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에 서 보았는가?

조회 수 2290 추천 수 167 2005.07.27 14:06:15
죽음의 문턱에 서 보았는가?



피아노를 전공한 모 유명여자 대학교 음대 교수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젊은 시절은 연주회로, 제자 양성으로, 각종 모임으로 화려했습니다. 최고의 명예와 부를 누려가며 정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삶을 사노라 자부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하나씩 둘씩 불행이 찾아 오더니 급기야는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딸이 된 것도 바로 이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일차 항암치료를 예닐곱 번 받고는 이전만큼 화려하고 강건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삶을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그 몇년이 지난 후, 어느날 특별한 증상은 없었으나 정기 혈액 검사를 통해 암이 재발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그 치료는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키모테라피를 이번에는 무려 18번이나 받아야 했습니다. 완전히 주변 정리를 하고 마지막까지 심각하게 각오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정말 기적적으로 의사로부터 완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6년반 전 같은 병으로 입원해 있는 병실로 그녀가 찾아 준 것은 첫번 치료를 마치고 요양 중일 때였습니다. 저도 퇴원하고 한달 정도 집에서 쉰 후에 가장 먼저 그녀 집으로 찾아 갔었습니다. 병실로 찾아 온 것에 감사해 답례차 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냥 찾아 가서 잠시라도 같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제 기억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남아 있는 것은 털실 밤모자를 쓴 그녀의 완전히 핏기 가신 얼굴입니다. 항암 치료로 머리 카락이 다 빠진 것을 감추기 위해 쓴 것이지만, 같은 처지의 저에게는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모자를 벗고 대머리(?)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 화려했던 여자 교수분이 말입니다.

지난 2년여간 소식이 없던 그녀가 어제 전화로 제 아내에게 한 첫 마디는 "죽었는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랬지?"였습니다. 암이 재발해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나눈 후로는 저희가 몇번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번호가 바뀌어 실패했던 차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동안 치료 받느라 정신 없었고 또 솔직히 어찌 될지도 몰라 저희에게 연락을  못했던 것입니다.

이차 치료를 마치고 나니 일차 때와 마찬가지로 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사실 개인적으로 그렇게 깊이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 속 한 편 그늘에 서로의 존재가 아련하게나마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생각나면 잠시 기도하고 다른 모든 것은 관두고 건강하게 아니 살아 있기만이라도 해야 할 텐데라는 기원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저희 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있는 것만 봐도 아니 그런 소식만 들어도 흐뭇하고 감사하고, 심지어 나는 약해질지라도 상대만 건강해 주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마 그녀도 같은 마음일 것이고 또 틀림 없이 그런 마음으로 저에게 전화를 주었을 것입니다.

만약에 하나님이 권능만 가지고 인간 세상과는 완전히 따로 떨어져서 엄위하게 있는 분이라면 혹시 죽은 후의 심판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땅에서 인간이 겪고 있는 온갖 환난, 질병, 상처, 죄악 가운데서 구원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 그일은 오직 인간의 세상에 직접 뛰어 들어오는 하나님이라야만 가능합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비천한 인간의 몸으로 오신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4:15) 그래서 예수님의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사53:5) 우리와 동일한 연약한 모습으로 오셔서 십자가에 인간의 모든 고난과 죄를 다 짊어지고 돌아가신 그분의 보혈을 통과하지 않고는 인간이 심판이 아닌 구원을 받을 길은 전혀 없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두 번이나 통과한그녀는 이제는 정말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필요 없고 자신에게는 오직 하나님, 예수님 밖에 없다고 전화로 고백했습니다. 물론 남편이나 자녀들이 옆에서 간병하며 사랑해주는 것 너무나 귀하고 감사하지만, 결국 한 개인이 하나님의 무한하신 은혜의 품 안에 잠기는 것 말고는 궁극적으로 인생에 가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녀와 예수님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필요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그저 주님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쁠 것입니다.  비록 뼈가죽만 남아 핏기라고는 하나 없고 또 다시 대머리가 되었지만 주님 앞에선 전혀 부끄럽지 않을 것이며, 주님 또한 그런 그녀를 아무 말 없이 흐믓하게 바라 보고 계실 것입니다.

예수를 믿어 구원을 얻는 것을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시기, 분노, 탐욕, 죄악에 물들었던 나쁜 습관과 품성이 죽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필요 없고, 예수님 없이도 스스로 착해서 구원 받을 자신이 있고, 심지어 하나님을 찾되 자기의 소원을 이루고자 찾았던 것들이 옛사람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하나님으로부터 반드시 어떤 축복을 받아야만 그 사이가 바로 서는 것이 옛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새사람은 예수님과 아무 말이 없이 같이 있기만 해도 감사하고 기쁘게 되는 사이로 변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죽음의 문턱을 통과해 거듭났습니까? 불치병에 걸렸다가 기적적으로 나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 정말 이제는 세상의 아무 것도 필요 없고 예수님 한 분만으로 족하다는 고백을 할 수 있습니까?  

7/27/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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