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일기] 빛들에 둘러싸여

조회 수 938 추천 수 75 2011.09.08 20:59:02

미국의 CES와 더불어 세계 양대 가전제품 전시회 중 하나인 2011년 IFA는 9월 2일부터 7일까지 베를린에서 진행되었다. 나로서는 작년에 이어 세번째 참가하는 IFA이지만, 올해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전시 운영, 수주 상담, 언론 대응, 내부 회의, 경쟁사 동향 파악, VIP 응대 등 손발이 모자를 지경이다. 그럼에도 마음의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과 준비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내 가슴에 품고 간 것은 “하나님은 빛이시라”는 요한일서 1장 5절의 말씀이었다. 이 말씀을 생각하면 할수록 다양한 묵상과 깨달음이 오기 때문이었다. 빛은 밝다. 어둠이 조금도 없다. 현대 과학이 지금까지 밝힌 바에 의하면, 빛은 입자도 아니요, 파동도 아니지만 두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또한 100% 입자이기도 하고, 100% 파동이기도 하다. 마치 예수님이 100% 인간이시면서, 또한 100% 하나님이신 진리와도 같다. 전자기파의 속성을 가지지만, 전자기파 자체는 또한 아니다. 그러니까 빛은 오직 빛일 뿐이다. 그래서 빛은 빛 그 자체로 오묘하고 아름답다. 하나님이 가장 먼저 창조하셨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 당신께서 또한 빛이시다. 생각할 수록 놀라운 진리이다. 그 빛은 나와 연관되어, 주님 안에 있는 나 또한 빛으로서 세상을 비춘다. 내가 ‘빛의 아들’(요12:36)이 되는 것이다.

금년에는 폴란드를 통하여 베를린으로 들어갔다. 폴란드에서 회의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던 차안에서 들어보니,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탈 본사 고위 임원들 중 절반이 훨씬 넘는 분들이 크리스찬이었다. 어, 저 분도? 아, 이 분도? 새로이 발견한 동료 신자들에 둘러싸여 자연스레 화제는 신앙과 전도 이야기로 이어졌다. 서로간의 간증과 신앙 경험을 나누는 일만큼 힘이 되는 것이 있을까? 마치 어둠 속 터널에 있다가, 빛이 환한 밖으로 나온 듯 했다. 새로운 빛들에 둘러싸여 나도 모르게 환해진 느낌이었다.

베를린에 도착해서 바쁜 중에도 빛들에 둘러싸인 느낌은 계속되었다. 본사 임원들 뿐만 아니라 내 주위에도 크리스찬들이 작년 대비 훨씬 많아졌다. 그러고 보니 IFA를 준비하고 돕는 주재원들과 스태프들도 절반 이상이 크리스찬이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말씀하신 대로, 개개의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세상의 빛이다. 그 빛들의 비추임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 빛들은 ‘빛이신 하나님’으로 출발하여 다른 크리스찬들을 통하여 내게 이른 것이다. 빛들에 둘러싸여 일을 하니 이 얼마나 신나지 않겠는가?

작년에 만났던 최고위 분은 올해도 오셨다.(1년전의 “절하는 심정으로” #33번 글 참조) 아주 가끔씩이기는 하지만 오며가는 차 속에서 신앙 이야기도 했고 나 나름대로 전도를 하려고 노력도 했다. 워낙 나에 대해 잘 아시기 때문인지 그 분은 따로이 반감을 갖지 않았지만, 나의 신앙에 대해서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고, 은퇴한 이후에는 찾아뵙고 구체적으로 복음을 전하기로 약조 아닌 약조를 드렸다. 9/1일날 밤 식사후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흥에 겨워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찬송가를 함께 흥얼거리기도 했다. 이 정도까지 진행된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하여 감사를 드렸다.

