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학당 같은 가족 여행

조회 수 408 추천 수 1 2023.04.11 10:17:20

봉숭아 학당 같은 가족 여행

 

 

저는 7년, 아내는 13년 만에 한국을 3주 예정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누님 두 분과 남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끼리 일 년에 두 차례 부부 동반 가족 여행을 가는데

이번에는 저희 방문 일정에 맞춰서 일박이일로 거제도와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약관 60대 후반에서 80대 중반까지의 호호 할미 할아비들이 

차 두 대로 나눠서 웃음꽃을 피워가며 해변 도로를 드라이브했고 

케이블카를 타고 거제도 정상에서 다도해의 수려한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지중해나 저희가 사는 캘리포니아 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 있는

Ocean View Pension에서 일박하며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예년보다 일찍 개화한 벚꽃이 다 져서 못내 아쉬웠으나

철쭉과 개나리는 만개했고 모든 산이 풋풋한 녹색으로 덥혔습니다. 

 

창밖과는 대조적으로 차에 탄 사람들은 하나같이 쪼그라들어 쉰내(?)가 났습니다.

대화가 수시로 초점과 주제를 잃고서 널뛰기했습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때마다 물건과 사람을 한참 찾아야 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이전 개그 프로그램의 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었습니다. 

제가 농담으로 직업 중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노인관광 가이드라고 했더니 모두 포복절도했습니다. 

 

그래도 이틀 동안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 추억거리를 되새기며

형제들 간의 사랑을 듬뿍 나누는 가운데 한가지 못내 아쉬운 점은 

여덟 색깔의 정치적 의견에 양보와 타협의 여지가 없었으며

서로 믿는 종교도 달랐고 기독교에 대한 반감도 너무 큰데다 

노년의 가장 큰 특징대로 철옹성 같은 고집 때문에 

안타깝게도 십자가 복음의 복 자도 꺼내 볼 여지가 없었습니다. 

대신에 형제마다 현재 힘들어하는 문제가 무엇인 줄 알게 된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수확으로 앞으로는 각자에게 합당한 기도를 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모든 인간이 평등해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인간 존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 땅에 인간으로 존재하게 된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 때도 오직 둘로만 나뉠 것입니다. 

태초부터 있던 흙에서 우연히 왔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자와

하나님이 창조해주셨고 그분의 영을 지녔기에 그분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자로....

 

이는 단순히 인간 존재의 기원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 

자기 인생을 어떻게 마감할 것이지 결정하여 준행하는 문제가 될 것입니다. 

흙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자는 마지막까지 세월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것이며

하나님께 돌아간다고 믿는 자는 끝까지 그분의 뜻을 실현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날이 주의 분노 중에 지나가며 우리의 평생이 순식간에 다하였나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누가 주의 노여움의 능력을 알며 누가 주의 진노의 두려움을 알리이까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 91:9-12)

 

4/1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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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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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다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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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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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도 달어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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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학당의 학생들 (혹시 바로 옆 사람끼리 부부라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 빼고 제 짝도 찾지 못하니까 봉숭아 학당일 수밖에는 .... 조크임 ^^)


알료샤

2023.04.21 18:33:41
*.235.15.48

이야. 목사님 안녕하시죠? 오랜만에 한국 오셔서 매우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사진속 목사님은 어디선가 본 배우 같은데요?(주윤발 같기도 하고요~^^) 건장하시고 청년같아 보이십니다~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요!^^ 목사님 한국오셨으면 여기 회원님들 다같이 모임 한번 해야 하는것 아닌가 싶어요~

master

2023.04.22 03:41:50
*.115.238.98

알료사님 관심갖고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출발 전에 자유게시판에 공지한대로 어제 오후(4/21)에 이미 건강히 엘에이로 귀국했습니다. 이번에도 일정이 빠듯해서 많이 아쉽지만 면담을 원하는 일부 회원님들과만 만났습니다. 한국의 회원님들과의 오프라인 모임은 소망스럽긴 해도 회원 숫자가 많아서 일시에 함께 모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알료샤님이 일찍 연락주셨으면 서로 일정을 조정해서 개인적으로 만나뵈었을 텐데요...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겠지요. 이번 여행에서도 주님안에서 많은 은혜와 도전을 받음으로써 제가 맡은 이 사역에 더더욱 끝까지 충성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알료샤

2023.04.22 14:19:35
*.44.145.23

아 네 목사님 그러셨군요!^^ 제가 난독증인가 일정 확인은 못했네요^^;;; 그저 언제 한국 오시면 여기 시간되시는 회원님들과 아시는 교회당이나 모임 장소 빌려 다같이 예배도 드리고 교제 나누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갖고 있어서요~^^ 아쉽지만 그럼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지금 한국 시각은 주일 아침입니다 목사님 오늘도 힘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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