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목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대여섯 번씩 거짓말을 한다. 회개하고 고치려는 생각도 없다. 의도적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아내가 목사가 그러면 어쩌냐고 따져도 눈도 깜짝 안 한다. 그렇게 한 지 벌써 몇 년째다. 다름 아니라 광고 전화가 저를 찾으면 무조건 집에 없다 하고 끊어버린다. 한 번은 상대가 “어쨌든 당신은 그 집에 사니까 전화 받지 않느냐?”고 갑자기 따져 이 집 식구가 아니라 손님이라고 당황하며 둘러댄 적이 있을 정도다.
항상 꺼림직했던 이 문제가 드디어 해결되었다. 두 번 다시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니다. 미국 정부에서 나서서 이 양심에 털 난 목사를 구제 해주기로 한 것이다. 금주 미국 상하원은 연방거래 위원회 (FTC)가 텔레마켓팅 회사를 상대로 수신거부 리스트를 만들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FTC의 수신거부 리스트에 등록해 놓으면 어떤 광고회사도 그 번호로 광고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다.
미국공항에는 이상한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여행객들에게 자선단체를 가장해 기부금을 내도록 자꾸 권해 아주 성가시다. 더 이상한 것은 구내 방송은 계속 본 공항은 기부행위를 인정해 준 적이 없으므로 돈 낼 필요 없다고 안내한다. 그런 방송을 할 비용과 인원으로 그 단체들을 출입 금지시켜 버리면 될 텐데도 자유로운 상행위(?)를 법으로 규제하지 않는 곳이 미국이다. 그런데도 광고 전화 만은 미국민 모두에게 얼마나 성가신 일이었던지 법안 발의에 5천만 명이 찬성했고 상하원 합쳐 반대 8 찬성 507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행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서로 충돌되어 생긴 모순을 정부가 나서 교통정리 해준 셈이다. 모든 사람들이 광고전화 피하는 나름대로의 온갖 비책을 갖고 있다. 남들 다하는 잘못을 범했으니 죄가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선 상대의 자유를 침범할 때는 다수결로 질서는 잡아주지만 남의 자유를 침범 하지 않는 한 죄로 여기지 않는다. 나아가 영혼에 이미 새겨진 죄의 자국을 없앨 길도 없다. 목사부터 잠시 대답하는 일이 귀찮아 거짓말하는데 그보다 더 한 일에는 무슨 짓인들 못할까? 또 그 죄의 흔적과 상처들을 어떻게 지워야 하는가? 과연 세상과 인간에게 예수님의 십자가 외에 길이 있을까?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롬7:24,25)
9/28/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