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옷을 입은 왕

조회 수 475 추천 수 29 2011.09.21 13:07:59
홍포를 입히고 가시면류관을 이미에 푸욱 씌울 때, 그 이마에선 핏방울이 솟구쳐 올라오고 손엔 갈대를 쥐어줬다가 빼앗았다가 그 갈대로 머리를 때리며 희롱하던 무리들..  그 무리들을 보며 나도 그랬을 것 같다란 생각이 들어 흠칫 놀라게된다.  내가 원했던 왕,  나의 구세주는 그렇게 헐벗지 않을 것 같았고 멋진 금비단 양탄자 위를 번쩍이는 옷을 입고 휘적거리며 걷는 자였을 것이다.  어쩌자고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드려 맞아 살점 살점이 다 헤어지고 피투성이의 몸으로 스스로 왕이라니.. 모두가 외면해 버린 자가 스스로 왕이라니... 나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몰골로 서 있는 자가 왕이라니..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처음 교회 출석하기 시작했을 때 듣게 되었던 십자가 사건 이야기는 나완 상관이 없는 이야기 같았다.  시간이 흐르며  내가 처음부터 죄인이라시니 나는 죄인인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나 대신 죽은 분이 계시다니,  이 우주의 심판자이시며 주인이신 분이 친히 오시어 나 대신 죽으셨다는 생각을 하니 참 송구스러워 몸 둘바를 몰랐었다.  내가 그토록 커다란 죄인이기에 그리 오셔서 그렇게 돌아가신 것이구나 싶어서  성찬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져갔다.  떡이 그 분의 살점이라신다.  포도주가 그 분의 피라신다.  내 죄가 그리도 깊었구나 생각하며 흐느껴 울고 또 죄송하고 미안한 생각에 십자가는 늘 슬픈 이야기로 내 맘에 저미어져 버렸다.  오랜 세월 동안 내가 흘리는 그 눈물과 가슴저미는 죄송스럼이 나의 구주이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잘 이해하고 있다라 생각해 왔다.  나의 죄악의 모양과 색깔을 보진 못하고 그저 슬프고 슬픈 십자가 이야기에 눈물만 흘렸었다.

가야바의 뜰에 스승을 사랑하여 떠나질 못하고 스승을 바라보던 베드로의 심정을 한번 느껴본다.  그토록 사랑해 주셨고 그래서 지켜드리고 싶었던 스승님. 의리없는 제자들은 저 살겠다고 뿔뿔이 도망가 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자신은 스승님을 사랑하기에 멀찌감치에서라도 그 분을 지켜 보고 있음의 자부심은 없었을까?  아직 자신이 얼마나 비겁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그 상황만 안타까와 어쩔 줄을 모르며 안절부절하였을 베드로, 슬프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바라보며 맘 아파하는 자신은 다른 제자들 보다 좀 낫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신앙은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이라 생각되어진다.  베드로의 울음소리,  비겁하게 도망간 제자들을 속으로 흉보며 예수님의 당하시는 고통들을 지켜보며  감정만 슬프고 상황이 슬프고 아프고.....잠시 후 그 곳에서 세번이나 부인하며 예수님을 저주까지 했던 베드로의 통곡, 죄악을 너무도 쉽게 저지르는 자신을 들여다보곤 얼마나 당혹했을까?  우쭐하며 자랑했던 자잘한 그 어떤 것들 조차도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 순간의 그 허망함,  자기에 대한 절망, 자신에 대한 분노... 그 맘은 흐느끼는 통곡 속에서 얼마나 뼈 아프게 아팠을까?  

비단 옷 걸쳐 입고 오셔도 나의 왕이라 쉽게 여겨지지 않았을 그 분, 그런데 온갖 저주와 모욕의 모습으로 가장 수치스런 모습으로 십자가에 돌아가신 그 분이 나의 왕이시라 고백되기까진 베드로처럼 감정의 슬픔만 있었고 그 슬픔이 곧 믿음이라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나를 들여다 보며 스스로에게 화가나고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절망할,  사실은 그동안은 자랑스럽게 여겼던, 오히려 우쭐하였던 것들이 얼마나 냄새나고 추하고 너덜거리는 비루한 모습임이 보여질 때,  너부러져  무너져 내리고... 그러나...  다시 바라보는 예수님의 그 눈빛은, 그 은은한 눈빛은, 그 따사로운 눈빛은...  죽는 그 날까지 보여질 나의 허물어버릴 모습들은 여러 모양으로 다양한 색깔로 하염없이 솟아 오르겠지만 그런 나를 그 사랑 앞에 설 수 있도록까지  이상한 옷을 입으시며 사랑하여 주시는  예수님의  그 사랑이 나를 보듬어 주신다.



이선우

2011.09.22 20:22:13
*.187.102.191

갈수록 은혜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라의 웃음님 글발...ㅎㅎ
목사님께 칼럼 개설 부탁해도 되지 않을까요??^^
귀한 글, 십자가 예수, 그 한량없는 사랑... 감사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진짜 이유” 중국어번역본이 준비되었습니다. master 2023-09-20 1012
공지 신입 회원 환영 인사 [1] master 2020-10-06 1448
공지 (공지) 비영리법인을 설립했습니다. master 2020-05-15 2624
공지 E-book File 의 목록 [3] master 2019-08-23 1848
공지 크레딧카드로 정기소액후원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file master 2019-07-04 5864
공지 소액정기후원회원을 모집합니다. [18] master 2019-02-19 1895
공지 글을 올리려면 로그인 해주십시요/복사 전재하실 때의 원칙 [14] 운영자 2004-09-29 5951
3243 환난은 축복? 사라의 웃음 2011-09-20 488
3242 '지옥 대비용 보험' 가입…? [1] 에클레시아 2011-09-21 408
» 이상한 옷을 입은 왕 [1] 사라의 웃음 2011-09-21 475
3240 생명얻고 구원에 이르는 회개를 하였습니까? 에클레시아 2011-09-22 536
3239 하나님은 (세상도 아니고 주님도 아닌) 이런 상태의 사람을 용납하지 않으십니다 [1] 에클레시아 2011-09-22 482
3238 죄 짐을 못 느끼시나요? [1] 에클레시아 2011-09-22 484
3237 달콤한 죄의 유혹.. [1] 에클레시아 2011-09-22 539
3236 "나를 믿고 열심히 노를 저어라" [4] 에클레시아 2011-09-22 582
3235 외로움 [1] 사라의 웃음 2011-09-23 494
3234 입으로만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자들의 위선 에클레시아 2011-09-23 453
3233 하나님의 오래 참아주심을 멸시해서는 안된다 [1] 에클레시아 2011-09-23 456
3232 자신이 정말로 믿음 안에 있는지 시험하세요! 에클레시아 2011-09-23 459
3231 죄를 가볍게 생각치 않도록 조심하세요! 에클레시아 2011-09-25 426
3230 당신은 죄에 대해 민감한가요? 에클레시아 2011-09-25 502
3229 “제가 잘못했습니다.. 회개합니다!” [1] 에클레시아 2011-09-25 452
3228 회개로의 부르심 에클레시아 2011-09-26 459
3227 기도를 한 뒤에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에클레시아 2011-09-26 458
3226 아이폰의 영적 도전과 위험 에클레시아 2011-09-27 498
3225 절대 지루할수 없는 성경 에클레시아 2011-09-27 483
3224 검을 가진자는... [1] 사라의 웃음 2011-09-27 546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