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르 교황과 찰스 왕자의 닮은 점

조회 수 1660 추천 수 191 2005.04.09 14:00:20
아무리 봐도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와 영국의 찰스 황태자는 많이 닮은 것 같다. 간음 죄를 범했고 풍요와 사치를 향유하는 세속의 왕자와 평생 독신으로 근검 절약하게 살면서 세계 곳곳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나라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열을 바친 성직의 왕(敎皇)과 닮았다니 너무 불경스러운 것 같은가? 그래도 할 수 없다. 닮은 것을 닮았다고 할 수 밖에는…

우선 둘 다 대중의 슈퍼스타라는 점에서 닮았다. 비록 당신들이 맡은 역할과 대중이 좋아하는 차원에 유사한 점이 하나 없더라도 어쨌든 두분 다 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 가운데 삶을 살았고 또 살고 있다. 대중 뿐 아니라 정치가, 명망가, 진짜(?) 대중의 슈퍼스타들까지 다 좋아한다. 아마 이번 주는 세계적으로 이름께나 날리는 사람들로선 무척 분주한 날이 될 것 같다. 교황 장례식에 조문하랴 왕자 결혼식에 축하하랴 이틀 상간에 바티칸과 영국을 왔다 갔다 하려면 말이다.

그런데 진짜로 더 닮은 점은 따로 있다. 지난 3/31 찰스가 윌리암과 해리 두 아들을 데리고 스위스의 Klosters 스키장에 휴가 차 갔었는데 따라온 기자들과 회견을 가졌다. 회견을 시작하려는 순간 멀리 떨어져 있는 기자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기자들을 향해 “피비린내 나는 사람들(Bloody People)”이라는 욕을 혼자 중얼거린 것이 그만 마이크에 잡혀 구설수에 휘말렸다. 본인으로선 마이크가 켜져 있는지 모르고 자기도 모르게 본심을 내뱉은 것이다.

반면에 교황은 유언을 통해 개인적으로 메모해 놓은 모든 기록들을 소각해 주기를 원했다. 뭔가 닮았지 않는가? 교황이 기자들보고 혼자서 지꺼린 욕을 메모에 적어 놓았다는 뜻은 아니다. 어쩌면 교황 스스로 남들에게 알려져선 안 되는 혼자만의 비밀이나 부끄러운 부분들이 그 메모에 남겨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두분 다 대중의 슈퍼스타일지는 몰라도 어차피 죄인인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꼭 빼 닮았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세대의 사람들은 슈퍼맨을 찾고 있다. 그것도 반드시 멋지고 권세 있는 모습으로 눈에 보여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자기들 지도자 모세가 시내산에 율법을 받으러 가 잠시 보이지 않자 불안해졌다. 아마 모세보다 애굽에 열 가지 재앙을 안겨주고 홍해를 가른 그의 지팡이가 사라진 것에 더 불안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당장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모세와 하나님을 대신하게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먹고 마시며 춤추면서 그 불안을 잊으려 했다.

대중이 힘든 인생살이의 불안을 없애는 데는 오직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자기가 슈퍼스타가 되어 세상의 부귀영화를 손에 쥐든지, 도저히 그럴 가망이 안 보이면 이미 슈퍼 스타가 된 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投影)해서 대리 만족이라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대중의 스타가 된 자도 어디까지나 대중들의 헛된 공상 속에 갇혀 있는 스타일 뿐이지 정작 스타 자신은 연약하고 무능하며 불안하고 죄 많은 자다.

교황의 생전의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과 업적은 정말 높이 사 줄만하다. 장례식에 전 세계로부터 근 사백만이 순례와 추모를 위해 모일만 하다. 교황의 생전의 염원대로 적도 아군도 없이  분쟁당사국의 사절끼리도 이날만은 서로 웃으며 악수했다. 그러나 과연 장례식에 참석한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과 수백만의 대중들이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도 그 화해와 사랑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교황 본인은 위대했을지 몰라도 남은 자들이 그 유지(遺志)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과연 생전의 큰 업적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인류 역사상 슈퍼스타는 수도 없이 뜨고 졌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은 갈등과 죄악으로 가득 차 있고 갈수록 더 심해진다. 슈퍼스타 혼자선 세상을 절대 변화시키지 못한다. 대중들 스스로가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시공간의 영역 안에서 변화의 주역으로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대중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같은 인간인 대중에게 감동은 줄지언정 변화는 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오직 하나님께로만 나온다. 그리고 그 힘은 이미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완전하게 드러났고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믿는 자들 사이에 임재해 있다. 말하자면 성령으로 거듭난 신자 각자가 자기가 소속한 곳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만 세상은 변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슈퍼스타는 대중의 환호와 갈채가 없이 그늘진 곳곳에서 숨어 사역하는 신자들이다. 신자를 통해 살아 역사하시는 예수님만이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성베드로 성당의 중앙회랑 안에 왕을 상징하는 자주색 법복과 황금 빛 관을 쓰고 누운 채 안치된 교황의 시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물론 순수한 애도와 추모와 존경의 마음들이 앞섰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멋지게 활약해 주기를 바랐던 슈퍼스타 한 사람을 또다시 자신들 눈 앞에서 잃어버린 아쉬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나아가 혹시라도 교황의 얼굴에다 예수님의 이미지를 투사(投寫,Over-lap)시켜 경배 드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서거한 교황의 생전 업적을 기리며 그 명복을 빈다. 찰스와 카밀라도 형식적인지 진심인지 몰라도 자신들의 과거 간음죄를 공개적으로 회개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그 결혼을 축하한다. 그런데 과연 수백만이 애도를 표한 교황의 장례식이나 내노라 하는 사람이 다 모여 축하해주는 찰스의 결혼식장에 예수님이 와있을까 의심스럽기 그지 없으니 어쩌면 좋은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아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슈퍼스타나 명망가 곁에는 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가시 면류관을 쓰고 벌것벗은 너무나 수치스런 모습으로 나무에 달리신 당신의 장례식에서도 정치와 종교 지도자, 명망가, 일반 대중은 눈 닦고 볼래야 볼 수 없었고 겨우 몇 명의 겁에 질린 아녀자들만이 쓸쓸하게 참석했기 때문이다.

“너희는 가서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노라 하신 뜻이 무엇인지 배우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9:13)

4/8/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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