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도박판 가운데 있는가?


“그 일 후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창22:1,2)


노년에 아브라함의 믿음이 아주 성숙해지긴 했지만 외아들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우선 그에게는 여전히 자유의지가 온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나아가 그가 처음 이 명령을 받았을 때부터 결단하고 준비하여 모리아 산에 이르러 이삭을 묶고 칼을 들었을 때까지 제법 많은 시공간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구체적 기록은 없어도 분명히 수많은 고뇌와 갈등이 시종일관 그의 내면을 가득 채웠을 것입니다. 순종하려는 결심이 순간순간 흔들렸을 수도 있고 또 일련의 시험의 현장에 사단의 방해가 없었다고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에 이삭이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라고 물었을 때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이 아팠을 것이며 이쯤에서 그만 돌아가 버릴까라는 망설임이 전혀 없었다고는 아무도 장담 못할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나님 쪽에서 보면 엄청난 도박을 한 셈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그가 순종하지 않으면 믿음의 조상으로 세우려는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어버립니다. 그런데 그 반대로 그가 순순히 명령을 따르면 즉 이삭이 죽으면 그의 후손을 하늘의 뭇별같이 창성케 해주겠다는 약속이 무효화되어버립니다. 나아가 그의 후손 가운데 오실 메시야의 구원도 없어집니다.

하나님으로선 그가 반드시 순종하여 이삭을 죽이되 동시에 이삭이 살아나 인류를 구원할 계획도 계속 이어져야만 했습니다. 아브라함 쪽에선 단순히 순종이냐 거역이냐 둘 중 하나만 택하면 되었지만 하나님은 반드시 아브라함이 순종한 바탕 위에서만 구원 계획이 따로 당신의 방법으로 마련되어져야 했습니다. 만에 하나 그가 거역하면 인류의 미래에는 소망이 없어집니다. 인류 전체를 구속할 계획이 지금 한 노인의 어깨에 온전히 달렸던 것입니다.

물론 아브라함이 그 당시에 온 인류의 운명이 자기 손에 달렸다는 구체적인 인식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삭이 죽으면 하나님의 약속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나를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성취될 것인지. 궁극적으로 내가 차지할 땅은 어디에 있으며 이삭이 물려받을 하나님의 기업은 무엇인지, 아니 그가 죽고 나면 따로 받을 기업조차 없는 것은 아닌지, 온갖 상념들이 교차했을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고민하고 따져 봐도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외면적으로는 주저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거침없이 순종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리 고민해도 모르겠으니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보자는 식의 순종은 아니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백년이 넘는 긴 인생 여정을 통해 축척된 과거의 믿음 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순종이었습니다. 그로선 아무리 이해가 되지 않은 하나님의 명령이라도 그대로 따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무익하고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철두철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 생명보다 더 귀한 외아들을 바치는 이번 경우만은, 정확히는 그의 신앙 여정 전부를 통 털어서, 그의 믿음 외에 또 다른 요소가 분명 작동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 쪽의 믿음 외에 더 보태어질 요소라고는 하나님의 간섭뿐입니다. 그분의 간섭이라고 해서 너무 신비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그는 정말로 하나님을 만났고, 또 정말로 그분으로부터 아주 구체적인 명령을 받았고, 나아가 사흘간 모리아 산을 등정하는 동안에도 그분은 계속 그와 정말로 동행했던 것입니다. 그의 일련의 순종 행위는 오직 하나님이 지금 그 자리에 임재하고 계신다는 확고한 인식 아래 행해졌던 것입니다.

