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목사님들이 사탄이 사람들을 충동해서 십자가 사건을 유발했던 것은 (비록 그마저도 하나님의 작정, 주권, 계획 안에 있었지만) 예수님이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메시아 사역이 중단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사탄의 계획을 수포로 만드셨고 사탄은 사흘후에야 닭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라는 식의 설명이다.
그러나 사탄이 의도한바가 정말로 예수님의 죽음이었을까? 예수님은 이미 세 번씩이나 자신이 죽으시고 부활하실것이라고 아주 명료하게 설명하시고 예고하셨다. 심지어 그럴 권능이 능히 있으심을 보여주시며 나사로를 살리시는 기적까지 공공연하게 보이셨다. 나사로 말고도 그분이 죽음에서 일으키신 이는 그야말로 한 트럭이다.
사탄이 정말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할것임을 몰랐을까? 인간인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을 믿지 못했으나 영적 존재인 마귀마저 그걸 몰랐을까? 물론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아는 입장이기에 마귀의 착각이 어리석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악령들은 예수님의 공사역 초기부터 그분이 하나님이심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봤다. 그들은 능히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실수 있음을 믿고 알았을것이다. (야고보서의 저자는 그래서 마귀들이 지식적인 믿음으로는 인간 신자보다 더 해박하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베드로는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듣고 그분께 강권하여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주님은 일말의 지체도 없이 베드로를 향해 사탄이라 꾸짖으셨다. 단순히 자신의 반대자(adversary)라는 의미로 경고하시려 하셨을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베드로가 이 순간 인간적인 의에 사로잡혀 마귀에게 이용당했다고 믿는다.
고로 마귀는 주님의 십자가 성취를 방해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그런데 분명히 가룟유다부터 시작해서 종교 지도자들과 민중과 로마 법정을 선도한 주범이자 퍼펫마스터는 사탄이다. 심지어 요한복음에 따르면 사탄이 유다 안으로 들어갔다고까지 나온다. 사탄은 왜 자충수를 둔것인가. 단순히 그가 어리석고 미련해서? 그럴리는 없다. 그는 오히려 피조물 가운데서는 최고로 똑똑하다. 그의 의도는 다른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탄이 원하던바는 예수님께서 온갖 수난과 상처 끝에 실망하여 제자들을, 유대인들과 이스라엘을, 인류를 저버리는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폭풍도 잠재우신 주님께서 고작 십자가 형틀하나 못 내려오실리는 없다. 그분이 원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상처를 완치하신 뒤 군중들과 종교지도자들과 군대들을 제압했을 것이다. 그분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로마 제국은 먼지가 될수 있었다. 그분은 감히 하나님이신 자신을 능멸하고 벗기고 고문하고 침뱉고 신성모독하고 죽이려한 인간들을 능히 즉결처분하실 수 있었다. 그리고 감히 대적한 로마와 메시아이신 자신을 배반한 배은망덕한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릴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인류에게 환멸과 배신감을 느끼고 인류마저 지옥에 보내버리실수도 있었다. 그분의 거룩한 공의와 진노에 비춰볼때 위의 처분들은 지극히 합당하고 받아 마땅한 것들이었다.
사탄은 그분께 그럴힘이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도리어 주께서 그렇게 진노하시는 것이 사탄의 진짜 속내였을것이다. 그래서 사탄은 '네가 구원자라면 십자가 위에서 내려와봐라' 라고 도발했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도발이었다. 잠든 사자를 분노하게 만드려고 콧털을 뽑고 털을 뽑으며 자극하듯, 사탄은 하나님의 진노를 유발하고자 인간들을 겁도 없이 하나님께 폭행과 모욕과 배신을 하도록 유발했다. 열두 제자 중 하나를 배반자로 사용한것도 주님께 더 큰 절망감과 마음의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사탄은 광야에서의 세 시험에 이어 마지막 네 번째 시험으로서 예수님의 분노를 유도해내려했으리라. 그분이 참다참다 못해 바둑판을 뒤엎고 하나님으로서의 거룩한 권능과 분노를 퍼붓기를 바랐으리라. 마치 발람이 바알브올 사건을 획책하여 이스라엘이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심판받도록 유도했던 것처럼.
