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젊은 나이 때엔 한 그루 대 혹은 소나무이고자 했다. 대쪽 같은 선비를 지향했고 내 지조와 기개를 꺾지 않고 독야청청 하리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살아 왔다. 그 결과 혼자 잘나고 혼자 의롭고 혼자 깨끗한, 하지만 가까이 하기는 싫고 함께 얘기하다 보면 부담스러운 그래 너 잘났다 싶은 그런 사람이 되어 간 듯하다.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나서 비로소 난, 대나 소나무 주위엔 그늘이 없어 다른 풀들이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젠 가지 많고 잎넓은 느티나무가 되기를 소망했다. 내 그늘 아래 많은 풀들이 꽃들이 자라고 새와 다람쥐가 깃들고 그 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쉼을 얻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나를 강직하고 청렴 결백하다고 평해 주기보다 편안하고 푸근하다고 평해 주기를 원했다.
하나님의 그 큰 사랑을 깨달은 지도 어언 십 년이 되어 가는데, 그 동안 그 사랑으로 인해 내가 느티나무로 바뀌었다 싶었는데, 아내의 눈에 비취는 난 여전히 숨막힐 정도로 제 혼자만 잘난 소나무이다. 무슨 소리냐 펄쩍 뛰며 처음엔 아내를 서운해 했는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내 속에 있는 예수님의 거울에 비친 모습도 그러하다.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내 모습이 진정 바뀔꼬?
8. 14.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