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32:31-32) 합의하여 이뤄지는 죄의 용서

조회 수 1292 추천 수 115 2006.02.07 19: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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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 다시 나아가 여짜오되 슬프도소이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신을 만들었사오니 큰 죄를 범하였나이다. 그러나 합의하시면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사오면 원컨대 주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출32:31-32)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지른 금송아지 우상 숭배의 큰 죄를 씻기 위해 하나님께 중보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 편에서 그분의 언약에 근거하여 심판을 거두어 달라고 했고(32:11-13), 이제는 백성의 편에서 그들이 불쌍하니 그 죄를 용서하여 달라고 합니다. 단순히 눈 앞의 징계만 벗어나려는 기도로선 부족하며 반드시 죄를 씻은 후 이전의 관계로 되돌아가는 것까지 마쳐야만 회개(悔改)가 완성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번역에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징계의 종결과 죄의 용서는 전적으로 하나님 당신의 주권에 속한 것입니다. 그러나 “합의하시면”이라고 해서 마치 신자와 하나님이 서로 의논해서 뜻이 맞아져야 용서가 이뤄지는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신자와 하나님의 관계는 형사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하는 것과는 달라야 되지 않습니까? 물론 본문에서의 원어적인 뜻은 조건부의 의미가 아니고 “하나님이 원하시면”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죄의 용서에 대해 합의하자고 오히려 하나님 쪽에서 제의하신 적이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의 죄가 주홍 같을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찌라도 양털같이 되리라.”(사1:18) 여기서 변론은 실제 법정용어로 논쟁을 통해 어떤 사건을 판결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 죄의 경중과 그 피해 상태를 따져서 어떻게 보상할지 상의해보자는 것입니다.

성경이 ‘합의’나 ‘변론’ 같은 용어를 동원해 죄의 용서를 설명한 이유는 하나님의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신자가 가져야 할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즉 하나님과 신자의 사이는 절대로 맹신이나 굴종의 관계가 아니라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하나님이 신자 쪽에 회개의 조짐이 있는데도 죄를 지었으니 무조건 벌을 주는 것도 아니요, 그 반대로 회개의 조짐이 없으니 당장에 긍휼을 취소해버리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비록 용서 자체는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주관 사항이지만 신자가 그 용서를 감히 구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두 말할 것 없이 그분의 우리를 향한 마음입니다. 우리를 지으시고 원죄 이후의 심판을 주관하셨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도 사단과 사망과 죄의 사슬에 묶여 있음을 그분은 잘 아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심중에 죄인을 향한 애끓는 긍휼이 있기에 신자는 언제라도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미 하나님이 주관적으로 용서하셔서 징계를 거두고난 것도 모르고 넘어간 한참 후라도 그 사실을 깨닫게 되면 다시금 무릎 꿇고 회개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신자는 그분과 항상 변론과 합의를 통해 인격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순간 기도를 통해 그분과 대화하며 동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용서를 구할 때 애매하고도 일방적인 회개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새벽 기도에 나와 눈물 콧물은 쏟되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고백도 하지 않고 그저 용서해 주십시오만 연발하고 가면서 회개가 다된 양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지금 죄인으로서 하나님의 법정의 피고인석에 서서 변론한다는 심정으로 이실직고해야 합니다. 그것도 반드시 육하원칙(六何原則-who, when, where, what, how, why)에 입각하여 자신의 죄를 본인이 정확하게 인지해야 하고 또 그것을 입술로 재판관인 하나님께 상세하게 자백해야 합니다.

나아가 회개만하고 가선 안됩니다. 구체적으로 자기 죄를 실토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격적 관계란 두 인격이 만나 신뢰와 사랑 안에서 서로 교통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별히 죄의 용서는 하나님의 주권에 속하므로 더더욱 일방적 회개만으로 부족합니다. 회개의 기도를 마칠 때는 그분이 나를 용서하셨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네 죄를 내가 용서했다”라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음성을 들어라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할 때마다 십자가의 예수님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또 다시 무조건적인 사랑만 붙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십자가 앞에 자신의 실체를 벌거벗겨서 재확인하라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낮아지고 부셔져서 정말 예수님의 보혈 말고는 진홍 같았던 내 죄를 백설 같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는 아무 것도 없음을 확신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 특별히 회개 기도의 응답은 항상 성령 안에서 예수님을 기념하는 것으로 바로 그분의 살과 피에 동참하는 성찬식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는 마침이 종교적인 장식구가 결코 아님을 회개와 용서의 체험을 통해 실감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는 그런 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결단과 헌신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또 똑 같은 죄에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회개하며 결단하고 죄와 싸워야 합니다. 피 흘리기까지 싸워야 합니다.(히12:4) 단순히 최선을 다해 죄와 싸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죽기까지 싸우라는 것입니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을  죽이지 않고 죄도 그대로 둔 채 새 생명을 주셨으니 당연히 죽을 때까지 그 죄와 싸워 이기는 것은 구원 받은 죄인의 몫입니다. 죄에 빠지느니 차라리 생명을 포기하겠다는 각오로, 아니 그렇게 될 때까지 싸워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신자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 주권은 오직 하나님만이 갖고 계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예수의 피로 구원하신 당신의 자녀에 한해서는 어지간해선 그 권세를 독단적으로 행사하지 않으십니다. 신자와 합의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피해자인 당신께서 가해자인 죄인인 우리가 무엇에 근거하여 합의를 보자고 변론할지 두고 보십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신자들이 그 합의할 근거로 엉뚱한 것으로 변론하려 듭니다. 단지 징계가 싫고 두려워 무조건 싹싹 빌거나, 아니면 일단 잘못했다고 낮추고 들어가면 인자하신 분인지라 무엇인가 보상을 해리라 지레 기대합니다. 우리가 그분의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그분의 긍휼, 예수님의 십자가에 드러난 보혈뿐입니다. 회개했다는 것조차 용서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십자가를 근거로 하지 않는 회개도 얼마든지 많으니까 말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형편에 있든지, 설령 심각한 죄에 빠져 있더라도 하나님과 변론할 자신이 있습니까? 아니 준비라도 되어 있습니까?

2/7/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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