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의 ALAP와 하나님의 ASAP

조회 수 326 추천 수 13 2010.11.24 18: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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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의 ALAP와 하나님의 ASAP


히스기야가 사자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 보고 여호와의 전에 올라가서 그 편지를 여호와 앞에 펴놓고 그 앞에서 기도하여 가로되 그룹들 위에 계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천하만국에 홀로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조성하셨나이다.”(왕하19:14,15)


미국사람들이 대화중에도 자주 쓰는 말로 ASAP 라는 약어가 있습니다. “가능한 최대한 빨리”(as soon as possible)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이는 신자들이 기도할 때에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하나님에게 가장 간절히 요구하는 사항일 것입니다. 어서 빨리 문제를 해결해서  환난에서 구원해 달라는 것입니다. 현재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입니다.

연약하고 불완전하며 무능력한 인간이기에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내심 너무 일방적 요구만 하는 것 같아 쑥스럽긴 해도, 아주 본성적이고도 자연스런 기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도할 때에 이미 ASAP가 달성되었다는 인식은 전혀 없습니다. 기도 자체가 갖는 놀라운 권능과 은혜를 경시하거나 무지하다는 뜻입니다.  

히스기야 왕은 앗수르 왕 산헤립의 침공을 고지하는 편지를 받아들고선 곧장 성전으로 올라가 기도했습니다. 신하들과 대책 회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에 비해 막강한 전력을 갖추었기에 두려움과 염려부터 들어야 정상일 텐데 성경은 그런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거기다 성전에 단신으로 가서 기도했습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처한 나라의 운명을 왕으로서 책임지고 감당하겠다는 결연한 자세입니다.    

그의 이런 기도는 무슨 뜻입니까? 현실적 대책을 강구하기 전에 즉, 지혜는커녕 생각과 관심을 그 쪽으로 돌리기도 전에 하나님께 구원부터 먼저 간구한 것입니다. 전쟁을 이길 묘책을 가르쳐 달라는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그분의 구원을 간절히 소망한 것입니다.

이처럼 신자에게 기도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나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대상이 누구입니까? 두말할 것 없이 이 우주 전체에서 가장 파워풀한, 아니 전지전능한 하나님입니다. 히스기야는 “천하만국에 홀로 하나님이시라 주께서 천지를 조성하신” 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천지를 조성했으니까 만사를 주관 통치하심도 너무나 당연합니다. 또 천한만국에 오직 한 분이므로 그분의 응답도 유일한 해결책이 됩니다.

바꿔 말해 어떤 일에서건 기도만큼 강력하고, 빠르고, 완전하고, 자신에게 유익이 되면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모두에게 선을 이루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수단은 없습니다. 실제로도 그분의 뜻과 계획(일정과 방식)을 온전히 신뢰, 소망하면서 자신의 모든 염려와 두려움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으니까 가장 편리한(?)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도함으로써 이미 ASAP의 해결책을 취했다는 뜻이 됩니다. 이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해결책은 세상에 있을 수 없습니다. 기도 중에 구태여 ASAP를 수십 번씩 아뢸 필요나 의미가 없습니다. 기도하기 전부터 우리의 모든 사정을 그분이 이미 아시고 계시는데, 아니 당신의 계획 가운데 일어난 일인데 그 해결책이 미리 마련되어 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혹시라도 그런 사태를 그분이 묵인만 했다하더라도 최소한 기도하자마자 그분이 응답할 준비를 갖추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하나님은 신자더러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명하는 것입니다. 아주 경건한 종교인이  되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어떤 일에도, 예컨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환난의 가운데도 그 배경에는 거룩하게 역사하는 하나님이 계시며 반드시 당신의 당신다우심을 드러내신다는 뜻입니다. 또 아무리 적은 일이라도 신자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도무지 감당해낼 수 없다는 고백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생기기, 아니 시도하기 전부터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한 미국 목사가 ASAP를 신자에게만은 항상 기도하라는 “always say a prayer.”의 약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자는 기도 하면서 어서 빨리, 하루라도 빨리, 아니 지금 당장을 외쳐대지만 하나님을 올바르게 믿는 즉, 제대로 아는 관점에선 기도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ASAP는 성취됐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신자가 위급한 일이 생겨야만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힘으로 모든 일을 시도해보다가 도무지 못하게 되면 비로소 하나님께 들고 나온다는 뜻입니다. 그러고도 자꾸만 ASAP를 되뇝니다. 계속 자기 뜻과 능력으로만 그 일을 시행했다는 것은 자기로선 최선 최단의 해결책이라고 믿고 추구했다는 뜻입니다. 자기 뜻대로 했으니까 마음은 편했는지 몰라도 사실은 가장 ALAP(as late as possible)한 방도였을 뿐입니다.  

