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iavo의 안락사 논쟁을 보면서

조회 수 1390 추천 수 179 2005.03.24 00:38:00
지금 미국은 식물인간으로 16년간을 플로리다주 마이아미의 재활시설에서 튜브에 의지해 살고 있는 한 여인(Terri Schiavo)의 생명을 연장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방법원에서 연방대법원까지, 상하 양원의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성명까지, 서로 정반대되는 판결과 선언들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교차해서 나왔다. 이제는 정파간의 정치적 이해득실이 개입되었고 종교적 논쟁마저 불붙어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할지도 모를 정도가 되었다. 한 기자의 분석대로 미국 역사상 ‘죽을 권리(right-to-die)’에 관한 가장 광범위한 소송 사건이 되어버렸다.

미국 국민들의 의견은 남편의 의견을 좇아 튜브를 걷어내어야 한다는 쪽이 다수다. 사태가 이렇게 꼬여버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어느 누구도 본인의 의사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의 경우에 당연히 스스로 자기 의사를 나타낼 수 없고 또 본인이 명확하게 자기 뜻을 밝힐 수 있다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당연히 튜브를 떼어내어선 안 되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의아해 할 것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36개 주에서 “사망선택유언(Living Wil)”으로 “다섯 가지 소원(Five Wishes)”을 법적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즉 급작스런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스스로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자신을 어떻게 대우해 달라고 미리 유언장을 작성해 놓으면 그 법적효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문제가 된 플로리다주도 이 제도를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테리 여인은  대다수(85%) 미국인들이 그러듯이 그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놓지 않았다.

그 다섯 가지 소원은 “1,누가 자신을 대신해서 치료에 대한 결정을 해 줄 것인가?, 2.자기가 받고 싶은 치료의 종류는?, 3.어떤 수준의 치료를 받고 싶은가?, 4.사람들이 환자인 자기를 어떻게 대해 주기를 원하는가?, 5.자기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이다. 알기 쉽게 말해 식물인간이 되었을 경우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계속 공급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어떤 상태가 될지 몰라 미리 결정하기 힘들면 자기 대신 결정해 줄 사람을 미리 지정해 놓는 제도다. 인쇄된 질문서 양식을 변호사 도움 없이도 본인이 평이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대답하여 한 장은 담당의사에게 다른 한 장은 집안에 보관해 두면 법적 효력을 인정 받는다. .

본인의 사전 유언이 없을 경우 법적으로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 상례다. 테리 여인의 경우에는 당연히 배우자인 남편이 그 최우선권을 가지며 이어서 성인 자녀, 부모, 친척의 순이 되는데 법원은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서 튜브를 떼도록 판결을 내렸다. 그로선 돈과 이혼문제등 석연찮은 부분이 있지만 전혀 차도가 없는 아내를 10년 넘게 보살펴왔고 아내도 틀림 없이 그 상태로는 더 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반면에 그 친부모와 형제들은 아직 죽지 않았으니 여전히 살 수 있는 희망이 있고 더 시도해볼 치료법도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카토릭 신자인 본인이 자살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이나 친정식구 양쪽의 입장 모두 이해할 수 있으며 당사자들의 그 어려운 입장이 되기 전에는 제 삼자가 함부로 동의 내지 비난하기는 참으로 힘들 것이다.

그럼 신자로서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생명은 오직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는데  죽을 권리를 택해 죽기도 전에 미리 밝혀 놓는 것은 죄가 되는가? 그렇다고 그 유언서에 현실 세계에선 아무 법적 인정을 못 받는 하나님을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는 없지 않는가? 또 어떤 이단처럼 수혈이나 수술도 거부해야 하는가? 아니면 아무 치료를 안 받고도 기도해서 치유되는 기적만 기다려야 하는가? 한 인터뷰에서 중환을 앓고 있는 두 사람이 자기들은 기계에 의존해서 생명을 연명하기는 싫다고 대답했다.

치료에 아무 진전이 없는데도 16년씩 가족에게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힌다는 것도 괴로운 일인 것만은 틀림 없다. 참으로 예민한 문제다. 그러나 앞으로 의술이 자꾸 발전해 불치병 치료의 가능성은 많이 늘어날 것이며 또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치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 신자로선 미리 죽겠다고 선언할 필요는 없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므로 세상 어느 누구도 스스로 죽을 권리는 없다. 오직 하나님만이 언제 어떻게 당신이 주신 생명을 다시 회수할 것인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혹시라도 절충방안으로 자기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결정권자로 위임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일까? 만약 배우자나 자기 자녀에게 그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고 가정해보자. 재산이 많으면 빨리 그 재산을 차지하려고, 재산이 적으면 치료비 부담 때문에라도 빨리 튜브를 떼라고 해 버리는 경우가 혹시라도 생기지 않을까? 이 법을 만든 근본취지는 복잡한 논쟁을 피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 세상의 법률과 제도를 가지고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좌우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나아가 물질이 생명에 관한 결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도록 할 수는 더더욱 없다. 오직 하나님의 권한에 속하는 생명의 문제를 인간이 결정하려드니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일생을 살면서 진정으로 자기 목숨과도 바꾸어가며 서로 온전히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혹은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만들어 놓고 죽으면 성공한 인생이다. 신자는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미리부터 염려하거나 그 법적 문제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신에 정말 내 아내와 남편, 자식, 부모 나아가 성도와 이웃들과 참사랑의 관계를 이루는 것이 이땅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실제 실천 여부는 둘째 치고 정말 안심하고 Living Will을 믿고 남겨줄만한 사람을 만드는 그런 일을 해야 한다. 당신은 그런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갖고 있는가? 말하자면 현재 정말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가 말이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13;13)

3/23/2005

운영자

2005.04.01 18:52:49
*.3.40.248

테리 여인은 결국 죽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튜브를 달고 있으면 살고 있을 텐데 떼니까 죽었습니다. 생명 연장을 할 수 있는데 중지한 것은 분명 살인입니다. 허탈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4/1자 보도에 따르면 이일로 사망선택 유언(Living Will)을 찾는 자가 이전보다 60% 증가했다고 합니다. 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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