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에 관한 궁금증(4/4) - 믿음의 결단이 느린 신자
[질문]
제가 주님 만나기까지 겪었던 모든 과정이, 고난까지도, 주님이 계획하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는데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만약 이런 결단이 나의 의지로써 한 결단이라면 제가 좀 더 빨리 결단 했을 수도 있었을까요? 그럼 다른 미지근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주일만 왔다 갔다 하는 친구들이 주님 앞에서 결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까요? 아니면 그 친구들도 다 주님이 정하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려야 할까요? 전 솔직히 세례 받았다고 당신은 구원받았다고 말하는 점이 잘 이해가 되지 않기는 합니다. 목사님은 어떠한 생각이신지요?
[답변]
구원의 확신
구원은 분명히 하나님이 택하신 자에게 당신만의 주권으로 당신의 때가 이르면 주시는 그분의 선물입니다. 성령의 초자연적 간섭으로 인해 지금껏 하나님께 거역하던 타락한 영혼이 깨끗케 되어서 하나님과 다시 화목해지는 역사가 한 죄인의 내면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하나님의 몫입니다.
그래서 제 삼자가 그 구원 여부를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앞선 질문에서 살펴봤듯이 선행이나 종교적 활동이 열매가 구원 받는 기준은 물론 그 증표도 아닙니다. 예컨대 세례를 받았다고 당신은 구원 받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세례 자체가 구원의 조건은 물론 그 경로가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의 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신앙 간증문이나 세례 문답을 통해 자신은 분명히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고 입술로 그 믿음을 고백하는 것을 확인했고 또 그런 증표로 세례 의식을 거쳤다면 구원 받았다고 말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그 외에는 없기에 교회를 치리하며 영적으로 양육해야 할 필요 때문입니다. 엄밀히 따져서 여전히 그 구원 여부는 하나님의 주권에 속하고 그 심령을 해부해서 현미경으로 볼 수 없기에 100% 구원 받았다고 보증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비록 구원이 제 삼자는 모르고 하나님만이 아신다 해도 구원 받은 본인은 알 수 있습니다. 성령으로 거듭남은 반드시 자신의 옛 자아가 깨어지는 일이 선행 내지 병행되기 때문입니다. 믿음으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기독교의 이신칭의(以信稱義)교리만 믿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전의 자기와 완전히 달라졌음을 본인은 안다는 것입니다. 성령이 역사하여 자신의 영혼이 변화된 그 구체적 과정, 시기, 방식은 몰라도 일단 자기가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본인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성령의 간섭이 일어났다고 해서 뭔가 신비한 초자연적 현상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자기가 하나님을 모르고 살았던 삶이 얼마나 비참한 실패였음을 절감했고 또 그로 인해 온갖 죄를 즐기며 쫓기 바빴다는 것을 온전히 시인하게 된 것입니다. 나아가 그렇게 더럽고 추하며 완악했으며 심지어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자기를 예수님은 끝까지 긍휼히 여기시고 사랑하시어 모든 죄를 깨끗케 하시어 하나님을 아빠로 부를 수 있는 권세를 주셨음을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진짜로 살아계신 하나님이 나를 완전히 아시고 지금껏 이끄셨고 또 지금 바로 내 곁에서 사랑의 눈길로 지켜보고 계심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를 몰랐던 이전의 삶으로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런 구원의 확신이 생기는 것과 함께, 시기적으로 이전 혹은 동시 혹은 후 어느 때가 되던, 앞으로는 예수님의 뜻대로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의지적 결단이 수반합니다. 정말로 하나님 중심의 삶과 인생이 되지 않으면 세상에서 아무리 형통해도 그만큼 처절한 실패가 없음을 이제는 온전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록 예수를 믿은 지 오래 되어도 처음 결단한 대로 열매를 많이 맺지 못했어도, 심지어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고 있거나, 수시로 뒤로 후퇴해도, 인생의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만은 완전히 반대가 된 것입니다. 아직 전진이 없거나 때로 후퇴가 있어도 그 사실이 정말로 애통하기에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새롭게 회개 결단하는 일이 반복해서 따릅니다. 최소한 신앙양심의 찔림은 있기 마련이며, 그마저 없을 때라도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대신 간구해주기에 원인 모를 영적인 눌림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하나님의 매를 실컷 맞고 다시 그 첫 사랑과 결단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신자입니다. 또 그렇기에 겉으로 열매가 없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형식적으로 교회만 오고가는 것 같아도, 그 사람의 구원을 제 삼자가 함부로 의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세례, 영접기도, 성실한 교회 활동, 구제나 선행, 심지어 기독교 교리를 다 믿고 그 믿음을 입술로 고백하는 것이 구원의 기준은 아닙니다. 예수로 인해 그 인생이 뒤집어지고 예수가 자기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 예수를 따르고 있는, 최소한 따르려는 준비가 된 것만이 구원의 증표입니다. 또 그것을 본인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정의 은혜와 결단
