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보다 민요가 더 좋은 목사

조회 수 1563 추천 수 107 2005.08.30 19:13:38
찬양보다 민요가 더 좋은 목사



지난 일요일 저녁 저희 홈페이지에 유상코너로 맛깔 있는 믿음의 글들을 실어 주시는 김유상님의 부인 되시는 카렌 집사님(칼럼에  자주 등장하시는)의 콘서트에 다녀 왔습니다. 개인 콘서트가 아니라 그분이 졸업하신 숭의여고 합창단이 2년 마다 하는 정기 발표회였습니다.

솔직히 오라고 강청하고(?) 티켓까지 공짜로 주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아주 감명을 받고 재미있게 감상하고 왔습니다. 2년 후에 할 때는 제 스스로 티켓을 돈 주고 사서라도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이유는 중년여자들이 열심히 연습하여 수준급의 연주를 했고, 크리스찬 학교라 하나님을 찬양하는 레퍼터리도 많았고, 가끔 재미 있게 아양 떠는 것도 보기 좋았고, 지루하지 않게 순서를 마련했고, 찬조 출연한 숭실고 동문 남성 합창단의 중창이 너무 흥겨웠고, 연주회 수익금을 전부 선교회 두 군데 기증했고, 끝나고 리셉션에서 깔끔한 다과도 주는 등 여러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제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숭실 합창단이 심청가 중에 뱃노래를 너무나 흥겹게 불렀고, 숭의 합창단도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같은 한국 가곡과 '경복궁타령'같은 민요를 그것도 장구 반주로 연주할 때는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목사지만 찬양 부를 때보다 더 신이 났습니다. 이민 생활 하는 동안에 정말 오랜 만에 들을 수 있는 고향의 가락이었습니다.

LA에서 죽 사신 분들은 한국 라디오에서 계속 들으니까 별 실감을 못하겠지만, 타주에서 오래 살았고 또 LA로 와서도 복음 방송을 주로 듣다 보니까 이주한지 5년만에 두 번째 느끼는 감흥이었습니다. 작년인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한국 가곡을 듣고 정말 가슴이 사무치고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눈물이 날 정도였는데, 그저께는 두번째라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가슴 가득히 따스한 정겨움이 가득 차는 것 같았습니다.

오래 전에 신학교 선교학 시간에 한국에서 오랜 선교사 생활을 하셨던 미국 교수가 수업시작하면서 한국 학생에게 기도를 시켰습니다. 미국학생들도 많은데 그 한국 학생이 아무 양해도 구하지 않고 갑자기 한국말로 기도해버려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습니다. 그러자 그 교수님이 기도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하므로(from the bottom of heart) 모국어(native language)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코멘트를 해주어 더 은혜롭게 수업을 시작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미국에서 수십년을 살아도 우리 피속에는 수천년 내려오는 한국인의 정서와 사고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물론 오랜만에 들어서 그렇지만 민요가 찬송보다 더 좋을 정도입니다. 모국어는 특별한 노력 없이 그저 속에서 나오는 대로 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마음 속에서 미리 작문해보고, 틀렸는지 맞는지 검토하고, 혹시라도 남에게 창피 안 당하기 위해 고치려 애쓰고, 일부러 멋을 부리는 표현을 보태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모두는 기도할 때에 진정한 모국어로 하기보다 미국에 사니까 영어로 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 한국 신학생이 다른 학생의 눈치가 보여 에티켓을 지키려 했다면 영어로 기도했어야 합니다. 물론 기도를 술술 할 만큼 영어가 능숙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역으로 말하면 기도란 술술해야 한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미사여구와 암송하는 성경구절을 동원해 청산유수처럼 하는 것이 술술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식과 위선과 조종과 과장을 하지 않는 기도야 말로 술술 하는 기도입니다. 모국어처럼 속에서 나오는 대로 자연스럽게만 하면 됩니다.

물론 이민 2-3세가 아닌 다음에는 영어로 기도하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국어로 하면서도 영어로 말하듯이 기도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는 가식, 위선, 조종, 과장은 절대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하나님의 눈치를 보거나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과 체면을 앞 세우는 기도에도 그분은 당연히 귀를 막으시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이미 몸에 완전히 익은 가락이라 어깨가 자기도 모르게 들썩거리며 신명이 나서  콧노래가 절로 따라 나올 정도로 기도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오늘도 환경과 사람을 바라보고 온갖 찡그린 상으로 쥐어짜야 나오는 기도를 하고 계십니까?

8/3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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