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창호 같이 꽉 막힌 신자

조회 수 1786 추천 수 221 2007.08.12 21: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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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주에서 잘 아는 한 집사님 가정이 이곳 LA로 휴가를 왔습니다. 단순히 휴가 온 것이 아니고 아빠가 인근 San Diego로 출장 온 김에 갓 6개월 된 딸을 포함 어린 세 자녀와 아내가 동행한 것입니다. 업무를 마친 후 LA로 올라와 저희 집에 한 3일간 묵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출장 경비로 휴가 경비를 대체하여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추가 3일간은 기존 렌트카를 반납하고 따로 빌렸고, 가족들은 아이스박스에 먹을 것을 잔뜩 준비하고 와서 먹거나 저녁에 별도로 자비로 사먹었습니다. 렌트카, 호텔 숙식비 등 허용된 일인용 출장 경비 외에는 가족의 왕복 비행기 표는 두말할 것 없이 단 한 푼도 회사에 추가로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하지만 한국에선 이랬다간 앞뒤가 꽉 막힌 벽창호라는 비난 받기 딱 좋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든 경비를 부풀려 가족이 소요되는 경비까지 염출하고도 우수리가 남게 하는 기술을 펼쳐도 아무도 전혀 신기하게 여기지 않지 않습니까?    

저도 이전 한국에서 직장 생활 할 때에 솔직히 그랬습니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라는 핑계를 대며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때는 오직 돈만을 목표로 살던 때였습니다. 돈이 생기는 일은 무조건 선이라 무슨 수를 써도 추구해야 하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악이라 반드시 제거해야할 대상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절대적 기준이 없으면 자신이 생각해 옳으면 옳은 것이 됩니다. 그러나 그 판단의 주체인 인간부터 천차만별인지라 세상의 옳고 그른 일도 자동적으로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 됩니다.

그러다 예수를 믿고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죄는 죄로서 확연히 구별되어졌습니다. 바늘 도독과 소 도독이 질과 양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절대적 죄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이 성령으로 제 양심을 하나님이 지은 원래 형상으로 회복시켜 그동안 비정상이었든 정상을 당연히 정상으로 여기게끔 저의 가치체계를 바꿔준 것입니다.

며칠 전에 오랜 만에 한국의 불신자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우연찮게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교회 밖에선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물어봤습니다. “봉사와 선교는 무슨 개뿔 난 것이냐? 교회 돈으로 놀러간 것이지. 오고 가는데 2-3일, 다른 나라 경유 며칠, 현지에 기껏 일주일도 채 못 있으면서 무슨 봉사를 제대로 할 수 있어?”가 첫마디 반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부연 설명하려고 하자 그 즉시 “세상이 다 그런 것이야!. 공무원 해외연수나 회사 출장이나 전부 공금으로 놀러 가는데 교회라고 다를 것 있어?”라고 단언했습니다. 또 “교회에서 자기 돈 내고 놀러 갔으면 혈세를 낭비하며 온 국민을 스트레스에 몰아넣지 말고 쌓아둔 수많은 헌금을 갖고 목사들이 직접 가서 해결해야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친구가 하루 빨리 하나님을 알아야 되는데라는 안타까움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는 말이 가슴에 박혀서 저는 완전히 말을 잊지도 아니 아예 이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피랍자 가족이나 동료 교인들이 하나님이 반드시 지켜주실 것을 믿습니다.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천국에 일찍 가게 되므로 감사하다고 인터뷰 하는 자는 왜 한 명도 없냐? 믿는 자면 믿는 자 다운 모습을 보여야지 똑 같이 울고불고 모든 수를 동원하면 우리와 뭣이 달라? 말이라도 그렇게 당당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

신자는 분명히 세상에서 비정상이 되어버린 정상을 진짜 정상으로 되돌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절대적 선이신 하나님의 윤리를 삶에서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만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부터 먼저 들어나야 합니다. 신자가 아무리 세상에서 굽어진 윤리를 바로 세우며 살고 있어도 온전한 신앙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세상은 신자를 단순히 도덕군자로만 취급하지 신자로 여기지 않습니다. 아주 정상적이면서 합리적인 판단이지 않습니까?

하물며 불신자가 그럴진대 하나님이 신자를 바라 볼 때는 어떻겠습니까? 신자가 교회 안에선 정상 신자로 봐주는데 세상에선 비정상 신자로 비춰지거나, 그 반대로 세상은 정상 신자로 봐주는데 교회 안에서 비정상 신자로 보는 경우는 없을까요? 둘 다 하나님 앞에선 비정상 신자이긴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세상이 아무리 우리를 앞뒤가 꽉 막힌 벽창호라고 손가락질해도 하나님 앞에서 정상이면 됩니다. 그렇게 살도록 부름 받은 자가 신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단순히 윤리적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절대적 주인으로 모시고 살라는 것입니다. 또 그러면 윤리적인 정상은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자만 손해 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참 인간답게 살고 비정상인 세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런데도 작금 신자마저 비정상에 휩쓸리고 있는 모습이 불신자들 눈에 완연히 드러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8/11/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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