이런 구원의 확신이 있는 자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표현을 다시 빌려보겠습니다. “제가 주님 만나기까지 겪었던 모든 과정이, 고난까지도, 주님이 계획하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는데...” 구원의 확신이 들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님이 인도하셨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반드시 깨닫게 되고 그런 인도에 대한 감사로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만약 하나님이 이끌지 않으셨다면 자신에게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멸망뿐이므로 진짜 큰일 날 뻔했다는 자각과 함께 말입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이끄셨다면 그전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또 그 계획이 그 한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계획 이전에 예정과 선택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예정이란 그래서 하나님이 벌을 주려고 미리 작정했다는 교리가 아니라, 예수님을 정말로 주인으로 모신 자가 자기가 그렇게 된 것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인 것입니다. 자신의 공로, 의, 자격, 능력 등이 정말로 눈곱만큼도 그 구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또 미칠 수도 없었다는 실토입니다. 자신이 영적으로 완전히 타락하였기에 자신의 것으로는 전혀 구원을 이룰 수 없이 사망만 기다리는 죄인이었음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고백하게 되는 것이 예정인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자신의 모든 죄 값을 감당하셨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또 주님이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신 그대로 그분의 구원은 완전하며, 절대적이며, 영원하며, 최소 불가능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구원의 확신이 든다는 것은 즉, 자신이 구원 받았다는 사실을 자기가 안다는 것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예정의 섭리 안에 자기가 속했다는 진술인 것입니다.
예정과 선택의 구원이라야 그 구원의 은혜에 대해 평생토록 감사 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공로가 단 한 치도 없었는데 어찌 자랑이나 대가를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말하자면 예정 교리에 대해 신학적으로 아무리 설왕설래가 많다 해도, 전적으로 무능한 죄인이었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선물 받았다고 확신하는 자에게는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온전한 진리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자만의 체험적 신앙고백이 예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분명히 해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이 예정하시어 구원의 전 과정을 다 이끄셨고 초자연적으로 성령이 간섭하셨다고 해서, 신자가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구원의 확신과 고백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물론 예수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데 갑자기 “뿅”하고 믿음과 그분을 아는 지식이 결코 생기지 않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한 죄인의 본성, 성품, 기질, 습관 등을 완전히 바꾸어서 성자로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바꿔 말해 인간의 일상적 모습은 온전히 그대로 두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구원으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질문자께서 한참이 지나고 나니까 하나님이 인도하셨음을 깨달았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하나님 쪽에서의 예정에 따른 구원 계획과 인도가 있었음에도, 그런 깨달음이 생기기 전에는 자신이 자기 뜻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지정의를 그대로 두고 그것과 전혀 모순, 상충되지 않게 구원을 예정, 선택, 계획, 인도하십니다. 그 안에는 신자가 예수를 믿고 따르기로 결심하는 과정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광대하시고 완벽하신 하나님의 주권 가운데서 인간 스스로 자유롭게 결단할 수 있습니다. 또 그런 결단을 할 때마저, 질문자께서 훨씬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듯이, 하나님이 배후에서 자기를 인도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거의 모든 신자가 모를 수 있습니다.
