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뜨라.

조회 수 416 추천 수 31 2010.08.18 17: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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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뜨라.


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이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여호와께 예물을 드리려거든 생축 중에서 소나 양으로 예물을 드릴찌니라. 그 제물이 소의 번제이면 흠 없는 수컷으로 회막문에서 여호와 앞에 열납하시도록 드릴찌니라. 그가 번제물의 머리에 안수할찌니 그리하면 열납되어 그를 위하여 속죄가 될 것이라.”(레1:2-4)


레위기는 전반에 제사장과 제사 제도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사 종류가 많고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서 이해는커녕 뭐가 뭔지 정리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모두가 예수님의 대속제사의 표상이기에 십자가의 진리를 제대로 깨달으면 됩니다. 또 어떤 책이든 첫머리에는 가장 중요하거나 전체를 한 마디로 축약한 내용이 주로 나옵니다. 본문을 잘 살펴보면 구약제사의 핵심 요소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죄를 속죄하기 위한 번제(燔祭, Burnt Offering - 제물을 완전히 다 태워 드리는 제사)가 맨 서두에 강조되었습니다. 구약성경의 메시지도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현실적으로 흥왕케 하기보다는 그 죄를 사해 거룩하게 만드시기 원하신다는 뜻입니다.

우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제사를 드릴 수 있다고 합니다.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모든 죄를 다 태워 없애는 제사를 지내라는 것입니다. 죄 지은 자가 하나님 앞에 번제를 지내지 않으면 당장 벌을 받지는 않겠지만, 구약시대는 곧바로 대응되는 벌을 받은 경우도 많았음, 죄의 영향력 아래에서 눌리게 됩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금이 가 사이가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생축(牲畜)을 드려야 했습니다. 단순히 살아 있는 가축의 뜻이 아닙니다. 소나 양을 통째로 무리 중에서 한 마리를 택해서 드려야 했습니다. 한자로도 “살아있다”는 생(生) 대신에 “통째로 제사에 바치는 희생”이라는 의미의 생(牲)으로 번역했습니다. 부정한 시체를 제물로 삼아 하나님께 바칠 수 없습니다. 그분은 더러운 것과는 절대 공존할 수 없습니다. 생축 제물은 예배자 자신이 바로 죽을 죄인이라는 뜻입니다. 통째로 바쳐야 하니까 일부 자기 것으로 남겨둘 수도 없습니다. 죄를 전부 이실직고하고 회개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전부, 생명까지도 하나님의 것이라는 신앙 고백이 따라야 합니다.  
  
흠 없는 수컷으로 바치라고 합니다. 가축 무리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제물을 고르라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도 바로 자기 전부를 대신한다는 의미입니다. 속죄를 위해 하나님 앞에 나올 때는 한두 죄만 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부를 정결케 할 목적이어야 합니다.

무리 중에서 제물을 골라야 하는 것이 죄가 이웃에게서 옮겨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기 죄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더럽혔기에 혹시 이웃에게 미친 죄과가 있다면 그마저 씻어달라는 뜻입니다. 제사가 끝나고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선으로 대하겠다는 헌신의 표시도 됩니다.  
    
회막문 앞에서 여호와 앞에서 열납되도록 드리라고 합니다. 복잡한 절차를 하나도 어기지 말라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식과 내용으로 드리되 특별히 당신께 열납되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회막문에서 드려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회막이란 하나님과 만나는 곳입니다. 그분과의 만남 없이는 아예 그분께 드려지지도 않습니다. 나아가 제사를 드리는 심령이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의 긍휼만 소원해야만 죄 사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의무적, 가식적, 형식적, 기복적 동기라면 아무리 회막문에서 최상의 제물로 드려도 열납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무엇보다 번제를 드리는 본인이 희생 제물의 머리에 안수해야 합니다. 제물에 안수하는 것은 자신의 죄를 제물에 옮기는 죄의 전가(轉嫁)를 의미합니다. 마땅히 죽어야 할 자기 대신에 제물이 그 벌을 받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죄를 대속하는 경우에는 대제사장이 안수하지만(레16:21), 본문은 개인의 죄를 속죄하는 번제의 경우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죄를 자기가 하나 남김없이 기도하면서 희생 제물에게 옮겨야 합니다.

