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아비 데라는 언제 죽었나요?

조회 수 2977 추천 수 93 2009.06.25 15:56:33
아브라함의 아비 데라는 언제 죽었나요?


[질문]


요즘 생명의 삶을 가지고 QT를 하고 있는데 사도행전의 스데반 설교를 읽다가 의문이 생겨 여쭙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에 대한 얘기인데요. 질문의 요지는 창세기(11,12장)와 사도행전(7장)에 나오는 데라의 죽음에 대한 시점이 서로 다른 것 같아서요..

창세기를 따라가다 보면, 데라는 70세 때에 아브라함을 낳고, 이후 하란에서 205세까지 살다 죽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75세때 하란을 떠나게 되었으니까, 이 때 데라의 나이는 145세인 셈이지요. 그러니까 산술적으로는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난 이후로도 데라는 60년을 더 살게 되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스데반은 아브라함의 하란 출발 시점을 데라가 죽은 시점 이후로 보았습니다 (행7:4). 물론 창세기의 시간적 설명이 당연히 맞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되면 논리적으로 볼 때 스데반이 이 부분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고 단순히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무슨 다른 부분이 있는지요?

[답변]

성경 기록만 볼 때는 누구라도 질문자님과 같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창세기의 서술이나 사도행전 스데반의 설교 중 하나라도 틀린 내용이 있다면 성경 전체의 신뢰성에 금이 갑니다.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 말씀에 이런 식의 결정적인 오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신약과 구약은 상호 보완하여 온전한 하나님의 계시로 완성시킵니다.

해답을 얻을 수 있는 힌트는 창세기 11:26에 있습니다. “데라는 70세에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더라.” 무슨 말인가 하면 세쌍둥이가 아닌 이상 아들 셋을 70 세에 단 번에 낳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런 비상한 출생이었다면 에서와 야곱의 경우에서 보듯이 성경은 당연히 기록했을 것입니다. 또 세쌍둥이 중에서 유독 아브라함을 하나님이 믿음의 조상으로 택하신 경위나 이유도 밝혔을 것입니다.

본 구절이 뜻하는 내용은 데라가 70세에 첫 아들을 낳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후 얼마간의 기간과 간격으로 차남과 삼남을 낳았는지는 불명하다는 것입니다. 정작 규명해야 할 문제는 아브람이 세 아들 중에 몇 번째이냐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왜 아브람의 이름이 셋 중에 가장 먼저 기록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에는 두 가지 해석밖에 없습니다. 장남이었거나 아니면 성경의 저자인 하나님이 보시기에 가장 중요한 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자로 해석하면 당장 스데반의 설교가 잘못된 것이 됩니다. 대신에 하란이 셋 중에 가장 먼저, 심지어 아비 데라에 앞서 죽었으므로(창11:28) 장남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런 해석입니다.

그 몇 가지 근거를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란의 아들로 아브람의 조카인 롯의 나이에 대해선 성경이 침묵하고 있지만 이미 삼촌인 아브람과 목초지를 두고 다툴 정도였고(창13장), 또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때에 과년한 딸들을 두고(창19장) 있었습니다. 거기다 또 다른 아들 나홀이 하란의 딸 밀가와 결혼했습니다.(창11:29) 결국 나홀과 아브람보다 하란이 나이가 훨씬 많았으므로, 거의 삼촌과 조카 사이만큼이나, 장남이었을 것은 확실합니다.
        
또 다른 아들 나홀에 관해선 하란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 외에 나이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아브람보다 형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우선 이삭이 혼인할 때에 나홀의 후손인 라반과 리브가가 하란 지역에 살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말을 마치지 못하여서 리브가가 물 항아리를 어깨에 메고 나오니 그는 아브라함의 동생 나홀의 아내 밀가의 아들 브두엘의 소생이라.”(창24:15) “리브가에게 오라비가 있어 이름은 라반이라.”(29절)  나홀과 밀가 사이에 난 아들 브두엘에게 리브가란 딸과 라반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아브람의 아들 이삭과 결혼한 리브가는 아브람과 형제인 나홀의 손녀였습니다. 아무리 아브람이 백세에 아들 이삭을 보았지만, 당시는 노년에 아이를 많이 낳았음, 아무래도 나홀을 아브람보다 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문제는 성경이 “아브라함의 동생”이라고 명백히 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창24:48에도 나옴) 이는 히브리어 “아흐(awkh)"는 단지 형제사이(심지어 때로는 친척)를 뜻하는 말인데 우리말로 번역할 때에 동생이라고 했을 수 있습니다. (성경에 가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말 형제는 그 관계만 나타내지 나이순서와는 상관없습니다.   영어로 따지면 ‘Sibling’입니다. 반면에 영어로 남녀형제를 뜻하는 ‘Brother’나 ‘Sister'는 때로는 순서구분 없이도 형과 동생 둘 중 하나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본문도 그러한 경우에 해당되는데 우리말로 왜 단정적으로 동생으로 번역했는지 그 경위는 알 수 없습니다. 영어 번역본에는 Old나 Young이란 수식어 없이 단지 Brother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하란이 장남인 것이 확실한데도 창11:26은 데라는 칠십 세에 아브람과 나흘과 하란을 낳았다고 맨 뒤 순서에 하란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남, 삼남, 장남 순서보다는 삼남, 이남, 장남 순서로 언급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말하자면 아브람이 막내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말 번역처럼 나홀이 아브람의 동생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성경의 저자는 아브람이 하나님이 택한 믿음의 조상이자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에 가장 먼저 언급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창세기 11장의 노아의 후손의 족보는 아브람의 계보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기록된 것이라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데라는 70세에 하란을 낳았지만 아브람은 130세에 낳았습니다. 나홀은 그 중간이나 그 후에 낳았지만 아무래도 차남으로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아브람은 데라가 205세로 죽자 하란을 떠났는데 그 때 나이가 75세였습니다.

