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의 한 백화점에 들풀과 야생화만 전문으로 파는 화원이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무공해 자연 식품, 황토 집, 바이오 의료기구 등 건강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이젠 실내 장식도 도회적인 분위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인 멋으로 꾸미고자 하는 바람이 분 셈이다.
그런데 이 화원에서 야생화를 구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꽃을 제대로 못 피우고 실패한다고 한다.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1)물을 너무 많이 줘 영양과잉으로 죽는 것이 70% 이상이며, 2)실내의 따뜻한 분위기에서 키워서 시들거나 3)또 시든 것이 죽은 줄 지레 짐작해 갖다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들꽃이란 말 그대로 야생(野生)이라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게 되어 있어 수분과 영양이 부족해도 잘 적응한다. 그것을 모르고 온실에서 키우는 실내 화분과 동일하게 취급해서 실패한 것이다. 결국 한 마디로 영양과잉이 원인이었다. 자연의 원시적인 멋을 즐기려면 가만히 있는 그대로 놔두면 될 것을 잘 키워보려는 욕심이 앞서 쓸데없이 인공적인 손질을 가한 것이다.
자연적이라는 것이 인간의 손길이 보태져선 안 된다고 해서 물도 전혀 안 주고 무조건 그대로 방치해 두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이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 아래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 화원의 손님들이 들풀 화분을 베란다 창틀에 걸어 놓고 비바람이 치는 대로, 한낮의 햇빛이 쪼이는 대로 그냥 두었다면 모두가 틀림없이 솔로몬 왕의 부귀영화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성공했을 것이다.
들풀과 같은 우리 인생이 오늘도 여전히 고달픈 까닭이 바로 위와 같지 않을까? 영혼의 뿌리가 썩는 줄도 모르고 그저 영양분만 많이 얻으려 하지 않는지? 하나님께로 받은 축복이 많은데도 오히려 감사하는 것은 제쳐두고 단지 현재 안일하게 지낼 궁리만 하고 있지 않는지? 아니면 조금만 힘들어도 하염없이 좌절하고 있지 않는지? 인생에 꽂을 피우려면 가파른 난간에 매어 달려서라도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온갖 비바람을 맞는 길뿐이다. 금방 햇볕에 시들고 바람에 날려 갈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환난을 이기며 꽃을 피우는 자생력도 당연히 생기지만 그에 앞서 하나님이 먹이시고 입히시기 때문이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마6:30)
7/21/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