 구원을 돌아보고 교리와 기초 조직신학을 공부하면서 과거의 저를 돌아보니 하나님을 인식하는 방법 성경을 바라보는 태도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등 참으로 자유주의 신학적 사고 각종 철학사상/인본주의/신비주의 등이 뒤섞여있었던 저를 발견합니다.
이렇게 공부할수있게 하신것은 이것으로 고민하는 주변 성도들에게 잘 전달하라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 웹사이트의 많은 질문들/목사님의 답변을 통해 어떻게 복음과 진리를 전달할지 보게됩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아퀴나스의 견해에 의하면 인간의 의지는 타락하였으나 지성은 타락하지 않았다. 성경이 말하는 타락에 대한 이 불완전한 견해로 말미암아 갖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되었다. 인간의 지성이 자율적인 것이 되었다. - <이성에서의 도피>,
ㅡ> 저도 요즘
프랜시스쉐퍼의 이성에서의 도피를 읽고 있습니다만
전문용어와 함께 내용이 매우 어렵습니다.
평소에 이 부분 관련 공부를 한 것도 아니라서 더욱 어렵네요.
위의 내용처럼 아퀴나스의 견해에 대해
'의지는 타락하였으나 지성은 타락하지 않았다. 인간의 지성이 자율적인 것이 되었다' 의 뜻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퀴나스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천주교적 대변자?)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아주 개략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중대한 실수를 하나 범함으로써 그릇된 사상들이 침투해올 틈을 열어주고 말았습니다. 인간은 타락이후 이성, 의지, 감정 모두가 오염되었습니다. 하지만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의 의지의 타락은 인정했으나, 이성은 타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의 이 주장은 이후 인간이 인본주의적 사상과 가치관을 마음껏 자신들의 신학과 철학 속에 수입해오고도 그 위험성과 오류를 깨닫지 못하도록, 사상적 타락을 무방비하게 방치하고,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을 과신하도록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만 봐도 사람들은 자신의 사상과 신학이 편향되고 오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믿음이 성경적이라고 굳게 맹신하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여줍니다. 우리가 늘 지식을 두고 하나님앞에서 겸손하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의 무지몽매함을 시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성을 결코 하나님을 떠난 자율적인 것으로 승격시켜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지성은 하나님밖에서는 백이면 백 오류로 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PT님이 정답을 말씀해주셨듯이, 아퀴나스는 인간의 자연적 이성에 탁월성을 부여했습니다. 합리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들은 신앙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의 전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별히 인간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가질 수 없는 까닭이 죄로 타락한 인간 본성 때문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아담의 타락 이후로 인간 이성이 오염 왜곡 파괴 되었기에 원죄 하의 인간은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지식을 가질 수 없다는 개신교 신앙과는 다른 입장을 보인 것입니다.
대신에 그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무지를 하나님은 무한하고 인간은 유한하다는 존재론적 차이에 돌렸습니다. 그래서 탁월한 사람이 이성을 사용해서 광범위한 연구를 하면 하나님에 대해서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존재론적인 큰 차이 때문에 사람이 이성으로 하나님을 알아나가도 오류가 생길 수 있으므로 하나님쪽에서의 계시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의 이성을 뛰어넘는 진리를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인간으로 알게 하는 것이 구원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구원에서의 하나님의 절대적 선택과 무조건적인 은혜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쉐퍼의 평가는 조금 분별해서 이해할 필요는 있습니다. 우선 "성경이 말하는 타락에 대한 이 불완전한 견해로 말미암아 갖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되었다. 인간의 지성이 자율적인 것이 되었다"는 것은 비록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라도 사실입니다. 아퀴나스에 영향을 받은 자들이 인본주의적 신학 철학 사상을 많이 발전시킨 것입니다. 반면에 쉐퍼가 같은 책에서 그에 대해서 합리적 증명은 1층이고 신앙은 2층이라고 분석한 것은 조금 과장된 평가인 것 같습니다. 아퀴나스는 위에서 설명드린 대로 이성과 계시를 완전히 딱부러지게 별개로 다룬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신교인으로선 그의 구원에서의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절대적 선택이라는 신학적 의견은 그대로 수용할 수 있으나, (타락 후의) 인간 이성을 중요시 한 점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의견입니다. 그 외에도 개신교와 타락 전의 인간의 상태에 대한 의견도 다르고, 그의 사상이 아리스토 텔레스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됩니다. (비록 근본 신학 사상보다는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고 그 사상을 진술해나가는 과정이 아리스토 텔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저는 칼 바르트가 당시의 대세였던 자유주의 흐름을 막아세우고 기독교 신앙을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게 했다는 교회사적 공로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신학적으로는 제가 동의할 수 없는 점들이 있는데 설명하자면 지면이 모자랍니다. 참고할만한 자료는 코넬리우스 반틸이 저작한 "기독교와 바르트 주의(Christianity and Barthianism)"라는 변증서가 있는데 아직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지는 않았네요. 대신에 "정통주의 신학에서 본 칼 바르트 신학"(한종희 지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발간)은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참조해 보시지요.
철학과 신학과의 관계에 대해선 아주 간략하게 "좋은 책 좋은 글" 사이트에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들어가 보시지요. 프란시스 쉐퍼의 사상을 더 깊이 알려면 크리스천 다이제스트 사에서 출간한 그의 “기독교 문화관, 성경관, 영성관, 교회관, 서구관” 총 5권의 시리즈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기독교 사상가도 성경의 진리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할 수 없으며, 세부적으로는 비평을 받을 여지를 다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개혁주의 교의학(조직신학)을 섭렵한 후에 칼 바르트, 프란시스 쉐퍼, C S Lewis 등의 책을 읽을 때 잘 분별하며 읽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실존적 관계 (책추천#4)
기독교 철학 입문서 (책추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