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방문하려고 지난 5/19 LA에서 오전 12시 40분발 비행기에 맞추어 집에서 10시쯤 출발했다. 짐 꾸리느라 마음이 분주해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공항 체크인 때문에 점심 챙겨 먹을 여유는 도저히 없었다. LA에서 12:40출발이니까 타자마자 점심을 주고 또 뉴욕 도착이 저녁 8:47이니까 도착하기 직전에 저녁을 주겠거니 혼자 짐작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기내 식사가 나오지 않다가 오후 2시경에나 나왔다.
그런데 스튜디어스가 “Enjoy your dinner”라고 하면서 식사를 나눠주었다. 이상해서 이것이 저녁이냐고 되물었다. 그 질문의 뜻은 오후 2시밖에 안 되었는데 어떻게 저녁이며 이것이 저녁이라면 뉴욕 도착 전에는 밥이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냐는 것이다. 돌아 온 답은 분명 그렇다는 것이다. 계속 미심쩍어 하니까 “너가 지금 가는 곳이 뉴욕이지 않느냐? 뉴욕이 지금 오후 5시인데 그럼 저녁이지 점심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한 나라 안에서만도 서너 시간의 시차가 있을 만큼 미국이 참 넓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야릇한(?) 한 끼로 때웠지만 그 넓은 미국도 자동차의 열 배나 되는 속도로 높은 하늘에 떠서 나르니까 좁혀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끼가 한 끼로 줄었고 저녁과 점심의 시차가 없어졌다. 비행기는 현대판 축지법(縮地法)이다. 땅의 거리를 줄이다 보니 시간 간격도 줄었다. 세상을 아래로 두고 하늘로 높이 올라 갈수록 세상에서 삼시 세끼를 아둥바둥 메꾸어야 하는 근심과 그 바쁜 일정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미국 이민 생활은 누군가 표현한대로 미친 듯 바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삼시 세끼를 어떻게 하면 빠트리지 않고 제대로 챙기느냐의 싸움이다. 이 땅에서 이 싸움에서 자유로운 자는 아무도 없다. 신자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 끼니를 간략하게 줄여서 쉽게 살 수는 있다. 굶거나 금식하거나 아무렇게나 살아라는 뜻이 아니다. 신자는 이 땅에서 신령한 축지법을 가진 자다. 천국을 목표로 사는 자다. 모든 삶의 기준을 하늘에 맞추어야 한다. 하늘에 가까울수록 땅은 멀어진다는 간단한 이치다. 주 안에만 있으면 세상이 절대 우리를 흔들 수 없다. 세상 근심이 우리가 세상 안에 있는데 없어지거나 줄어들 리 만무하지 않는가?
“위엣 것을 생각하고 땅엣 것을 생각지 말라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취었음이니라”(골3:2,3)
6/1/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