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올린 글과 같이

 

제가 몇 년 전 야곱과 창세기를 묵상하면서 적어봤던 글입니다. 

 

햇수를 보니 4년 전이군요. 가볍게 지나가기보다는 묵상하고 생각하다보니 글로 정리해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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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편의 사랑을 갈구했던 여인, 레아]
창세기에 보면, 야곱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있었다. 레아와 라헬이다.
처음부터 야곱이 사랑했던 여인은 라헬이었다. 그는 라헬을 아내로 삼기 위해 외삼촌 라반 밑에서 7년을 봉사했다. 하지만 라반의 속임수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아닌 그 언니, 레아와 동침하고 만다. 이 후,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 라반 밑에서 다시 7년 간의 고생을 한다. 성경 어디를 찾아봐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이렇게 자신을 헌신한 사람은 야곱이 유일하다. 심지어 그는 '7년을 하루같이' 여길 정도로 일했다. 정말로 라헬을 사랑한 것이다.
하지만 라반의 이러한 수작은 자신의 큰 딸, 레아를 평생에 걸쳐 불행하게 만든다. 성경에 보면, 레아와 라헬에 대한 외양을 묘사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 레아는 시력이 약하며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성서학자들은 '시력이 약하다' 라는 구절은, 얼굴이 예쁘지 않다는 말로 해석한다. 위의 구절 바로 뒤에 나오는 구절이 '야곱이 라엘을 더 사랑하더라' 라고 나온다. 자연스러게 이어서 읽어보면,
라헬이 레아보다 예뻤고, 그래서 야곱은 라헬을 사랑하였다
라는 말이 된다. 라헬까지 아내로 얻은 후, 나온 성경 구절에서
'야곱은 레아보다 라헬을 사랑하니' ,
'하나님께서는 레아가 사랑 받지 못함을 보시고 태를 열어 주시더라
라는 구절에서 대놓고 야곱이 라헬을 얼마나 사랑한지를, 그리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레아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남편의 사랑을 받기 위한 레아의 마음은 그의 아들들의 이름의 뜻에서 드러난다. 그녀가 낳은 아들인 르우벤, 시므온, 유다, 스불론 등의 아들을의 이름의 뜻은 온통 '아들을 낳았으니 이제 남편이 나를 사랑할거야' . '이제는 남편과 연합하겠지' '이제 6명이나 아들을 낳았으니 남편이 나를 돌아볼것이라'
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아파온다. 이에 반해 라헬은 자식을 낳지 못한다. 사실 야곱의 편애를 대놓고 받은 라헬이건만, 자식을 낳지 못하여 언니인 레아를 계속 질투한다.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속설을 지닌 '화합채'를 르우벤이 레아에게 구해줬을 때, 라헬을 그 화합채의 소유권을 요구한다. 이에 레아가 억울해하며 ' 내 남편도 뺏더니 이제는 이 화합채마저 뺏으려고 하느냐' 라고 했을 때, 남편을 '빼았겼다' 라는 표현에서 실질적으로 야곱의 마음이 자신에게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라헬은 뻔뻔하게도 이 때 '대신 오늘 야곱을 하룻밤 너와 자게 해주겠다' 라는 말을 한다. 당시 사회에서 아들을 많이 낳았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집안의 발언권도 강한게 일반적인 풍습이었다. 그뿐
만 아니라 레아는 야곱의 첫째 부인이자 손위 언니이기도 했다. 어느 면에서 보나 라헬은 레아에게 지위적으로 더 나을 수가 없는 것인데, 레아가 찍소리도 못했다는 것은 집안 내에서 야곱이 얼마나 라헬을 편애했으면 레아가 이런식으로 막나오는지 알 수 있다.
그날 밤, 야곱이 돌아왔을 때 레아가 '내게 오라. 내가 내 아들의 화합채로 당신을 샀노라' 라는 구절은 그래서 더 코 끝이 찡해진다.
이에 반해 라헬은 평생 자식을 요셉, 그리고 베냐민 둘 밖에 낳지 못했는데, 그마저도 베냐민의 출산 중에 그녀는 사망을 하게 된다. 이에 요셉은 직접 라헬의 묘비를 세워준다. 죽는 순간까지도 야곱에게 있어서 진짜 사랑은 라헬 뿐이었던 것이었다.
라헬의 아들인 요셉과 베냐민은 또 다시 야곱의 편애의 대상이 된다.
야곱이 얼마나 라헬을 사랑했는지, 나중에 총리가 된 요셉을 다시 만나고도 또 하는 말이 '너희 어머니 라헬은....'이라는 말로 시작을 한다.
야곱의 입장에서 보면 원래부터 사랑했던 여인은 라헬이었으며, 레아와의 결혼은 '원치 않는 결혼' 이었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야곱이 본래 사랑하지 않았던 레아를 홀대하고 사랑을 주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레아의 입장에서 보면 한 평생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가슴에 한이 되었지 않을까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여호와를 의지하여, 낳은 아들의 뜻에 항상 여호와에 대한 감사함을 추가하였는지도 모른다. 이에 비해 라헬은 남편인 야곱의 사랑을 극진히 받아서 남편과 언니에게 떼도 쓰고, 자살 하겠다고 난리 친 적도 있으며, 남편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많이 가진 언니를 질투하였다.
이 땅에서의 삶은 레아의 불행/라헬의 행복 이었겠지만, 하나님께서 더 사랑하신 것은 레아가 아니었나 한다.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은 아니겠지만, 편애를 받는 대상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홀대를 직접 느꼈을 때는 정말 '아..나는 여기 왜 있지...'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데, 그런 생각을 평생 느끼며 외로웠을 레아를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사실 아버지 라반의 욕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한 사람의 악행이 다른 이들을 얼마나 불행으로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모든 행동을 할 때, 다른 이들을 실족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창세기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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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과 감상에 대해 지나치게 인간적이어서 이런 식으로 성경의 인물을 접근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는것인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이를 떠나서 성경의 개별 인물의 인생사나 배경을 생각하면서 감상하고 묵상하는 것이 신앙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가령 사무엘 대신 제사를 지내버린 사울의 경우, 어릴 때는 그저 '불순종했던 바보같은 사람. 왜 그랬대' 수준이었습니다.  한국사를 제대로공부하고 왕권이 약한 부족국가인 부여 같은 경우 재해나 천재지변, 전쟁 등에서 지면 왕에게 책임을 물어 죽이는 제도 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지식이 쌓일수록 사울의 해당 행위가 단순히 그저 바보같은 행위이 아니라 왕권이 약한 국가에서 살해당할 수 있는 지극히 스트레스받고 인간적인 부분에서 감행했던,  살기위한 몸부림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잘했다 못했다라고 나누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고찰하면서 성경도 보게되는데 이렇게 되는 것이 제가 인본주의적으로 바뀌는 잘못된 과정인지 조금은 걱정되기도 합니다.


