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미국 시간 6/14 새벽 포르투칼을 1-0으로 물리쳐 전국민의 48년 묵은 숙원이었던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루투칼이나 우리보다 실력이 우세하다고 본 폴란드 또 젊은 혈기의 미국이 맥을 못 추고 우리에게 당하는 모습을 볼 때 한국 축구의 실력이 월등 향상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투지와 홈그라운드의 이점 등 실력이외의 변수도 많이 작용한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강점 외에도 또 다른 플러스 알파가 있었던 것 같다. 관중석 전체가 온통 붉은 물감을 뿌렸거나 거대한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목이 터져라 한 목소리로 응원할 때 무엇인가 눈에 안 보이는 거대한 힘이 그라운드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것 같았으며 상대팀 선수들 또한 그 힘에 미리 주눅이 든 것 같았다. 한국과 맞붙은 세 팀의 감독들이 한결 같이 우리는 12명의 한국선수와 혹은 한국전체와 상대를 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기독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붉은 악마’(Red Devils)라는 한국 응원단 이름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뜻은 아니다. 또 아프리카 팀이 주술사의 능력을 믿은 것처럼 그 붉은 악마의 응원이 승부를 좌우했다는 의미도 아니다. 전국민 아니 잠도 못 자며 TV 앞에서 응원한 해외교포까지 모두 이 때 동일하게 한가지 마음속으로 한 일이 있었다. 자기가 믿는 대상과 그 비는 형식을 불문하고 한국이 이기기를 기원한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의 기도를 하나님이, 불교인은 부처님이, 유교 신자는 공자가, 무속신앙을 가진 자는 귀신이 그 간구들을 들어주었다는 뜻은 더더구나 아니다.
단지 한 마음이 된 4,700만 전국민의 간구가 거대한 영적인 힘이 되어 승부에 작용한 것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의 간섭으로 승부가 갈려졌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 관중석 전체에서 하나가 된 거대한 영적인 파워 앞에 다른 팀 선수들의 영혼이 자기도 모르게 짓눌려진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세상만사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우리가 보고 듣고 알지 못하는 영적인 세계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하시고 전지전능하신 참 하나님에게 기도할 수 있는 신자가 더 이상 세상과 사람과 죄악을 두려워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우리의 기도 제목들이 과연 한국의 16강 진출만큼 절대적으로 절실한가 아닌가에 달렸을 뿐이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33:3)
6/16/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