다윗이 블레셋의 눈치를 보느라고 사흘 출타한 사이에 그 근거지를 침공한 아말렉이 아내들과 자녀들까지 약탈해 갔습니다. 그러자 부하들이 다윗에게 그 모든 탓을 돌리고 돌로 치려고 하자 크게 군급해진 그 순간에도 다윗은 여호와를 힘입어 용기를 얻었습니다.(삼상30:6) 내심으로 간단하게 기도했다는 뜻입니다. 그는 정말로 쉬지 말고 기도했던 왕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히스기야도 침공통지서를 받자마자 전혀 망설임, 초조함, 두려움 없이 곧바로 성전에 올라가 기도했습니다.  그가 죽을병에 들려서 기도하여 15년이나 수명이 연장되는 응답을 받기 전이었습니다. 평소에 쉬지 말고 기도했던 습관대로 따른 것입니다. 다윗, 다니엘, 히스기야, 모세, 아니 예수님도 항상 그러했기에 하나님의 큰 역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조차 쉬지 말고 기도하셨는데 우리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 아닙니까?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은 꼭 외양적으로 기도의 형식을 갖추어 단을 쌓고 무릎 꿇거나 최소한 말로서 토설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마음속으로라도 기도의 형태를 갖추어 간구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범사를 하나님 중심으로 묵상, 분석,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범사에 감사하라는 명령을 먼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하나님 중심으로 묵상해야만 그분과의 동행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도란 어떤 일에 대한 최후의, 아니 최초의 대응조차 넘어서 항상 대응하는 방책입니다. 또 무슨 일에나 항상 기도로 대응한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 의미로도, 유일한 대응책이기도 합니다. 항상 그 대응책만 강구하고 다른 대응책이 없으니까 유일하지 않습니까?

역으로 따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일한 대응책이므로 쉬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또 항상 기도하고 있다면 어떤 위급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동적으로 최초의 대응이 됩니다. 나아가 그 최초의 대응책이 자동적으로 하나님의 대책을 불러오는 것이니까 결국은 최선, 최고, 최단의 해결책도 되는 것입니다.

위급한 일이 생겨야만 기도하는 것은 물론 안 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에는 스스로 매사에 ALAP의 해결책을 강구해놓고는 기도하는 순간에서야 ASAP만 부르짖으면 성경의 명시적인 계명을 믿고 따라야 하는 신자로서 너무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 아닙니까? 기도는 신자의 최후 수단이 결코 아닙니다. 최초의 아니 사전의 대응책이어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닥쳐도 신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쑥스러워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단지 신자가 당신 앞에 진정한 겸손으로 엎드리기만 해도 아주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ALAP 해결책만 붙들고 씨름했었어도 그분은 ASAP의 해결책을 미리 마련해놓고 우리가 그러도록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십니다. 거기다 히스기야처럼 “천하만국이 주 여호와는 홀로 하나님이신 줄 알리이다”라고 그분의 영광만 구한다면 죽을병에서도 살려주는 큰 역사가 따릅니다.

11/21/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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