바꿔 말해 아브라함은 자신의 믿음으로 하나님을 붙들고 있는 것과 함께 하나님 또한 그를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신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자기 믿음의 세기와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큰 능력으로 말입니다. 인간 아브라함의 온갖 상념, 의심, 주저, 불신앙을 상쇄하고도 남을 힘이 아니고는 그 순종은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님은 그의 믿음조차 지금껏 붙들어 주셨고 또 그 자리에 이르도록 키워주셨던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믿음과 순종의 관계는 어떠하며, 또 그 둘과 하나님의 역사가 이뤄지는 함수는 어떻게 됩니까? 우선 신자는 자기 주위에 일어나는 범사가 하나님의 온전하고도 거룩한 절대적 주권 하에 이뤄진다는 사실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궁극적 영광이 언젠가는 당신의 방식과 때에 따라 드러나고야 만다는 진리를 확신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신자는 오직 순전한 믿음으로 하나님 그분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분을 붙들려는 측면에 최선을 다해 힘을 경주하긴 하되, 그보다는 그분 쪽에서 자신을 더 강하게 붙들고 있다는 부분에 더 강한 믿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은 신자라도 연약하고 무능하며 어리석고 아직도 죄의 본성이 생생하게 남아 있기에 자기 힘만으로 그분을 붙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분이 신자를 붙들어 주지 않으면 온전히 순종할 수 없고 언제든 넘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것 같은 믿음이 가능하려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온전히 낮추어 죽이고 오직 성령의 인도에 맡기는 길밖에 없습니다. 자기를 대신해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만 묵상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어떤 경우든 하나님의 확실한 임재 아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을 그분의 주권적 권능에만 전적으로 의지해서 해야 합니다.

그런 믿음으로 순종할 때에는 신자 쪽에선 알 수 없어도 그 배후에 하나님의 엄청난 역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명령을 접할수록, 사실은 명령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고 말도 안 되는 환난과 상황에 처할수록, 그분의 더 엄청난 계획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금 한 노인이 정말 갈 바 모르지만 하나님이 지시하는 곳에 순순히 도달했더니 천하 만민이 그를 통해 복을 받았듯이 말입니다.  

다시 말하건대 하나님은 아브라함이 순종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가 완전히 뒤바뀌는 모험을 한 셈입니다. 반면에 그가 순종만 하면 이삭을 대신할 제물을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실 것입니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예비해 놓았습니다. 신자가 자신을 온전히 바치기만 하면 하나님은 더 풍성한 생명으로 인도하십니다. 엄청난 계획을 당신께서 이뤄주십니다. 신자는 그 계획의 구체적 내용을 전혀 몰라도, 심지어 죽을 때까지 전혀 감을 못 잡더라도, 죽음 이후에라도 그 후손을 통해, 그것도 아주 먼 후손을 통해서 이루십니다.  

신자가 하나님의 은혜로운 품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분의 영원한 계획  안에 들어온 것입니다. 예수를 믿어 영생을 얻는 것이 단순히 천국에서 영원토록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까지 이어지는 존재로 바뀌어 그분의 영원한 계획을 실행하는 일군이 된 것입니다. 잘 믿어지지 않습니까? 부활하여 새 하늘과 새 땅에서 그분과 세세토록 왕 노릇하지 않을 것입니까?

요컨대 하나님은 모든 신자에게 지금도 엄청난 도박을 걸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 인간적 기준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으로 엄청난 도박입니다. 또 그 도박이 정말 엄청난 도박이 되도록 더 많은 시험, 도전, 위험, 핍박, 환난을 곳곳에 지뢰처럼 깔아 놓았습니다. 도무지 말도 안 되는 곳으로 이끌고 가시면서 가진 것 모두를, 때로는 생명마저 내놓으라고 요구하십니다. 그러나 정말로 하나님을 자기 인식의 중심에 항상 모시고서 그분이 나보다 더 나를 강하게 붙들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아브라함처럼 백 살에 얻은 외아들마저 주저하지 않고 바칠 수 있으며 하나님은 그 순종을 통해 당신의 엄청난 계획을 반드시 이루십니다.

당신은 하나님과 지금 그런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습니까? 혹시 그런 도박판 가운데 이미 들어와 있다는 사실, 아니 그런 도박판이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알고 있습니까?

3/3/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