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믿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질문]

 

창세기 32장에 따르면 야곱은 오랜 도피 생활을 끝내고 고향땅으로 돌아 오면서 하나님의 천사들을 만났습니다. (1-2절) 하나님이 자신을 보호해 주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감동받고 든든했을 것인데도 에서가 자기를 맞으러 오는 행진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집니다.(3-12절) 그러다 다시 간절한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했는데 에서를 아주 두렵고도(?) 조심스럽게 맞습니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야곱의 믿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런 야곱을 보면서 오늘을 사는 성도는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답변]

 

성경을 해석할 때 적용해야 할 아주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믿음의 위인들이 모두 우리와 성정이 똑같은 평범한 인간들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생각하듯이 영적인 천재나 굳건한 믿음의 영웅들이 아닙니다. 여전히 자기를 높이려는 원죄의 본성이 남아있어서 수시로 세속적 인간적 욕심에 넘어지고 자존심을 세우려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경 인물들이 활동했던 여건과 상황도 자연히 그런 연약하고 죄 많은(믿음 여부와 무관하게) 인간들끼리 서로 시기 질투 쟁투하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일상사였습니다. 성경 시대에 일어났던 사건들이 현대사회와 비교해서 문화와 문명의 차원에서 그 복잡성과 다양성에서만 떨어질 뿐 사건이 일어나는 원리 과정 결과 의미는 사실상 동일합니다.

 

요컨대 성경은 평균적인 인간들이 일상적 삶을 살아갔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이해 해석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부터 애굽에서 자기 혼자 살려고 치사하게 아내를 희생시킨 잘못을 범해 놓고도, 나중에 똑같은 잘못을 재차 범했지 않습니까? 그의 믿음이 그나마 성숙해진 것은 순전히 은혜로 하나님께 선물 받은 외아들 이삭이 청소년이 되자 하나님께 바치라는 명령에 서슴없이 순종할 때입니다. 그의 나이 최하 115세는 넘었으므로 하나님께 처음 부름을 받았던 75세로부터 치면 최하 40년이 지난 후입니다. 

 

야곱의 믿음도 그의 할아버지 아브라함보다 하나 나을 것이 없습니다. 야곱은 형인 에서의 불같은 분노에서 벗어나려고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피했다가 그곳에서 약 20년 가량 살았습니다. 성경에 기록은 없어도 일상적 인간사에 비추어 창27:44-45을 근거로 개연성 있는 추측은 해볼 수 있습니다. 수시로 어머니 리브가에게 형의 소식을 물었을 것이나, 여전히 그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거기다 야곱은 계속 농사와 목축만 한 일종의 평화주의자였던 것에 반해서, 에서는 사냥에 익숙하여서 무기를 잘 다루며 전투에 능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때쯤에는 사병을 사백 명이나 거느릴 정도의 족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야곱은 형이 여전히 자기를 미워하고 무엇보다 아주 강력한 족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직간접으로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야곱이 하나님께 스스로 서약하면서 하나님께 약속받은 대로(창28:20-22), 고향땅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천신만고 끝에 하란을 떠났습니다. 오는 도중에 여호와의 천사들을 만났습니다.(창32:1,2), 이는 하나님이 이전의 약속을 성취해 줄 것이며 또 고향에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의 여정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천사들이 함께 해서 보호해 줄 것이라는 뜻을 계시해 준 것입니다. 

 

그런데 형의 환심을 사서 기분을 누그러뜨리려고 사자를 보냈으나 사백 인을 거느리고 온다는 말을 듣고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인간은,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어쩔 수 없이 일차적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감정과 생각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천사들은 금방 잊어버립니다.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많은 이적들을 은혜로 체험하고도 먹고 마실 것이 없자 크게 두려워하며 금방 모세에게 불평과 원망을 터트렸지 않습니까?

 

야곱이 에서를 두려워했다고 당장 그의 믿음이 떨어졌다고 단순하게 판단해선 안됩니다. 오늘날 신자가 그의 입장이 되었다면 끝까지 담대하게 평강을 유지할 수 있는 자는 장담컨대 없을 것입니다. 야곱은 그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얍복 강가에 혼자 남아서 긴절히 기도했으며, 하나님은 다시 당신의 사자를 보내어 그를 위로 축복하고 이전의 약속을 재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야곱이 자기를 축복할 때까지 천사를 놓지 않겠다고 늘어졌듯이, 그의 간절한 기도로 에서의 야곱을 향한 분노도 그날 밤 사이에 많이 부드러워지게 했을 것입니다. 

 

그 다음날 야곱은 형 에서를 만날 때 몸을 일곱 번 땅에 굽혔습니다.(창33:3) 이런 모습은 고대에 왕이나 정복자에게 표하는 최상의 예의였습니다. 그렇다고 야곱이 에서의 위력에 두려워서 비굴하게 아부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전날 밤새 간절히 기도하는 가운데, 아니 그 전에 오랜 도피 생활을 하는 가운데 자기 잘못을 깊이 뉘우쳤기 때문입니다. 

 

물론 야곱은 형이 장남으로서 책임지고 계승해야 할 여호와 신앙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사방으로 사냥만 다니기에 장자권을 대신 차지했습니다. 당시 사정과 이유야 어쨌든 늙은 아비에게 속임수를 사용해서 빼앗는 큰 잘못을 지었기에 에서에게 깊이 사죄하고 용서를 빌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에서는 제 멋대로 가나안 여자를 아내로 취하여 에돔 족속의 선조가 되어 하나님의 약속의 가문에서 일치감치 제외되었습니다. 정확히는 태중에서부터 하나님이 그렇게 구별했습니다. (야곱에 관해선 이전에 시리즈로 설교했습니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야곱을 오늘날 신자의 신앙과 삶에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 문제를 너무 어렵게 따질 것 없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에게 이전에 큰 은혜와 축복을 받았던 체험이 여러 번 있으나, 다시 고난이 닥치면 심지어 이전보다 더 약한 고난인데도 당장 겁부터 나서 전전긍긍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이전에 받았던 축복을 회상해 내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믿음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또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새 힘을 얻고서 그 고난과 맞서 싸우지 않습니까? 아브라함이 인생을 마감할 즈음에야 겨우 성숙해졌듯이, 우리 또한 이런 일들을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여러 번 강조했듯이 신자에게 죄나 불신앙으로 넘어진 것은 잘못이 아니라, 그럼에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불들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자 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야곱도 죽기까지 완성할 수 없는, 나이 들수록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성숙할 수는 있어도, 성화의 과정을 지금 거치고 있는 것입니다. 

 

(9/3/2024)

 

야곱을 바로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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