요컨대 아무리 구원이 하나님의 전적 예정과 인도라 해도 인간은 믿어야 합니다. 자기 지성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교리를 공부해야 하고, 또 자기 의지를 동원하여 그 은혜를 믿고 그분을 따르기로 헌신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밖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강제적으로 문을 따고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죄인이 자발적으로 기꺼이 그 문을 열고서 그분을 모시어 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자기 개인의 구주로 모시는 감사와 기쁨과 경외와 찬양이 동반된 인간 쪽의 영접이 있어야 합니다.
예정과 전도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라 시인하며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으리니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니라. ...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그런즉 저희가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롬10:9,10 & 13,14)
하나님의 구원 예정과 선택이 먼저 있어도 본인이 믿어야 하고 그 결단도 하려면 반드시 그 전에 복음을 전해 들어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이를 믿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질문자님의 궁금해 하시는 대로 먼저 믿은 자가 나중에 믿는 자더러 믿음의 결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제공해야 합니다. 처음 복음을 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궁금증에 답변을 성실히 해주며 필요하면 함께 성경공부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광채가 그 영혼에 비취지 못하게 막고 있는 사탄의 견고한 진이 깨어지도록 간절히 불신자의 영혼을 품고 기도해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사람의 도움이 능력을 발휘하여 구원으로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와 권능이 그 사람의 영혼에 전해지는 통로의 역할만 하는 것입니다. 전도의 모든 과정은 사람의 지혜가 아니라 오직 성령의 거룩하고 신령한 능력이 주관하십니다. 또 최종적으로 구원을 받을지 여부도 수없이 강조했듯이 하나님의 주권에 달렸습니다.
“내말과 내 전도함이 지혜의 권하는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 하여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잇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고전2:4,5)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뿐이니라.”(고전3:6,7)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에 견주면 좋은 땅을 미리 마련해 놓고 나중에 열매 맺게 하는 이는 하나님이지만, 반드시 신자가 그 불신자의 완악한 심령에 씨를 뿌리고 물은 주어야 합니다.
질문자께선 구체적으로 다른 이가 결단기도를 하게끔 권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세례, 제자훈련, 영접기도 등으로 구원이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마음이 상당히 열려 복음을 큰 반발 없이 잘 받아들인다면 그래도 됩니다. 예수님이 자기에게 구원의 확신을 당신의 방식과 때에 심어달라고 정말로 순수하고도 진지하며 간절하게 기도해보라고 권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그런 기도를 했다고 구원의 확신이 당장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구원 예정 안에 들었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 기도에 응답하실 것입니다.
바꿔 말해 하나님이 예정하여 구원을 주기로 선택한 자일수록 더더욱 전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어떤 이가 구원으로 예정되어 있는지 모르기에 그렇습니다. 어차피 예정된 자는 하나님이 구원 줄 것인데 그럴 필요 없다고 방치해두어선 안 됩니다. 만약 자기 자식이 구원으로 예정되었으면 하나님이 구원하실 것이고 아니면 벌할 것이므로 즉,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하실 것이므로 복음을 전하지 않겠다고 하는 바보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예수를 믿은 후의 삶이 그 이전과 비교해서 너무나 기쁘고 은혜롭기에 어서 빨리 그 은혜를 알고 누리게 하고 싶은 안타까움 때문에라도 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선 두 질문에서 질문자께서 예수를 주로 모시지 않고 자기가 주인이었을 때에, 또 고등학교 때에 형식적 믿음의 상태에서 죽었다면 구원 받았을지 질문했습니다. 그 질문의 내용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구원으로 예정한 자는 하나님이 반드시 구원으로 이끄십니다. 다른 말로 그 영이 아직 구원 받을만한 믿음의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즉, 자신이 완전히 깨어지고 예수가 온전한 주인이 되기 전까지는, 죽음이 임하지 않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믿지 않은 채 죽는 자는 믿음의 결단, 영접기도, 세례, 제자훈련을 하지 않아 구원 받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구원으로 예정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7/2/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