master

2022.09.21 03:11:53
*.115.238.222

아주 심오하고도 정확한 묵상으로 저도 크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앞선 질문의 3번 답변에서 밝힌 대로 얼마든지 그렇게 묵상할 수 있고 아니 반드시 그렇게 묵상해야 합니다. 인간의 연약함을 깨달아서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비춰봐야 합니다. 성경은 도덕적으로 선과 악, 종교적으로 성과 속으로 나눠서 가르치는 책이 아닙니다. 그럼 율법만으로 충분합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백성의 개인 일생과 그 공동체에 직접 개입하여 당신의 거룩하고 완전하신 뜻대로 이끄셨고 그 일에 대한 인간들과 당신의 백성들의 어리석고도 완악한 반응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래서 레아는 분명히 하나님이 기뻐하셨으며 불쌍히 여기고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어머니 중의 한 사람이 되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뜻에선 누가 더 좋고 나쁘고가 없으며 모두가 한 결 같이 불쌍한 존재로 보십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창세기 원시복음에서 계시록의 새 하늘과 새 땅까지 예수님의 십자가 긍휼로만 이 땅과 인간을 주관 통치하시며  그 은혜가 절실하지 않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레아나 라헬이나 똑같이, 진리를 밝힌 책입니다. 이런 관점(인류 구속사적 관점, 더 정확히는 예수 십자가에 의한 죄인의 구원이라는 주제)에서 성경을 읽으셔야 합니다.

 

P. S. 성경에는 객관적으로만 따져서 레아보다 더 불쌍한 인간들이, 그것도 주의 종들 중에 많이 나옵니다. 예컨대 당장 레아의 남편 야곱부터 그렇지 않습니까? 야곱에 대해 깊이 묵상하면 상기 묵상의 몇 배나 더 많이 더 처절한 모습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뜻대로살고픈청년

2022.09.24 19:46:41
*.70.54.247

감사합니다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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