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짧은 민주주의 역사 속에 아름답지 못한 경험이 무척 많았습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씨도 예외가 아니어서,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평가는 부정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아마도 국민들의 실상과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답변은 ‘그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대통령 주위의 측근 참모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대통령을 과잉보호하였던 것입니다.
  
참모들의 행위를 자신의 지위보장과 출세를 위한 관료주의 및 탐욕이라고 매도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을는지도 모릅니다.

참모 중 일부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가졌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며, 또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대통령으로 보필하겠다는 충정을 지닌 인물도 있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일체의 사심은 물론 자신의 안일과 욕심까지 포기하면서 대통령을 보좌한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에 이르러 당시 참모들을 충성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사실 이 같은 구분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참모들의 진심과는 무관하게, 결과는 ‘인의 장막’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옳은 생각에서 그리하였든 나쁜 생각에서 그리하였든, 대통령은 민의를 제대로 살필 수 없었고, 그 결과는 우리나라의 불행으로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역사적 실패담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겠습니다. 이는 어떤 조직에서든지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크기에 관계없이 지도자에게는 막강한 권한과 힘이 부여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기에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합니다.

하급자 또는 부하가 지도자를 이용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지도자가 진실한 현실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현상을 왜곡시킴으로써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지도자는 이러한 적나라한 인간심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혜안을 지녀야 합니다. 자신을 도와주는 조직원의 건의 내지 보고에 일정 부분의 여유를 반드시 남겨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다시 이 대통령의 경우로 되돌아가 봅니다. 그는 충성을 다하는 참모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궂은 일 마다 않고 최선을 다하는 참모들이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요? 크건 작건, 말 한마디도 소홀히 하지 않고 온 신경을 다 써가며 보좌하는 참모들이 너무나 고마웠을 것입니다.

이제, 지도자의 자질 중에서 필수적인 것 하나를 살펴볼 때가 되었습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자질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장 믿었고 자기의 후계자로까지 생각했던 젊은 장수 마속이 한 순간의 실수로 전쟁에 막심한 피해를 입히자, 울면서 참수형을 집행했던 제갈량의 고사에서 유래된 비정한 결단력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이 결단력은 지도자가 반드시 지녀야 할 필수 덕목입니다.  

그러나 읍참마속은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잘못한 부하를 징계하는 당연한 치리로서, 이는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척결한다는, 다소 소극적 행위입니다.  

저는 진정한 지도자라면 이보다 더욱 엄격한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을 “할고지통”(割股之痛)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라는 뜻으로서, 이는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까지도 유심히 살핀다는, 보다 적극적 행위입니다.

다시 이 대통령의 경우로 돌아가서 정리하고 마치겠습니다.

만약 이 대통령이, 잘못을 저지른 참모는 과감하게 읍참마속의 징계에 처하고, 자신의 눈에 사심없어 보이는 참모들까지 경계하는 할고지통의 통치를 병행했더라면, 아마도 후일의 역사적 평가는 상당히 바뀌었을는지도 모릅니다. 대통령 스스로의 애국심과 건전한 판단에 따라 나라의 장래를 위해 소신껏 국정을 도모했더라면, 우리는 ‘인의 장막에 놀아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그의 이름 앞에 붙이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믿는 무리를 “교회”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으로 부릅니다. 영광스러운 교회에도 이 원리는 적용되어야 하며, 교회 지도자들에게도 이 같은 자질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사가 비록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교회의 지도자이기에, 그의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마련이고, 이들은 응당 목사를 옹호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 대통령의 경우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어집니다.

따라서 불가불 교회의 지도자라는 위상을 부정할 수 없겠기에, 목사는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언행들을 면밀히 살펴서, 성경의 보증을 받지 못하는 면이 발견될 경우, 과감히 거절할 줄 아는(읍참마속을 넘어 할고지통까지 각오하는) 자질이 목사에게 꼭 필요하다는 점을 수긍해야 할 것입니다. 보다 깊이 묵상해 볼 가치가 있는 주제일 것입니다.



❊ 과거 어느 작은 교회의 담임목사가 특정 성도에게 휘둘리며 교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생각했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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