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음이 감사한 이유

조회 수 720 추천 수 51 2011.04.06 04:41:08
나이가 예순에 가까워지면서 죽음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삶에 대한 미련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 외려 사도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에게 쓴 편지에서 고백했듯이, 죽으면 천국에 가 주님과 함께 지낼 것이니 빨리 죽어도 좋겠단 생각마저 든다. 다만 남겨질 사람들 생각에 맘이 편치 않을 뿐이다.

거의 여섯 해 전에, 나를 여전히 이 땅에 살려 두시는 까닭이 무얼까 헤아려 본 적이 있다. 우리는 하마트면 죽을 뻔한 경험을 당한 후에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내리쓸며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감사한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내세를 믿지 않은 사람들로선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겠으나, 구원의 확신이 있고 천국 소망을 지닌 나로선 하나님께서 내 육신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까닭이 궁금했었다. 그때 내린 결론은 내가 아직 정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씀대로 살겠노라 노력이라도 하겠다 다짐했었다. (有想 코너 #16 나를 살려 두시는 까닭 2005/6/7 참조) 하지만 지난 여섯 해 동안 실제로 그러한 노력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육 년이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건만, 이렇다 하게 내 보일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동안 두 차례의 갑상선암 제거수술을 통해 내 안에 제거해야 할 영적 암덩어리가 많음을 시사해 주셨음에도, 내 목 속의 암덩어리는 없어졌으나 마음 속의 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더 많이 더 크게 자라지 않도록 겨우 누르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에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죽은 자와 산 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직 내가 살아 있음이 감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확연히 깨달았다. 그것은, 죽은 자에겐 더 이상 없는 기회가 산 자에겐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내 지난, 또는 아직도 저지르고 있는 과오를 반성하고 그 과오로 인한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에게 사과하고, 그 과오에서 돌이켜 선을 행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여지껏 제대로 살지 못 했다면, 제대로 한 번 살아 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또는 여지껏의 삶에 큰 불만 없다 하더라도, 하나님과 내 이웃을 더 적극적으로 사랑하며 살아 볼 기회 말이다. 구사일생하고 기사회생했음에도 그 이후의 삶이 개선은커녕 과오와 후회만 늘어 갈 뿐이라면, 구사일생과 기사회생은 내겐 은혜가 아니라 저주일 뿐이다.

더 이상 내게 또다시 주어진 이 기회를 헛되이 흘려 보내지 말자.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을 욕되게 말자. 어떻게든 나를 살려 보시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거듭 거듭 내게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을 모른 척하지 말자. 어찌 아는가, 혹 내가 한 가지만 제대로 해도 그날로 당신 곁으로 데려가 주실지.

2011년 4월 5일  

정에스더

2011.04.06 12:39:31
*.223.96.197

오래 오래 우리 곁에 계셔서 좋은 얘기 많이 해주세요..히히
저희 할아버지도 아프셔서 저두 늘 암환자를 위해 기도한답니다.
행복, 기쁨 넘치세요!!

정순태

2011.04.07 13:51:06
*.75.152.183

짧은 글이지만
숙연히 생각하다 나갑니다.
늘 잘못과 후회를 반복하는 삶이지만
그래도 다시 주시는 기회로 인하여 소망을 지니게 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원의숙

2011.04.07 18:23:50
*.235.198.62

"차라리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라 그렇게 하고 싶으나"(빌 1:23)

얼마전 이 글을 읽고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고난에 참여하고 그의 죽으심을 본받기까지 푯대를 향해 달려간
바울의 삶이 얼마나 곤비하였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고난은 모든 것에서 바울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도 우리와 같은 심정을 가지고 그렇게 고백함에 말씀 안에서 연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한" 일 때문에 이 땅에 사는 것을 확신했다고 합니다.
바울은 '훨씬 더 좋은 일'보다 '더 유익한 일'과 '자신'이 아닌 '너희'를 위한 것을 알았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울의 존재와 삶의 의미였다고 느껴졌고
또한 하나님의 마음이며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힘을 얻고 제 존재의 의미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우리 곧 지체들의 믿음의 진보와 기쁨을 위하여
집사님의 마음과 삶에 풍성하게 담겨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아낌없이 들려 주시고 나눠 주시길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크고 강한 권능의 손과 펴신 팔이
집사님의 삶을 생명의 능력으로 이끄시고 다스리심을 믿고 기도 드립니다.
우리 모두 집사님의 존귀한 존재로 인해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선우

2011.04.10 17:23:49
*.222.242.101

이 글을 읽으면서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살아있음에 절로 감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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