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사에 감사하라”(살전5:18)
신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이 말씀을 계명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즉 신자 쪽 입장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목표 중의 하나로 간주해 진정한 감사가 나오지 않는데도 하나님의 명령이니까 억지로 의지를 동원해서라도 감사해야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도 필요하고 때때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자라도 일년 365일 잊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모든 성경 말씀을 읽을 때 그러해야 하듯이 이 말씀도 하나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신자에게 명령으로 하신 말씀이겠습니까? 그래서 신자가 억지로라도 감사하면 그것이 기특해서 하나님이 복을 더 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성경 말씀이, 아니 하나님이 좀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닐까요?
하나님이 범사에 감사하라고 명한 것은 사람이 범사에 감사하는 것이 어지간해선 잘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말씀입니다. 추수기에 수확이 풍성한데 감사 못하는 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박이나 가뭄으로 그 동안 피땀 흘린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고 작물에 피해가 막심했을 때에도 감사할 수 있는 자는 아무리 신자라도 드뭅니다.
그렇지만 그 일을 두고 억지로라도 감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신자의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그런 예상치 않은 불행이 있을 때에 과연 그 일의 배경에 하나님이 계시겠는가 안 계시겠는가를 심각하게 따져 보라는 것입니다. 만약 계시다면 하나님이 심술로, 기분 내키는 대로, 혹은 심판으로, 아니면 아무 계획도 없이 방치하여 그 일이 일어나게 했겠는가를 따져 보라는 것입니다. 설혹 신자의 죄에 대한 징계의 뜻으로 불행이 있었다 해도 그 안에는 당신만의 선한 뜻이 있는지 없는지, 그래서 합력하여 선으로 이루고 결국은 신자에게 유익이 되며 당신의 영광이 드러날 것에 대한 확신이 있느냐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범사(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감사하려 해선 진정으로 감사하기 힘듭니다. 당장 눈 앞에 불행한 일이 그치지 않고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데 어떻게 감사가 아무 가식 없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범사의 배경에 있는 하나님을 보고, 더 정확하게는 그분의 선하심을 묵상해 보라는 것입니다. 요컨대 신자의 감사의 대상은 창고에 가득 쌓인 곡식이 아니라 하나님 당신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감사하는 대상을 범사에서 하나님으로 바꾸지 않고는 범사에 감사가 안 됩니다.
하나님은 신자를 떠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이후로는 결코 혼자 버려두지 않습니다. 신자가 땅 끝까지 가고 세상 끝 날까지 살아도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그분이 함께 하십니다. 그분은 절대적으로 선하시고 아무 조건 없이 신자를 영원토록 사랑하십니다. 범사에 감사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경우에 처하든 하나님 당신을 송축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신자에게 감사 할 일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찬양드리는 일만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금 도저히 감사할 형편이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 좀더 나아지면 감사 헌금도 많이 하고 교회 중직도 맡겠습니다”라는 마음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찬양 드리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히 지금까지는 찬양이 모자랐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기왕에 지나간 일은 접어두고 지금부터라도 더 찬양하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지금 당장에, 환난 중에라도 바로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것입니다.
영국 속담에 “감사는 과거에 주어지는 덕행이라기보다 미래를 살찌게 하는 행위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일어난 좋은 일에만 감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무슨 일에든 감사를 하면 인생이 바뀌어진다는 뜻입니다. 혹시 아직도 범사에 감사를 했으니 하나님이 장래에 복 주시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금 현재는 도저히 감사할 거리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언젠가는 하나님의 선한 뜻이 반드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밝은 미래는 지금부터 범사에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있다고 확신하여서 그 뜻을 자꾸 겸손히 묻는 자에게만 나타나지 무조건 감사했다고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면서 신자들이 그렇게 잘 못할 줄 알아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도 함께 권면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선한 뜻이 무엇인지 기도로 계속 묻는 자는 현재의 고통에 대한 그분의 뜻을 미래에 발견하게 되지만, 그런 기도가 없는 자는 선한 뜻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래에도 하나님의 선한 뜻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단순히 고통이 겨우 끝났는가 보다 정도의 인식밖에 못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진정한 감사가 아니라 형식적인 감사만 하게 되고 범사에 감사하는 것과도 점차 더 멀어집니다.
사방팔방이 막혀 도저히 출구가 없어 보일 때라도, 고통이 너무 심해 눈물마저 메말라 버린 환난 때라도 그분의 선한 뜻을 확신하는 자만이 범사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려 해선 믿음과 상관 없이 금방 지쳐 나가 떨어집니다. 하나님만 자꾸 묵상하십시오. 호흡이 있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바라보십시오. 한걸음 한걸음씩 그 분께 가까이 가기만을 소원하십시오. 그러면 지금 당장의 고통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미래가 너무나 아름답고도 풍성하게 바뀔 것입니다.
1/11/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