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조회 수 549 추천 수 39 2012.05.28 23:48:23
나의 일터엔 대부분이 불신자들이다.  때문에 점심식사 때 식기도하는 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생소했던가 보다. 처음엔 마치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 듯,  외계인을 보는 듯 바라보곤 했다.  어떤이들은 왜 손으로 이마며 가슴에 성호를 긋지 않느냐고 묻는이도 있었다.  개신교와 천주교의 차이도 모를 정도로 신앙엔 별 관심이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아주 오래도록 교회안에서만 사람들과 교제를 해온터라 많이 염려가 되었다.  불신자들과 함께 단체생활을 해야함에 있어 나의 행동과 말의 조심성을 어찌해얄지,  과연 무슨말로 서로의 문턱을 없이할지, 저들의 최대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참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그리고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혼자 자유롭게 일을 하다가 이렇게 단체로,  그것도 저들의 기가막힌 기술앞에 이 초라하고 어눌한 손놀림에 살짝 주눅까지 들고 있는 내가 어찌 저들과 친밀히 생활할 수가 있을까하는 과제는 마치 산만큼이나 높고 험해 보였다.

요즘은 교회안에서 오래도록 살아오며 느끼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교회밖 사람들과 이젠 한 가족처럼 지내며 느껴지는 것들,   그렇게 비교하며 나름 분석도 하는 시간들 자주 갖게된다.  교회안에선 그간 참으로 죵교젹 가면을 많이 쓰고 살았음을 새록 새록 느껴간다.  교회안에서 성도지간에 우아해 보여야함,  친절해 보여야함, 신실해 보여야함... 그런 보여야함에 골몰하여 실체의 내 모습을 잊고 살아왔던 시간들이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나의 실체는 많이 이기적이고 퉁명스럽고 신실하지도 못하다.  그런데 오랜동안 신앙인으로서 받은 훈련들은 나의 참 모습을 잊게 했다.  교회안에서 행해왔던 그런 친절함이 나의 타고난 친절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신실해 보인다고 들어왔던 이웃성도들의 인삿말이 나의 신앙으로 인해 자라난 진짜 신실함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터의 동료들은 표현력도 투박하고 친절하지 않다.  그래서 처음엔 무척 당황했던 사건들도 많았다.  내가 이러할 땐 저들이 저렇게 반응해 줄 것이라 기대했던 것들이 모두 빗나가 버렸다.  정말 예상외의 반응, 그리고 생각나는대로 거르지 않고 이야기할 때엔 어찌보면 솔직하고 어찌보면 무례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저들의 그런 모습 때문에 얼마나 갈등이 있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계속 직장생활을 해야만 하는지?  어서 그만두고 싶은 맘이 간절할 정도로 견디어 내기가 힘이 들었었다.  그만큼이나 나는 교회안에서 교제만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친절함이 몸에 배어버린 성도들 안에서 그렇게 오래도록 살아왔던 것이였다. 그리고 그런 친절하고 상냥함이 아주 당연한 교제의 모습이라 여겨왔다.  그렇게 나는 교회라는 온실속에서만 살아왔던 것이다.

불신자들과는 친지 이외엔 아예 담을 쌓고 살아왔던 나는 저들의 친절하기는 커녕  투박하고 다소 거친 듯한 표현방법과 감정에 솔직하다 못해 상대방이 무안해질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는 저들과의 단체생활이 서툴기 짝이 없는 나의 문제였음을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아 간다.  요즘은 서로 서로 익숙해지며 저들의 표현방법이 나와 다를뿐이지 맘에 문제가 있음이 아님을 배워간다.  눈물많고 따신 정이 새록 새록 보여지기 시작한다. 저들 또한 자신들의 표현방법과 사뭇 다른 나와의 교제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운영자님의 글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이 난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는 가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대부분 성도들의 모습이라는 것,  그 글을 읽을 때,  난 그렇지 않은 자라 여겼었다.  전도하기 위해 가끔 불신자들을 만나기도 했기에 난 그렇지가 않다고 생각하며 읽었었다.  그런데 이제 깨닫는 것은 나는 정말 교회라는 온실속에서만 오래도록,  아주 오래도록 살아온 화초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제 우리 동료들에게서 옷을 벗는 법을 배우려한다.  교회안에서 고상해 보이려,  신실해 보이려,  괜찮아 보이려 애를 써왔던 그 가면을 좀 벗어보고 싶다.  쉽지는 않다. 너무나 오랜시간 배어진 습성이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가식을 벗어버린 바로 그 자리에서 진짜로 성령님이 기뻐하시는 신실함이 무엇인지,  친절함이 무엇인지를 배우길 원한다.  성령님이 맺어주시는 열매가 나의 내면에 하나씩 하나씩 맺혀지기 위해서라도 이 가식의 옷을 먼저 벗는 훈련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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