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잘못 드려지는 추수감사절 예배

조회 수 2030 추천 수 195 2005.11.28 01: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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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는 추수 감사주일로 교회마다 함께 성찬을 나누며 지난 한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는 화목제를 드린다. 그런데 사실 각 교회마다 드리는 추수 감사절 예배가 너무 잘못된 것 같다. 예배의 형식이나 절차가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신자들이 감사하고 있는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지난 한해 동안에 무사무탈(無事無脫) 했거나 조금 형편이 나아진 것에 관해서만 감사한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면 불신자들도 어떤 형태로든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간단하게 추석만 해도 그 성격은 추수감사절에 해당하지 않는가?

신자들이 감사하는 내용이 설령 현실적인 축복이 아닌 정신적, 종교적, 영적인 것이라 해도 크게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불신자들도 내적인 면으로 감사할 거리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들도 “올해는 천운(天運)이 따른 것 같아” 혹은 “뭔가 하늘이 도와 준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감사를 표하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인지 모르는 것(불신자)과 아는 것(신자)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불신자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최선을 다한 후에 막연히 어떤 보편적이고도 초월적인 힘 즉 하늘의 운에 맡긴다. 신자는 어떤 일이든 결정하기 전부터 살아 역사하시며 자신을 알고 구원해 주신 인격적인 절대자 즉 천지를 지으시고 우주만물을 섭리하시는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묻고 보호와 인도함을 받는다.

그래서 불신자와 신자의 가장 큰 차이는 절대자를 인정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두고 구체적으로 기도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신자가 하나님 앞에 바쳐야 할 감사절의 첫 열매는 그저 올해도 무사했다는 일반적 은총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계속 기도해왔던 어떤 제목들이 올 한해 현실에서 실제로 응답 받았다는 특별한 은총이어야만 한다.

물론 신자의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기도하지 않았는데도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로 베풀어진 일들도 많다. 그런 일에도 백 보 양보하여 이미 되어진 결과를 되돌아 보고 그 일 가운데 합력하여 선으로 이뤄내신 하나님의 은혜를 구체적으로 발견해 내어서 그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신자가 보내는 추수감사절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은혜로 풍성한 가을의 결실을 맺게 해 준 것에 대한 감사다. 그런 관점에서 반드시 감사해야 할 거리가 아직도 최소한 두 가지가 더 남았다. 하나님이 신자에게 베푸는 은혜는 크게 대별하여 세 가지로 살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이미 살펴본 인도와 보호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인격과 품성을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시는 것이다.

따라서 신자가 추수감사절에 하나님께 바칠 두 번째 열매는 성화(聖化)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지난 해보다 올해 내가 얼마나 성숙해졌는가? 인격과 교양과 윤리적 기준으로 비교하라는 것이 아니다. 또 지난 해보다 성경 공부, 기도모임에 더 성실히 참석하고 교회 직분을 맡아 얼마나 더 열심히 봉사했는가 따져 보라는 것도 아니다.

범사에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았는지 그래서 그 열매를 얼마나 맺었는가이다.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갈5:22)에 과연 얼마만한 진보가 있었는가? 범사에 정말 주님의 사랑(고전13;4-7)으로 사람을 대했는가?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할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할만”(빌4:8)했던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감사절의 열매는 마지막 세 번째다.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 너희가 넉 달이 지나야 추수할 때가 이르겠다 하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 거두는 자가 이미 삯도 받고 영생에 이르는 열매를 모으나니 이는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함께 즐거워하게 하려 함이니라.”(요4:34-36)

예수님도 하나님께 받은 양식은 그분의 뜻대로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제자들은 세상적, 인간적 상식에 사로 잡혀 하나님의 일마저 자신들의 주관에만 의존해 게으름을 부리고 있었다. 반면에 예수님은 이미 하나님께서 당신의 일을 여호와 이레로 다 예비해 놓았기 때문에 신자는 순종함으로 곧 바로 행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추수 감사절에 하나님이 추수하게 해준 것으로 감사의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인간적인 치성과 열심을 바친 꼴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당장에 전도왕 컨테스트 하듯이 누가 교회로 불신자를 많이 인도했는가만 따지려 들지 말라. 한 영혼이 구원된 전도의 열매만큼 귀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신자라면 누구라도 사나 죽으나 평생을 두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 해야 한다. 그것도 자기의 세속적 직업과 현실의 삶에서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신자가 구체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이 있어 그 소명대로 살아야 하는데 추수감사절에는 자신만의 소명이 구체적으로 진전된 열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사라면 얼마나 병원이 융성하게 발전했는가를 감사하지 말고 정말 가난한 사람에게 예수님의 사랑의 의술을 얼마나 베풀었으며 또 그런 중에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복음을 전했는가에 작년보다 더 많은 열매가 있어야 한다. 사업가도 마찬가지로 사업이 흥했는가 보다 얼마나 하나님의 뜻에 맞게 돈을 벌어 그 뜻대로 썼는가, 학생이라면 성적이 올라 간 것이 아니라  주님이 주신 평생의 비전에 걸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가를 따져 보아야 한다.

한 마디로 신자로서 신자다운 수확의 열매, 즉 구체적인 기도의 응답, 성령으로 변화되고 성숙해진 영성, 그리고 자기만의 소명을 실현한 실제적인 열매가 없는 감사는 추수 감사가 아니다. 일반인과 동일하게 큰 병과 재앙이 없었고, 현실적 형편이 조금 나아지고, 심지어 교회 안에서 신앙 생활을 열심히 하고 직분도 높아진 것 만으로 감사의 제단을 쌓는 것은 종교적 겉치레를 아무리 풍성하게 해도 친목 잔치 한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올해 당신과 당신이 섬기는 교회에선 과연 어떤 추수 감사절 예배를 드렸는가?

11/27/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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