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12:23-25) 책의 서문을 잘 쓰고 있는가?

조회 수 571 추천 수 20 2011.04.23 03: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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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문을 잘 쓰고 있는가?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인자의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요12:23-25)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온 헬라인 몇이 예수님을 뵙고 싶다고 제자들에게 청했습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예수님은 내가 곧 죽을 것이며 그래야 영광을 얻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어서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26절)고 했으니 그들도 당신처럼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헬라인이 예수님께 배운 첫 교훈이 “이 땅에서의 생명은 미워하고 죽여라”는 것이 되었습니다.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젊은 유대 랍비에게 뭔가 소중한 인생의 지혜를 배우러 왔다가 오히려 죽으라고 하니 참 당황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오늘날의 신자도 이런 뜻을 강조하는 설교를 듣게 되면 조금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이 땅에서의 삶은 정말 아무 의미와 가치가 없기에 주님의 일을 하다 순교해야만 가장 큰 보람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 그래서 현재의 삶에서 자기 주변 몇 사람 돌보는 정도로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으면 뭔가 잘못된 신앙처럼 여겨집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얻을 영광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오류입니다. 그 영광은 둘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그 중 하나로만 해석 적용합니다. 첫째 영광은 물론 십자가로 이 땅에 오신 목적인 구원사역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죄와 사망과 사단에 묶여 있던 인류에게 영생을 얻는 길을 당신의 죽음으로 활짝 연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도 주님을 닮아 불신자 이웃을 위해 죽기까지 희생하여 섬기며 구원으로 초대하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땅의 모든 것은 무익하고 썩어 없어질 뿐이므로 모든 미련을 끊고 천국의 상급만 소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래야 하지만 그렇게만 이해하면 크게 부족합니다. 주님이 얻으시는 또 다른 영광을 간과한 것입니다.

주님은 십자가에 죽을 것이지만 부활하여 승천하심으로 원래의 하나님 본체로 돌아가실 것입니다. 천국에서의 영광을 되찾을 것입니다. 비천한 인간의 몸으로 오시어 죄 없는 완전하고도 유일한 인자의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인자의 역할은 끝이 났습니다. 이제 인자가 하나님의 영광을 얻을 때가 온 것입니다. 이것이 둘째, 아니 예수님 본연의 영광입니다.

신자 또한 주님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하여 죽기까지 주의 일을 하는 것도 큰 영광이지만, 이미 그분의 십자가 은혜 안에 들어와 있기에 영광스런 존재가 되었습니다. 천국에 입성하는 티켓을 발부 받아 쥐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궁핍하고, 더 중요하게는 죄에 찌들어 있는 모습일지라도 천국 영광 안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전자의 영광인 십자가 죽음은 당신께서 행하신 사역을 의미합니다. 후자인 하나님 본체로서의 영광은 주님이 원래부터 소지하고 있던 신분입니다. 신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땅에서 행해야 할 사역의 영광이 있고, 또 예수를 믿어 이미 획득한 신분상의 영광도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거의 모든 신자가 전자에만 모든 신앙생활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지할 것은 주님이 행하신 사역은 당신께서 하나님이라는 신분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창세전부터 세워진 구원 계획에 따라 성육신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신 것입니다. 한 위대한 인간이 십자가에 죽음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가진 원래의 영광을 모든 인간이 볼 수 있도록 십자가에 실현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자도 천국의 영광을 이미 소지하고 있기에 죽기까지 충성하여 그 영광을 실제 삶에서 불신자들이 가시적으로 보이게끔 구현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주님이 신자더러 당신을 닮아 한 알의 밀알로 땅에 떨어져 썩어 없어지라는 권면이 선행 혹은 전도에 최대한의 희생을 감수하며 충성하라는 일방적 독단적 명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생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면 그 영광이 너무나 엄청나고 찬란하기에 감추려야 도무지 감출 수 없고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비록 썩어질 육신을 입었지만 그리스도라는 찬란한 보배를 속에 모시고 사는 자라는 것입니다.  

자기 생명을 미워하라는 것도 이 땅이 전혀 가치가 없기에 천국만 소망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땅의 삶에 비해 천국에서 누릴 영광이 말할 수 없이 너무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나중 삶보다 지금 삶을 더 좋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천국 안에 이미 들어온 자처럼 살라는 것입니다. 이 땅의 삶은 가치가 제로이고 천국은 무한대라는 뜻이 아닙니다. 신자가 된 후로는 하늘의 영원한 가치를 가져다가 이 땅에다 심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이 땅의 생명은 대하소설의 서문(序文)이나, 장엄한 교향곡의 서곡(prelude)과 같다는 것입니다. 비록 짧고 간단해도 동일한 작가에 의해 동일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도록 저작된 것입니다. 전편(全篇)에 드러날 스토리나 주제를 일부씩 다 맛보게끔 만든 것입니다. 본편은 동일한 모티브를 활용해 더 깊고 넓고 길어지는 것입니다.

서문과 서곡이 본편을 만들지 않습니다. 본편의 일부가 발췌 인용된 것이 그것입니다. 신자로 신분이 바뀐 이상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삶이 기꺼이 원하든, 원치 않던 시작되는 것입니다. 천국의 본편이 이 땅의 서문에 가장 풍성하고 아름답게 드러나려면 썩는 밀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으로 그러지 않으면 신자의 손해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또 그것이 보기에 너무나 안타까우신 하나님은 참 신자라면 반드시 그 자리에까지 이끌고 갈 것입니다.  

가만히 따져 보십시오. 예수님을 모시고 살게 된 이 땅의 삶이 어찌 아무 가치와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까? 이 땅의 생명을 미워하려면 당장 죽는 것이 최선입니다. 죽기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불신자 앞에 그리스도의 빛을 드러낼 이유도 전혀 없습니다. 이 땅에서의 삶은 정말로 아름답고 고귀한 것입니다. 심지어 예수 없이 단지 생명을 유지하면서 살아있다는 것만도 그러합니다. 하나님이 만드셨고 그분의 절대적 통치 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불신자는 그런 영광을 전혀 알지 못하기에 불쌍하고 비참한 인생으로 결말지어질 뿐입니다.  

예수님을 보배로 모시고 있는 신자는 너무나도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의 걸작으로서 그분이 완벽하게 마련해주는 여정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이미 덧입고 있습니다. 예수 후의 삶은 아무리 작은 말과 행동이라 해도 세상 앞에는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며, 하나님께는 이미 얻은 영광을 되돌려드리는 것입니다.

신자는 인생을 허비할 틈이 없습니다. 죄와 허물로 더럽힐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비록 주변 몇 사람을 위해 겨우겨우 살아가는 것 같아도 주님의 은혜와 권능은 얼마든지 넘칠 수 있습니다. 자기를 부인하며 주님이 맡긴 십자가를 지고 간다면 말입니다. 즉, 바로 그 몇 사람의 진정한 유익을 위해 아무리 하찮고 일상적인 일이라도 정말로 최선을 다해 헌신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라고 했지, “이 세상을” 혹은, “이 세상의 생명”을 미워하라고 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4/22/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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