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론조사 기관이 1년쯤 전에 한국인들에게 “당신과 대통령 중 누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조사를 한 결과 79.5%가 자신이 더 행복하다는 답을 했다. 그리고 그 행복의 가장 큰 조건으로는 가정화목과 건강을 꼽았다고 한다. 유엔은 매년 국가별로 행복지수라고 할 수 있는 “인간개발지수”라는 것을 발표한다. 국민소득, 교육수준, 평균수명 등을 따져서 점수를 매긴 것으로 한국은 작년에 173개국 중에서 27위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의 순위가 37위에서 27위로 점차 올라가는 중이다.
반면에 몇 년 전 영국의 한 대학교수가 전세계 54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3위를 차지했고, 앞에서 말한 유엔지수가 우리 보다 높은 스위스, 독일, 미국은 주관적 행복도에선 우리보다 쳐졌다. 이 조사에서 1위는 뱅글라데쉬로 객관적 조건에선 145위였다. 이 나라는 매년 년례 행사로 엄청난 지진과 홍수가 겹치고 그런 자연재해가 없으면 기아(飢餓)로 떼죽음을 당하는데 첫째 가는 나라다. 남들이 볼 때는 행복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 같은데도 그 나라 국민 대다수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입시공부에 시달린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했듯이 위와 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 행복은 권력, 건강, 돈, 가정 화목, 자연 환경, 심지어 마음 먹기 그 어느 것으로도 순서를 매길 수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행복도 유전자를 통해 운명적으로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이제는 결혼 해 자식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상대의 유전자를 검사해 행복을 타고 났는지부터 따져야 할 판이다.
이렇게 나가다간 언젠가 행복 유전자를 가진 자만을 인간 복제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죽여 버리는 독재자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것이 결코 공상 과학 소설에만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지향 했던 목표였고 실제로 우수한 게르만 혈통만 유지하려고 무자비한 인종 청소를 감행 했었지 않는가? 그 결과 행복한 낙원이 되지 않고 참혹한 지옥이 됨을 인류는 이미 경험했다. 흔히들 하나님이 왜 자유의지를 주고 선악과를 만들어 범죄 하게 했느냐고 따진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인간을 행복 유전자만 가진 자로 만들지 않았다고 불평한다. 말하자면 모든 인간들이 아직도 나치 독일이 꿈꿨던 그런 세상을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항상 행복한 자는 바보뿐이며 또 어리석은 자만 하나님이 없다고 한다.
“이 세상 지혜는 하나님께 미련한 것이니 기록된바 지혜 있는 자들로 하여금 자기 궤휼에 빠지게 하시는 이라 하였고”(고전3:19)
1/19/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