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원을 점령한 한국인

조회 수 1237 추천 수 109 2006.05.08 21:08:36
미국의 공원을 점령한 한국인



어제는 근처 공원에서 있었던 야외 예배를 다녀왔습니다. 여름이 곧 닥칠 때인데도 봄도 오지 않은 것 같았던 LA의 날씨가 그런대로 제 자리를 찾고 난 첫 주일이었습니다. 또 가정의 달이 시작되는 주였기에 야외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피크닉과 함께 예배를 갖기에는 제격이었습니다.  

매년 5월이면 LA 일원의 모든 공원에 한 가지 특이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벤치를 갖춘 테라스마다 야외 예배를 보는 한인 교회들로 가득 메워집니다. 어제도 예외가 아니라 백인이 많이 사는 동네의 공원임에도 이곳저곳에 기타 치며 찬양하는 소리와 특유의 LA 갈비 굽는 냄새가 넘쳐났습니다.

이민을 가는 동양 3국인을 두고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중국인은 가는 곳마다 음식점을 차리고, 일본인은 말부터 배워 그 나라 국민과 동화되며, 한국인은 교회부터 짓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한국에서 절에 다녔든 무신론자이든 상관없이 함께 모여서 말입니다.

나아가 교인들이 자기 집을 마련하기 전에 교회 건물만은 어떤 수를 써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이 황무하였거늘 너희가 이때에 판벽한 집에 거하는 것이 가하냐?”(학1:4) 성전 건축을 주저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했던 학개 선지자의 이 꾸중은 한국인에겐 해당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님께 칭찬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함께 모여 교제하기를 워낙 좋아하는 기질이 근본적 요인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외적의 침입만 받았던 약소한 민족인지라 한국인에게는 뭉쳐야 산다는 뿌리 깊은 잠재의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그렇게 스스로 약하다고 인정하니까 언어, 문화, 제도, 관습이 전혀 다른 외국에선 절대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가장 수효가 적은 연고로” 택한 이스라엘에서 예수님이 나오게 했고 그 제자들을 유대 땅을 넘어 온 세계로 흩으셨습니다. 지금은 가장 약했던 한국인들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게 합니다. 그 민족성마저 들어 사용하셔서 복음 전파의 역군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족성 또한 따지고 보면 오랜 세월에 걸쳐서 하나님이 역사에 간섭하신 것에 대한 집단적 반응의 소산입니다. 겉으로는 한국인이 특유의 기질 때문에 가는 곳 마다 교회를 세우는 것 같지만 그것조차 하나님의 계획 아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민 오게 된 경위에는 온갖 눈물겨운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흔히 이민 가는 사람만큼 독한 자도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독한 기질이 없다면 낯설고 물이 선 머나먼 이방 땅으로 쉽게 이주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기질 또한 천성으로 물려받았거나 이민 오기 전까지의 하나님이 간섭하신 개인적 체험의 결과입니다. 이민 또한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 아래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가는 곳마다 자기 집보다 교회를 먼저 짓고 때가 되면 반드시 공원으로 나가 야외 예배를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일 따름입니다. 이민 오기 전에 있었던 실패나, 이곳에 와서 여러 가지 힘들고 스트레스 쌓이는 것이나, 또 앞으로 어떤 험난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저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간섭이자 계획인데 어떻게 은혜가 아니며 또 감사를 아낄 수 있겠습니까?

만약 한국에 있었더라면 지금쯤 공원에서 고기 굽는 냄새는 여전히 진동하겠지만 술판에 고성방가가 정신없이 어우러졌을 텐데, 그 대신 기도와 찬송가 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지게 된 것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닐까요? 어떤 이유로든 이민 온 한국인들, 그래서 철따라 LA 전체의 공원을 점령하는 한국인들에게 하나님의 영원한 은혜와 가호가 함께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모든 사람들이 보는 공공 장소에서 때를 불문하고 하나님께 공개적으로 예배드립니다. 세게 어느 민족도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한국인들이 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당연히 복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나 떳떳하며 그 은혜에 참으로 감사했던 어제 하루였습니다.  

5/8/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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