주님께서 공의대로 인간에게 행하셨다면 십자가 계획은 뒤집어지고 그 즉시 이스라엘은 전멸했을것이며 우리에게도 소망이 없었을것이다.정작 사탄의 기대가 엎어진 부분은, 하나님이신 주님께서 반항 한번 안 하고 끝까지 무력하게 죽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내심 마귀들은 주님이 판을 엎으시기를 바라며 조마조마 기다렸을 것 같다.
그런데 주님은 정말 아무 힘도 안 쓰시고 죽으셨다. 도리어 그분의 공의로운 심판의 권능을, 지옥불의 무게를 자기 자신 위에 쏟으셨다. 그분이 죽는 순간 마귀는 아뿔싸하고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어째서일까? 어떻게 저런 악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도저히 참기힘든 신성모독을 당하고도 저런 죄인들을 용서할수가 있지?'
마귀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거룩하고 위대한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멍청해서 자기꾀에 당한것이 아니라 사랑을 몰라 패한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
주님, 마땅히 죽어야 했던 그 군중들과 저를 즉결처분하시지 않은 당신의 사랑 앞에서 아무말도 감히 꺼낼수 없습니다. 당신의 사랑 안에 제가 사로잡히고 당신의 소유로서 당신을 위해 살수있도록 이 어리석은 죄인을 변화시켜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지적 정말 감사합니다. 목사님.
생각해보니 인류 전체의 심판까지는 사탄 자신으로서도 위험한 도박이었을 것 같습니다. 마귀도 거기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을려나요? 제 의견도 어디까지나 팩트가 아닌 추측에 불과하니 사탄 자신의 속 마음을 어찌 알겠냐만은.... 사탄으로서는 주님이 구속의 사역을 중도에 포기하셔서 이도저도 아닌 교착 상태로 남기를 바랐다 정도가 합리적인 추측 같습니다. 그저 배반한 제자들과 유대인들을 처벌하시는 결말 정도면 사탄으로서는 남는 장사였으리라 기대했을것 같고, 그렇게까지 가진 않더라도 주님께서 입으신 인성의 연약함을 파고들어 그분이 낙심하여 죽으심을 그만두고 십자가에서 내려오게 만든다면 사탄으로서는 충분한 성공이라 기대했을 것 같습니다. 그로서도 나름 대단히 치밀한 잔꾀와 대범한 도박수를 두지 않았을까요? 그래봤자 예수님 계획 안에 있었지만요.
(그런데 만일 정말로 사탄이 인류가 주님께 보복당해 멸망당하기를 바랐다면... 그의 추악한 정신세계를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어차피 자신과 귀신들의 멸망은 불가피한 확정 운명인것을 알기에 이왕 죽을바에는 온 인류와 함께 같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가미카제 자폭을 원하지 않았을까요? 그것만으로도 하나님께 복수가 될테니까요)
어느쪽이건 사탄은 수난을 통해 주님을 심리적으로 몰아가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승리의 입성 당시까지만 해도 주님은 거의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인기와 사랑을 누리고 있었습니다(참 신앙은 아니었지만요) 오로지 종교지도자들만 예수님을 극렬히 미워했고 그분을 죽이려했습니다. 앞서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시겠다고 제자들에게 선포는 하셨지만 아직 대중의 인기와 제자들의 정치적 지지는 주님편에 있었습니다. 사탄은 생각하기를 '예수가 죽고 부활하겠다고 예고는 했다. 하지만 막상 그 수난의 일이 닥쳤을때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고 돕던 이들마저 배신하여 예상외의 큰 상처를 받는다면 그도 인간의 연약함을 지니고 있기에 회의감을 느끼고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고 계획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주님은 그 배신들마저 다 알고도 그 아픔과 슬픔을 끝까지 짊어지셨습니다.