작년과는 달리 9/4일 주일날 교회 가는 것은 그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주위의 대부분 사람들이 내가 교회 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렇게 준비도 해 주었다. 그 사이 런던에 주재하시는 내 상사도 크리스찬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저기 원군이 많음이 큰 기쁨이요 감사였다. 나 뿐만 아니라 주위의 크리스찬들도 바쁜 와중에서도 나름대로 시간을 찾아 교회를 가도록 독려해 주었다. 빛들에 둘러싸여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일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기도와 QT를 하는 중에,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갈라디너 때 내가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한 곡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준비한 곡이 슈베르트의 Ave Maria였다. 카톨릭적인 냄새가 강한 노래로, 이전부터 흥얼거렸던 익숙한 곡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생각해 보니, 마리아에게 드리는 기도는 내 신앙 상식으로 불가능한 얘기임에도, 이 노래가 그동안 몸에 익었다고 아무 생각없이 택한 것이었다. 이미 악기 연주자들과 곡목을 포함한 일체의 섭외가 끝난 상태라 바꾸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이 노래를 하고 난 이후에도 내가 과연 빛의 아들로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오전에 전시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 중에, 행사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다른 곡을 추가할 수 있는지 연주자들과 급히 알아보라고 부탁했다. 내 몸에 익은 또 다른 곡, 베에토벤의 Ich liebe dich를 추가로 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다행히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단, 나는 첫 곡의 반응이 좋을 때 앙콜송으로 준비해 놓자고 했다.

오후 2시에 드디어 짬을 내어 교회를 찾았다. 시내에 위치한 성령교회였다. 작년에 이어 IFA 중에 베를린에서 드리는 예배는 내게 특별한 감동이었다. 차량 운전을 맡은 J형제 및 다른 두 이집사와 함께였다. 찬양과 기도의 올려드림이 내 가슴을 울렸다. 이어진 김성일 목사님의 설교 말씀은 놀랍게도 빛에 관한 말씀이었다. 마태복음 6:22-23절 말씀이 본문이었다.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눈이 나쁘면 온 몸이 어두울 것이니 그러므로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둠이 얼마나 더하겠느냐”

이를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Timely hit’라고 할까? 나를 향한 주님의 섬세한 손길을 느낀다. 아, 감격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빛, 빛, 또 빛... 이번엔 빛된 나의 몸에 대한 멧시지이다. ‘네게 있는 빛’이라는 구절에 주목했다. 누가복음에는 같은 표현을 ‘네 속에 있는 빛’(눅11:35)이라고 썼다. 그렇다. 빛은 내게 있고, 구체적으로는 내 속에 있는 것이다. 그 빛이 어디서 왔음은 명백하다. 생명의 빛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 인생의 주인으로 모심으로 내게 좌정하신 빛이다. 나의 눈은 양방향이다. 외부의 빛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내 속에 있는 빛을 외부로 드러내기도 한다. 내 속에 있는 빛은 또한 내 몸을 밝게 한다. 빛으로 인해 내 온 몸이 밝아 어두운 데가 없으면, 등불의 빛이 나를 비출 때와 같이 온전히 밝을 것이다.(눅11:36)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등불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나니..”(요12:46)라고 말씀하신 주님은 세례요한을 가리켜 “요한은 켜서 비취는 등불이라..”(요5:35)고 지적해 주시지 않았는가? 등불이 빛으로 발하기 위해서는 기름과 심지가 있어야 한다. 내 안에 계신 성령의 빛이 나의 기름이다. 심지는 기름으로 자신을 태운다. 내 몸을 태워 성령의 기름으로 내가 가진 등불에 빛을 비추자. 아니, 태운다고 내어놓은 심지는 실상은 그리 타지 않는다. 정말로 타고, 소진하고, 희생하는 것은 기름이다. 심지는 기름을 위한 빛의 통로가 될 뿐이다. 내어드린 내 몸이 성령의 빛의 통로 역할을 하듯이. 등불이 켜져 있는 한 내 몸은 온전히 밝을 것이다. 빛은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어 준다. 내 욕망, 죄성, 육신의 추악한 모습은 내가 어둠 가운데 있을 때 힘을 발하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빛 가운데 드러내어 지는 순간, 빛은 그 어둠들을 그대로 들춰내어 흡수해 버린다. 빛의 정화 작용이다. 그 빛으로 인해 모든 어둠이 내게서 사라진다.