반면에 제물의 피를 제단 사면에 뿌리고, 단위에 제물을 올려 불을 붙이며, 제물의 내장을 씻고 태우는 일 등은 제사장이 맡아서 했습니다. 하나님이 임재하여 제물을 열납하는 신성한 곳을 상징하는 제단을 직접 접촉하는 일은 제사장의 몫이었습니다. 더럽고 추한 죄인은 아무리 제물에 죄를 전가했어도 제단에 직접 나아갈 수 없고 회막문 앞까지만 갈 수 있었습니다. 제사장에게 중보의 특권만 허락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니까 제사장들은 더더욱 하나님 앞에서 항상 성결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겔44:4-31)    

그런데 예배자는 죄의 안수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물을 직접 자기 손으로 죽여야 했습니다.(5절) “그는 또 그 번제 희생의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뜰 것이요”(6절)라고 합니다. 가죽을 벗기고 뼈와 살을 일일이 분리해야 합니다. 내장을 씻는 것은 제사장이 하지만 꺼내는 일은 본인이 해야 합니다. 이미 말한 대로 희생 짐승의 모든 부분 즉, 죄를 하나 남김없이 자신이 하나님께 꺼내놓고 용서를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번제 절차의 핵심은 예배자 본인이 살아 있는 제물에게 안수하고, 직접 죽이고, 가죽을 벗기며 각을 뜬 후에, 완전히 전부를 태워야 하는 것입니다. 껍질을 벗기고 각을 뜨듯이 자기 죄를 하나에서 열까지 절대 숨기지 말고 다 자백해야 합니다. 또 스스로 자신의 전부를 통째로 완전히 죽여야 합니다. 자기 속에 있는 더럽고 추한 것들이 일일이 다 부서지고 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완전히 재가 될 때까지 다 태워져야 합니다.

바로 그럴 때에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가 됩니다. 제물을 아무리 고기와 뼈를 나누며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씻었어도 그 태우는 냄새가 좋을 리는 없습니다. 하나님께 향기롭다고 했습니다. 히브리 원어로는 하나님을 평온하게 하며 만족시키는 냄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제물을 바치는 그 정성을 보고 당신의 진노를 조금 누그러뜨린 정도는 아닙니다. 죄인이 자기 전부를 완전히 태워 바치는 그 심령의 진정성을 보시길 원하시고 또 그런 제사여야만 열납하신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죄인의 완전한 회개 앞에 하나님의 완전한 용서가 임한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이후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습니까? 당신께서 하나님께 영단번(永單番 once for all)의 제물로 드려졌기에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럼 신약 시대 신자에게는 번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러 왔다고 했지 않습니까? 의식만 없어졌지 지금도 그 근본 뜻은 온전하고도 정확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주님은 번제와 똑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전부를 바쳐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다 흘리시며 완전히 죽으셨습니다. 율법을 정말 문자적으로도 완성시킨 최초의 인간 제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죄에 대한 철저한 저주를 다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그분께 향기로운 제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진노 아래 있던 우리가 오히려 그분의 사랑을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자녀가 되는 놀라운 은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은혜 가운데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짓게 되는 죄에 대해선 여전히 번제를 드려야 합니다. 제물 대신 심령을 꺼내서 똑 같은 방식으로 온전히 바치는 번제를 말입니다. 모든 죄의, 특별히 자꾸만 자기가 주인이 되려는 그 사납고 끈질긴 짐승의, 가죽을 벗기고 철저히 뼈와 살을 분리시키며 더러운 내장까지 모두 꺼내 주님의 보혈로 씻어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죄가 얼마나 더럽고 추하며 음흉한지 철두철미 깨달아 죄를 저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서 심령 깊숙이 숨겨져 있는 스스로도 부끄러운 죄까지 모두 꺼내어 태워야 합니다. 이런 심령의 번제를 언제 어디서나 드릴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구약의 번제가 자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8/5/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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