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왕이 늙어도 왕자가 없어 자기 나라 어린이 가운데 후계자를 뽑기로 했다. 그래서 자기가 나눠 준 씨앗을 심어 가장 아름다운 화초로 가꾼 자를 선택해 후계자로 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카란이라는 소년은 아무리 물을 줘도 싹조차 나지 않았지만 다른 소년들은 자기 화초가 얼마나 싱싱하게 잘 자라는지 서로 자랑하기 바빴다. 그는 실망에 젖어 왕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려 했으나 그 어머니가 왕에게 나아가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다고 사정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격려했다.
드디어 심사의 날이 다가 왔다. 전국의 모든 소년이 각양각색의 온갖 신비하고 아름다운 화초를 화분에 담아 안고 왕에게 나왔지만 카란은 부끄러워 맨 뒤에 숨듯이 서 있었다. 왕이 천천히 모든 꽃들을 감상하다가 빈 화분을 들고 서 있는 카란에게 와서 “자네가 이 나라의 다음 왕으로 선택되었네”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 웅성거릴 때에 왕은 “내가 나눠 준 씨앗은 전부 한번 삶았던 것이라 절대 싹이 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에게 잘 보여서 왕자가 될 욕심으로 모두 나를 속였지만 이 소년만은 있는 그대로 나왔네”라고 덧붙였다.
오늘은 어린이 주일이다. 어린이에게 평소 때는 혹시 등한히 취급하였을지라도 오늘 하루만은 왕같이 대접하는 날이다. 미국은 어린이 날이 따로 없다. 일년 365일 어린이를 우선적으로 대우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도 집집마다 자식이 한 둘 뿐이라 일년 내내 정말 호사스럽게 왕처럼 대접 받고 있는데 구태여 따로 날을 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린이 날은 아이들이 평소 때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보너스로 한 몫 단단히 챙기는 날로 변질된 것 같다.
신자의 경우 자녀들을 현실적으로 풍요롭게 해 주기 이전에 가장 먼저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물려받을 왕자로 세워주어야 한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성경구절과 기도를 청산유수처럼 잘 외운다고 하나님의 마음이 움직여 당신의 왕국의 후계자로 뽑아 주실까? 예수님은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막10:15)”고 하셨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키워야 한다. 단순히 순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카란 소년처럼 옳은 것은 옳다고 또 틀린 것은 분명히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어른이 되도록 그 순수함을 지켜나가도록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카란의 엄마처럼 순수해지는 길밖에 없으며 바로 그것이 어린이날에 자녀에게 주어야 할 가장 좋은 선물이다.
“정직한 자는 그 의로 인하여 구원을 얻으려니와 사특한 자는 자기의 악에 잡히리라”(잠11:6)
5/5/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