성경에는 역사나 전기 같은 내용이 나오지만 오늘날의 것처럼 과학적 사실적으로 정미하게 기록되지는 않았습니다. 구약성경, 그것도 초반부에는 더 그러합니다. 성경은 오로지 당신이 택한 백성 이스라엘에게 계시한 하나님의 뜻에 초점을 맞추어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아브람의 선조와 출생에 관한 기록은 데라의 아들 중에 아브람이 가장 중요한, 아니 거의 유일하게 하나님이 맡긴 역할을 감당할 것인데 하나님 앞에 의로웠던 노아의 후손이었다는 뜻을 드러낸 것입니다.  

만약에 스데반의 설교가 틀렸다고 가정하면, 아브람은 노년의 아버지는 버려두고 젊은 조카 롯만 데리고 가나안을 향해 떠난 불효한 자식이 됩니다. 아무리 하나님이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나라고 명했지만 아비는 떠나면서 친척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하나님이 우르에 있을 때부터 아브람에게 당시까지 어느 누구도 알지도 받지도 못한 계시를 주었지만 그는 현실과 부모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해 머뭇머뭇했고 또 중도 하란에서 한참 지체했습니다. 그럼에도 날로 하나님의 계시는 점점 더 심령에 강하게 다가오며 자신의 믿음도 견고해지던 참에 아비 데라가 죽자 우상의 땅을 완전히 떠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록 여전히 조카 롯을 데리고 떠나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6/25/2009

이선우

2009.06.27 08:56:28
*.223.6.207

이곳 프랑크푸르트는 지금 토욜 아침.. 새벽기도를 갔다와서 맛있는 독일빵과 커피, 그리고 정겨운 대화로 집사람과 함께 아침을 먹고 컴을 열어봅니다..

제 질문에 대한 목사님의 답변을 대하면서 차원이 다른 묵상의 깊이와 경지를 경외심으로 느낍니다. 사실 저는 창11:26을 근거로 아브람함은 세쌍둥이었을 거라고 주장했던 무모한 몇몇 사람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ㅠㅠ 사실 성경 전후를 목사님처럼 자세히 따져보면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인데요.. 언젠가는 사무엘서와 역대기서를 놓고, 다윗이 여덟번째 아들인지, 일곱번째 아들인지 한참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대기서의 저자는 먼 훗날 족보를 기록하기 위한 관점에서 볼 때 어린 시절 요절한 다윗의 형 중 하나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어느 분의 말씀을 듣고 고민이 풀린 적이 있었습니다.

얘기가 나왔으니 창세기 숫자에 대한 재밌는 사실 한가지 나눕니다. 성경에서 최장수 인물인 므두셀라가 969세 밖에(?) 못산 이유가 있습니다. 창세기 5장 1절부터 따라가며 계산기를 가지고 간단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아담이 130세에 셋을 낳고(3절), 셋은 105세에 에노스를 낳고(6절), 이런 식으로 따라가면... 130+105+90+70+65+162+65=687세, 즉 므두셀라는 아담이 687세였을 때에 세상에 태어납니다. 아담이 930세를 살았으니까, 므두셀라가 243세 때에야 죽는군요. 한편, 므두셀라는 그의 손자인 노아가 600세 되었을 때 969세로 죽었습니다. 같은 식의 계산으로 187(25절)+182(28절)+600 (홍수 당시 노아의 나이;7장 11절)=969세! 정확하지요? 므두셀라는 그의 7대 선조인 아담으로부터 인간 탄생의 역사를 배웠을 것이고, 손자인 노아가 홍수 멸망을 피해 방주를 만들어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보고 조언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하나님 외에 노아의 유일한 영적 스승 역할을 해 주었을 것입니다. 한 살만 더 살았어도 홍수에 큰 지장이 있었겠지요. 그래서, 969세 까지만(!) 살았을 겁니다.

다시 한번 성경에 대한 하나님의 영감과 신묘막측함을 찬양합니다. 간단한 제 질문에 이렇게 자세히 답변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속이 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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