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하17:7,8)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교인들.

 

 

“이 일은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사 애굽의 왕 바로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신 그 하나님 여호와께 죄를 범하고 또 다른 신들을 경외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쫓아내신 이방 사람의 규례와 이스라엘 여러 왕이 세운 율례를 행하였음이라.”(왕하17:7,8)

 

 

북왕국 이스라엘의 마지막 왕 호세아가 앗수르에게 조공을 바치는 일을 중지하고 애굽에게 도움을 청하는 바람에 앗수르 왕 살만에셀 3세에게 멸망당했습니다.(왕하17:1-6) 호세아가 당시의 국제적인 정치상황에 대한 통찰력이 모자라 어리석은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본문은 그 멸망의 진짜 원인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여호와 하나님께 우상숭배의 죄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선언합니다. 앗수르는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들을 심판할 도구로 쓰임 받았을 뿐입니다. 본문에 따르면 우상숭배에도 두 가지 단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노예로 핍박받던 애굽에서 탈출해놓고 다시 애굽에 의지하려 했습니다. 신자 개인에게 적용하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다시 죄로 타락했던 옛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방 사람의 규례를 적극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고 또 하나만 행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닙니다. 옛 사람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바로 이전에 즐기던 쾌락과 범죄를 다시 행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떠나서 다시 우상숭배의 죄를 범하면 심판하신다는 것은 신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진리입니다. 본문은 신자들이 자신의 현재 믿음을 정말로 심각하게 점검해봐야 할 몇 가지 더 깊은 영적진리를 함의(含意)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방 사람의 규례만 따른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여러 왕이 세운 율례를 행했다고 말합니다. 북왕국으로 떨어져 나간 이스라엘 초대 왕 여로보암이 자기 백성들이 예루살렘 성전에 제사 드림으로 유다로 귀향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사마리아에 우상제단을 짓고 멋대로 제사장을 임명해서 우상숭배를 조장했습니다. 그 후의 여러 북왕국 왕들도 여로보암의 전례를 따랐는데 백성들이 그 죄에 적극 동참했던 것입니다.

 

그럼 어떤 뜻입니까? 백성들이 단순히 현실적 편의 때문에 타락한 지도자들의 거짓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따른 것입니다. 그에 반해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죄를 여로보암 때부터(BC 931) 호세아 멸망 때까지(BC 722) 오래 동안 심판을 유보하면서 인내해주셨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이스라엘이 여호와 신앙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닙니다. 앗수르를 따르다 다시 애굽을 따르려 했던 데에서 보듯이 수시로 자기들이 편한 대로 신들을 골라서 믿었고 여호와도 함께 믿었습니다. 여로보암이 정치적인 독립과 함께 종교적 독립도 이루려고 제단을 건축했으나 하나님의 벌을 받아 단이 갈라지고 재가 쏟아졌습니다. 여로보암 왕도 손이 말라버렸는데 그 심판을 선언한 유다에서 온 하나님의 사람에게 여호와께 기도해서 자기 손을 낫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왕부터 여호와와 우상을 함께 그것도 자기 편의에 따라 수시로 바꿔가며 믿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상기 본문은 여호와가 이전에 직접 베푸신 큰 은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자기들을 애굽에서 탈출시킨 여호와를 버렸다고 합니다. 또 이스라엘 앞에서 여호와가 쫓아낸 이방 사람의 규례를 따른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받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애굽 땅과 이방 사람의 규례는 하나님의 사람이 절대로 따라선 안 되며 만약 따르면 죽음이기에 여호와가 미리 제거해주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것들을 이스라엘이 직접 상대해선 도무지 이길 수 없으니까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베푸신 권능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암환자가 코로나 폐렴에까지 걸려서 죽음만 기다리는데 하나님이 살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죽는 줄을 알고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대면접촉하고 계속 교제한 꼴입니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과 격리되어서 자기 가족과만 지내야 하는데 그러자니 너무 갑갑하고 재미가 없어서 매일 뛰쳐나와서 돌아다니는 꼴입니다.

 

이스라엘이 너무나 어리석고 완악해 보입니까? 과연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혹시라도 우상숭배 죄를 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조각한 신상에 절한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만을 유일한 주인으로 모시고 범사에 전적으로 신뢰 의탁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만 교회에 있고 마음은 세상으로 향한 적이 없습니까? 수시로 자기 편의에 따라 신자인척 불신자인척 한 적은 없습니까?

 

오래 동안 그러면서도 회개는 제대로 하십니까? 새롭게 고치려는 노력을 얼마나 진지하게 하십니까? 영적 나태함에 빠져서 말씀과 기도에 뜸한 바람에 스스로도 이러다 하나님께 벌을 받는 것 아닌가라고 여긴 적은 없습니까? 스스로 성경을 묵상 연구하지 않으니까 지도자들의 잘못된 가르침에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거짓진리인 줄 알고도 현실적 편의 때문에 눈감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나아가 하나님이 과거에 자신에게 베푼 은혜가 너무나 귀하다고 눈물로 감사한 적이 여러 번 있으면서도 수시로 그분을 거역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물론 구약의 스토리는 십자가 구원의 예표이고 상기 말씀도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대상으로 하는 심판입니다. 구원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이뤄집니다. 예수 믿은 후에도 죄를 짓기 마련이고 그런다고 구원이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신이 어떤 신분이 되었는지 절감하고 있다면 오래 동안 영적으로 게으르거나 죽어있는 상태로 남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성령이 내주하기에, 아니 그 전에 거듭났기에 옛사람으로 돌아갈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상기 말씀은 하나님으로선 당신의 백성이 당신을 거역할 수 있는 모든 근거와 이유와 필요를 다 제거해주었는데도 우상을 아주 오랫동안 따랐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해 그분만 따르면 다른 모든 것을 그 분이 책임져 주신다는 데도 그분이 주시는 것이 싫었다는 뜻입니다. 북왕국 백성들로선 입이 열 개라도 나라의 멸망에 대해 여호와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방을 따른 것은 이방이 가진 것들이 더 풍요롭고 화려하고 신나고 재미있어 보였다는 뜻입니다. 이 또한 바꿔 말하면 하나님과 교제 동행하는 일에 참 기쁨과 만족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시84:10)가 매일 매순간의 진정한 고백이어야 참 신자라는 뜻입니다.

 

6/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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