늦은 오후에 전시장에서 갈라디너 장소로 옮겼다. 빌라 OO는 베를린 시내에서 남쪽 교외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대저택이었다. 거기에 딸린 넓직한 정원은 백 명의 손님들을 수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날씨는 섭씨 23도의 따스한 초가을 양광의 정겨움으로 도와 주었다. 정원의 뒷쪽 편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그림같이 펼쳐져 있었다. 야외의 가드닝 파티를 하기에는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환경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 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미리 입을 맞춰 보았다. 퍼스트 바이올린, 세컨드 바이올린, 첼로 주자 세 분의 여성들이었다. 사실 나는 이전에 이런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다. 교회에서 성가대원으로 꾸준히 봉사해 왔지만, 솔로 독창은 해보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올 연초에 직원들 앞에서 녹음된 배경 음악으로 한 번 불렀던 것이 고작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야외에서 부르는 노래라 긴장이 되었지만, 몇 번의 리허설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어 손님들이 몰려 오고, 7시 반 쯤에 오프닝 세리머니가 시작되었다. 손님들 중에는 고객사 이외에 IFA 운영 총책임자와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사장도 있었다. 독일 동료에 의해 소개받아 선 나는 이번 갈라디너의 주최자로서, 준비된 독일어로 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드렸다. 파트너쉽에 대한 중요성 및 손님들에 대한 나의 사랑과 감사의 표현으로 독일어로 노래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어지는 악기의 선율을 따라 아베 마리아가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많은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한 소절 한 소절마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주님께(마리아에게가 아닌^^) 기도 드리는 심정으로 노래를 계속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짓이 크게 나오고 음량이 높아졌다. 노래가 끝나고 손님들의 박수 갈채가 터져나왔다.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지는 박수 속에서 그들의 눈빛을 하나하나 마주 바라보았다. 또 빛들에 둘러싸인 느낌...

즉석의 영어 멘트로 나는 환호하는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리고, 나의 고객 사랑에 대한 열정을 Ich liebe dich라는 곡으로 다시 한번 표현하겠다고 얘기했다. 또한 아베 마리아 대비 상대적으로 쉬운 곡이니 함께 부르자고 했다. 베에토벤의 이 곡은 사실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 처음 대했다. 대학 시절 친구들끼리 불렀던 내 18번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열정을 담아 노래를 시작했다. 그대(Du, Dich)를 향한 내 사랑, 우리들 간의 깊은 사랑은 하나님(Gott)의 가호 아래 이어지는 아름다운 사랑이 아닙니까? 나는 눈빛으로 손님들에게 이렇게 전하면서 노래를 이어갔다. 노래를 부르는 중에 나도 모르게 가사의 내용에 심취해 버렸다. 마지막 가사는 이렇다. Gott, erhalt uns beide. (God, keep us both.) 하나님께서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하도록 보호해 달라는 뜻이다. 베에토벤과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 또한 내가 믿는 하나님이시다. 빛들에 둘러싸여 나는 노래를 마쳤다. 그들의 박수는 내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를 향한 그들의 눈빛 속에서 발견한 것은 사랑과 감동의 빛무리였다.

빛의 근원은 오직 한 곳, 바로 하나님이시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빛이시다.
그 하나님이 성육신하시어 말씀으로, 생명의 빛으로 내게 다가 오셨다.
나는 그 빛을 받아들여 내 안의 보배로 삼아, 이제는 빛의 자녀가 되었다.
빛이 빛을 만든 것이고, 그 빛은 또 다른 빛을 만들어 간다.
내 눈을 통해 나는 그 위대한 빛들을 본다.
내 속에서.. 내 주위에서..
아, 나는 빛들에 둘러싸인 행복한 존재가 된다.

그 빛무리의 감동은 그날 저녁 내내,
또한 이후의 모든 일정에서도 이어졌다.
2011년 IFA는 빛으로 시작해서 빛으로 끝났으며,
나는 빛들에 둘러싸인 또 하나의 작은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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