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이해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많은 신자들이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냥 믿어 버립니다. 그러면서 그것이 좋은 믿음, 진짜 믿음이라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이해 없이 믿는다는 것은 글자나 단어의 뜻을 모르면서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글자를 알아야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바로 알아야 하나님과 일대일의 관계 속에서 참된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해 또한 믿음을 향한 여정의 시작일 뿐입니다. 즉, 이해와 믿음은 결코 동의어가 아닌데도 많은 신자와 교사, 신학자들이 다만 성경의 진술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그칩니다. 이해하고 동의했으므로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이 새 생명의 씨앗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과, 그 씨앗이 마음밭에 뿌려져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내 안에 거하라고 거듭거듭 강조하신 것입니다.
성경을 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성경에 기록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고, 나아가 다른 이를 납득시킬만한 지식을 갖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을 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성경에 기록된 모든 이야기가 나 자신의 죄에 관해 말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은 오직 악할 뿐이라는 것을 참으로 알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만일 성경을 이해했다고 하면서 자신의 비참한 참모습을 똑바로 알지 못한다면 나는 성경을 헛되이 읽고 있는 것입니다.
결코 외면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스스로의 참담한 처지를 진실로 깨닫고 절망한 자에게만 말씀은 씨앗이 됩니다. 자신에게 어떤 희망도 남아 있지 않다는 진리를 참으로 아는 자만이 자기를 부인하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철학적 궤변이나 논리 따위로 성경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생명과는 아무 관계없는 종교놀음일 뿐입니다.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면 하나님 앞에 온전히 엎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의 의지로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행하고 계심을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게서 나오는 것은 오직 죄와 악일 뿐이기에 피하고 싶은 모든 고통과 환난이 실은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시는 가장 좋은 은혜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창조주의 무한한 권능과 한없는 긍휼, 창조주인 당신 자신을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시는, 우리로서는 도무지 상상조차할 수 없는 사랑과 은혜 앞에 완전히 항복하게 됩니다.
그것이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