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탈출 13,14일차 – 가장 실패한 이틀이었습니다.

 

13,14일차는 현재까지 중독탈출기 중 가장 암흑기 곧 실패의 날들이었습니다. 큰 이유는 이전에 내가 열심을 내던 목적인 사람과의 책임과 체면에서 벗어나 앞으론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살기를 마음먹은 뒤에 이전에 행했던 책임과 체면을 지키기 수준의 열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주님을 향한 마음은 있는데 그게 당장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저항하기 버거운 수준의 마음, 바람, 소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목표했던 성경읽기를 하는데 성취감이나 도취감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고 곧 이전처럼 게임과 유튜브를 대체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게임, 유튜브, 인방, 포르노, 수음에 대한 저항하려는 허들도 낮아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성경읽기를 하는데도 이전보다 의지와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고 이렇게라도 의지적으로 하는 중 유혹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특히 이번 암흑기 중에 성적인 생각이 저를 너무 괴롭게 하였습니다. 또 성적인 생각이나 욕구를 저항하는 것도 더 많은 의지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지적으로 버텼고 이후에는 친구들에게로 도망갔습니다. 하지만 돌아와선 많은 부분에서 유지해왔던 금기사항을 어겨 버렸습니다. (사람에 대한 책임과 체면을 내려놓았다곤 했지만 아무래도 중독탈출기를 쓰고 있기에 최소한의 체면 같이 저 자신만의 참아야 할 선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것도 넘어버렸습니다.) 게임을 했고 유튜브를 봤고 인방과 포르노는 안 봤습니다만 게임과 유튜브를 통해 성적으로 자극될만한 것들을 많이 보았고 마지막엔 체면적으로 지키려고 참게 되던 수음 행위까지 하게 됐습니다.

 

중독탈출기를 기록하기 이전과 다른 점은 내가 이 행동들을 지속함으로서 회복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괴롭게 한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뜻하지 않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한순간은 잊을지 몰라도 분명히 죄책감과 후회로 돌아오고 그로인한 결과로서 더욱 나를 힘들게 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해결방법은 주님께 나아갈 마음을 더 강렬하게 가질 때 모든 게 잘 돌아 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간절한 소망을 가질 수 있냐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암흑기동안 고민한 문제이고 목사님께 여쭤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제가 생각해본 유일한 방법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기도의 영향력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것만큼은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 육체가 주님을 가까이하기 싫어하고 세상의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나를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고 오늘 하루를 성령님의 마음으로만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지요. 그제서야 주님을 향한 마음이 온전히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맥락으로 생각 했을 때 왜 기도가 중요한지 왜 사람들이 새벽부터 기도회에 나가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13,14일차에는 특별저녁기도회도 없었고 새벽기도회도 안 나가다 보니 기도를 전혀 안 해서 더욱 나의 죄성이 활개 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주님 향해 달려갈 마음 생길 때까지 기도할까 싶어요.

 

-성경읽기를 이전에는 남 얘기 보듯 읽고 내게 필요한 말씀은 감동 주시겠지 하며 그냥 빠르게 읽었는데 이제 한 절한 절 아버지의 알고리즘이자 나에게 주시는 말씀이라 생각하고 읽으니까 엄청나게 읽는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하루 100페이지는 무리라고 느끼고 복음서 한 개씩 읽어보기를 주님과 재계약(?) 합니다.

 

-중독탈출기를 통해 인간적 책임, 약속, 체면으로 묶여있던 이전과 달리 주님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갈 마음이 생긴다면 생업을 위한 공부나 필요한 어떤 과정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며 즉시 성경읽기와 병행하며 열심을 내 볼 생각입니다.