제 의견을 납득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주님이 통분해하며(격노하면서 울었다는 뜻임) 우셨습니다. 예수님이 우셨다는 유일한 명시적 기록입니다. (기록은 안 되었어도 속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우셨을 것이며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 때도 그랬을 것입니다.) 나사로를 곧바로 되살릴 예정임에도 그렇게 모든 이가 보고 들리도록 우셨던 까닭은 인간이 사탄에 넘어간 죄의 삯으로 죽음을 당하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나며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저주하며 분노를 퍼부을 대상은 사탄과 그 흑암의 세력들뿐입니다. 당신과 원수된 인간을 위해서 죽기까지 사랑했습니다. 이는 사탄에게 훼방받을 차원이 절대로 아닙니다. 공사역 중에 유대종교 지도자들에게는 유일하게 저주하셨어도 구원으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그들이 오히려 소경이 되어서 백성들을 소경으로 만들어 함께 멸망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에 저들이 자기가 하는 짓을 모르니 용서해달라고 성부 하나님께 기도하셨습니다. 당신께서 십자가에 죽으실 것은 태초부터 삼위 하나님이 확고히 세운 계획이며 스스로 기꺼이 능동적으로 골고다에 오르시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마침 지난 주 설교에도 밝혔음), 사탄의 모략은 광야의 시험에 나와 있습니다. 예수님 인성에 따른 개인적인 믿음만 시험한 것이 아닙니다. 신성에 따른 메시아 사역에 대한 시험과 훼방의 의미가 더 큽니다. 그 모든 훼방이 실패하자 생각을 바꿔 먹었는데 이런 사탄의 모략에 대해선 여유가 나면 자세한 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은혜로우신 묵상 나눠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샬롬!
예수님은 인간은 물론 자기 제자들 전부가 등질 것을 이미 다 아셨습니다. 베드로의 배신을 예고했고 그가 세번 부인할 때에 주님은 아무 말 않으시고 그윽히 쳐다만 보셨습니다. 그 눈길을 보자 베드로는 뛰어나가서 자기 존재 전부를 거는 통곡을 했습니다. 주님은 마지막까지 죄인의 구원을 위해서 당신만의 사랑을 베푸셨습니다. 예수님이 마지막 순간에 인간의 배신으로 상처 받아 심리적 고통도 느꼈겠지만 나사로의 경우처럼 사탄에 대한 분노와 그에 미혹되어 있는 인간의 상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만에 하나 사탄이 그마저 즉, 예수님에게 심리적 타격이라도 주어서 조금이라도 분풀이 하겠다고 계획했다면 그보다 더 큰 착각과 어리석음은 없을 것입니다.
부족한 의견에 첨언을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주제는 전부터 궁금했었던 난제였습니다. 십자가 사건과 관련해서 유독 (무대 배후에 있던) 사탄의 의도와 계획이 모순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무지몽매하게 농락당한 인간들이나, 반대로 전지전능하게 모든 일을 계획하고 주관하신 하나님과 예수님의 입장은 명료히 이해가 되지만, 마귀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이니까요. (그는 영리하면서도 동시에 비합리적일때가 많습니다. 예수님 사건도 그렇고 종말의 짐승 때도 그럴 예정입니다. 하나님께서 뻔히 예언을 밝히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제발로 그 운명에 기어들어가 예언 성취의 도구로 쓰이는것처럼 보일때가 많습니다. 이 역시 하나님의 섭리 덕분이겠죠?)
언젠가 관련주제로 해석 글을 써주신다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기대됩니다.
사탄이 아무리 지혜가 있어도, 아무리 십자가에 못 박히지 못하게 하고 싶어도 하나님 하시고자 하는 의도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 손바닥 안이지요.
십자가 사건안에서 사탄도 하나의 쓰이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사탄이 우리보다 훨씬 똑똑한 것 같아도 태생이 우리보다 못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피조물 중 유일하게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든 존재가 바로 인간이지요.
선악과 사건 이후 아담과 하와에게는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보시지만 뱀에게는 회개의 기회없이 바로 벌하셨습니다.
이미 창세 전에 한 번의 범죄로 영원히 어둠에 갇힌 존재일 뿐이지요
사탄이 십자가 사건에서 어떻게 하려 했는가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시고자 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하나님의 의도하신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요.
다만 슬피 울며 이를 갈 뿐 입니다.
피스님 전체적으로 은혜롭고 참조할만한 의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네 번째 시험으로서 예수님의 분노를 유도해내려했으리라. 그분이 참다참다 못해 바둑판을 뒤엎고 하나님으로서의 거룩한 권능과 분노를 퍼붓기를 바랐으리라."
하나님이 인류를 심판할 때는 반드시 사탄과 그 졸개들도 멸하실 것을 사탄은 알고 있었는데(마8:28, 눅8:31) 과연 그렇게 원했을까요? 이 점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