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빼앗기지 않은 축복?

조회 수 626 추천 수 34 2012.08.04 02:43:39
                
♣ 살전5:18(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 롬12:1-2(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이는 너희의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금년 7월 1일 주일은 ‘맥추감사주일’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감사 관련 설교를 2편 보았는데, ‘감사하자. 헌금 잘 하자.’는 것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감사=헌금(십일조)’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출석교회에서도 동일한 의미(감사헌금 강조)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본문은 위의 살전5:18절과 롬12:1-2절이었습니다. 30분간의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고, 뼈대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 ‘빼앗기지 않은 축복’ 설교 요약 > ************************

<도입 예화> :

포항에서 시무하던 어느 목사의 이야기입니다. 그 교회에서는 주일마다 거지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곤 하였답니다. 그런데 한 거지는 꼭 토요일에 와서, 선물은 받지도 않고, 십일조를 내고 돌아갔다 합니다.

목사가 물었습니다. “왜 당신은 주일 예배에 참석하지 않습니까?” 거지는 말했습니다. “나는 목욕도 못하고 빨래도 못합니다. 주일 예배에 참석하면 주위의 성도들이 불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신 것의 십분의 일은 드려야겠기에 토요일에 미리 오는 것입니다.”

몇 주 동안 오지 않던 거지가 하루는 구두를 신고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 합니다. 사정을 물으니 “구두닦이를 하게 되어 형편이 나아져 예배에도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착실한 헌금생활을 받으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겠는가!’라고 목사는 생각했답니다.

사역지를 서울로 옮긴 목사가 포항에 볼일 보러 가서 그 거지를 찾았답니다. 제화점을 차려 사장이 되었고 교회에서도 집사가 되어 아주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감사함으로 십일조 생활을 잘 한 거지를 하나님께서 축복하신 것입니다.

<설교 요지>

롬12:1-2절을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①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 24시간의 삶 전체를 말한다.
②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 : 세상은 하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③ 마음을 새롭게 하라. : 새로운 마음이 되라.

이와 같은 3가지를 잘 이행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이제 그렇다면 “하나님의 뜻”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첫 번째 본문인 갈5:18절로 갑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 ‘범사’란 ‘모든 일’입니다. 희로애락 모두가 포함됩니다. 무슨 일에든지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

이상과 같은 도입예화와 설교요지를 큰 흐름으로 읽으면 무슨 그림이 그려질까요?

【하나님의 뜻 = 범사에 감사하는 것 = 십일조(헌금) 잘 하는 것】

이것이 설교한 목사의 속뜻이었습니다.


사실 위 예화와 설교를, 그냥 넋 놓고 들으면, 무난한 내용일 수 있습니다.

잠시 예화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예화는 설교자들이 자신의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도입하는 다른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이라 여기기 십상인 듣기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예화는 fact인지 fiction인지 사실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난점입니다. 위 예화도 실제 있었던 사실이기보다 꾸며낸 허구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예화의 사실 여부 확인불가’라는 난점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예화를 말하는 이도 잘 소개해야 하고 듣는 이도 주의깊게 들어야 합니다. 견해 증명에 유리하고 듣기 좋다고 예화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예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본문으로 잡은 롬12:1-2절과 갈5:18절은, 섣불리 연결시켜 단정적으로 설교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문맥을 무시하고 문자적으로 유사한 부분만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형을 ‘짜깁기(clipboard) 설교’라 합니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떼어내서 구미에 맞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설교 형태’를 지칭합니다.

개역성경에서 “하나님의 뜻”을 검색하면 31회 검색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① 요한의 세례(눅7:30)
② 예수님의 교훈(요7:17)
③ 바울이 에베소로 돌아오는 것(행18:21)
④ 바울이 전한 복음(행20:27)
⑤ 바울이 로마 교회로 가는 것(2회)(롬1:10, 롬15:32)
⑥ 바울이 사도로 부름 받은 것(5회)(고전1:1, 고후1:1, 엡1:1, 골1:1, 딤후1:1)
⑦ 바울이 고린도 교회로 인하여 근심하는 것(3회)(고후7:9, 10, 11)
⑧ 종이 상전에게 순종하는 것(엡6:6)
⑨ 성도의 거룩함(살전4:3)
⑩ 감사(살전5:18)
⑪ 예수님의 오심(2회)(히10:7, 9)
⑫ 선을 행함으로 고난 받는 것(벧전3:17)
⑬ 육체의 고난(벧전4:2)
⑭ 고난(벧전4:19)
⑮ 양 무리를 치는 것(벤전5:2)
⑯ 구체적이지 않은 곳(4회) : 누가 친척인가?(막3:35), 포괄적 뜻(골1:9), 인내가 필요한 이유(히10:36), 세상사랑 금지(요일2:17)

정리해 놓고 보니, ⑩번째에 해당되므로, 문제없다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설교는 문맥을 완전하게 무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짜깁기 방식입니다.

롬12:1-2절의 의미를 찾으려면, 해당 구절의 앞과 뒤를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여기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은, 갈5:18절이라기보다, 롬12:3절 이후의 말씀으로 받아야 합니다! ‘우리 몸과 같은 교회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은사로써 서로 서로 봉사하며 섬기라.’는 뜻이 더 가깝지 않을까요? 이게 문맥적인 해석일 것입니다.

당연히 살전5:18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단락으로 잡더라도 살전5:12-22절의 의미는 ‘교회 안에서의 성도들 간의 행동강령’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며, ‘감사란 그 옳은 행동 중의 하나’라는 해석이 보다 사실적일 것입니다.


살핀 바와 같이, 두 곳 본문을 가지고 ‘하나님의 뜻은 범사에 감사는 것이며 이는 십일조(헌금)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해석하는 것은 올바르다 하기 어렵습니다. 두 곳 본문의 문맥적 의미를 전혀 고려치 않은 자의적인 곡해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교회재정이 풍부했으면 좋겠다는 평소 바람을 성경 말씀으로 포장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목적설교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일반성도들은 보다 면밀하고 오직 성경에만 충실한 바른 설교(해석)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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