 

-염려하신 것과 달리 상처받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날카롭게 정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7/2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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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코멘트

 

다이어트의 별칭도 “내일부터”이고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도 가끔 cheating day를 가져야 하고 목표한 체중을 달성하고 나면 요요 현상을 겪습니다. 중독을 이기려면 어차피 중간 중간에 처절하게 실패한 경우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단번에 손쉽게 성공하면 굳이 이렇게 거창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행스럽게 형제님은 세 가지 점에서 아주 긍정적입니다. 1) 처절한 실패였다고 인정했고, 2)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싫다고 느꼈으며, 3) 더 큰 의지와 각오로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했으니 아주 바람직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 힘을 내어서 조금씩 진전해 나가면 됩니다.

 

“해결방법은 주님께 나아갈 마음을 더 강렬하게 가질 때 모든 게 잘 돌아 갈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간절한 소망을 가질 수 있냐는 것입니다.” - 그런데 이 질문 자체가 모순이고, 그럴 수 있는 방법으로 기도를 들었는데 이 또한 맥락이 조금 잘못되었습니다.

 

마음은 본인이 알아서 먹는 것입니다. 그 마음에 진실한 소망을 가지게 하는 방법은 따로 없습니다. 주님을 향한 진실하고도 강렬한 소망이 있으면 당연히 말씀이나 기도에 열심을 낼 수 있습니다.

 

맨 처음에 제가 드린 말씀대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합니다. 싫어하는 일은 누가 시켜도 하지 않습니다. 그 원리대로 하나님이 정말로 좋아져야 합니다. 내가 그분 밖에 있는 것이 너무 싫어져야 합니다. 완전히 그렇게 인생이 뒤집어지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분 뜻대로 살아가겠다는 것이 자기에게 흔들릴 수 없는 일생의 목적과 방향으로 완전히 서있어야 합니다. 바꿔 말해 성경말씀 보고 기도하는데 따로 잘할 수 있는 방안이 없고 말씀 읽는 것이 은혜롭고 기도하는 것이 좋으면 저절로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지금 말씀드린 그런 소망과 마음이 이미 형제님 안에 형성되었을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지 판단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 집에 있을 때도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것이 좋아서 저절로 지속적으로 하고 있느냐를 보면 됩니다. 기도시간을 구태여 한두 시간, 성경읽기를 백 페이지 씩으로 정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면 그나마(이마저도 종교적 도덕적 의로움으로 하는 분이 많이 있으니까) 인생의 극적전환도 완전히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형제님은 지금 의지적으로 그것도 교회에 가서야 겨우 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선 굳이 자신의 열정과 의지를 동원하지 않고 참석만 해도 되니까 그런 것입니다. 또 예배를 마치고 오면 신자니까 당연히 마음의 평강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오해는 마셔야 합니다. 지금 단계에선 가능한 자주 교회에 가서 예배 기도해야 하고 말씀공부 모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소명 받은 목회자도 연약한 인간인지라 때로 게으름이 생기니까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말씀보고 기도하는 것이 (집이든 교회이든 장소에 상관없이) 의무요 책임이 되어선 안 됩니다. 말하자면 그것들마저 중독을 이겨내는 대체 방안으로 행하고 있다면 사실은 진정한 말씀 읽기와 기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시간 때우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 정말로 자신의 영적인 실상을 철저하게 되살펴보십시오. 하나님과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 인생에서 주님이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 전에 내 자의로 기꺼이 내 인생의 소망 목적 방향 등을 완전히 뒤집었던 체험이 있는지 등을 말입니다. 말씀과 기도를 얼마나 많이 잘 해내느냐에 목표를 두고 또 그렇게 되는 방법을 강구하지 마십시오. 다시 강조하지만 신앙에는 절대로 잘하는 방법이 따로 없습니다. 내 마음의 중심을 주님의 마음에 맞추고 그에 따라 현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신앙입니다. 말씀 읽고 기도하면서 예수님과 개인적 인격적인 만남이 실제로 일어나길 소원하십시오. 말씀에서 은혜를 받고 기도를 하여 응답을 받으면 자연히 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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