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를 물질로 잘 섬기는 것이 복 받는 비결인양 오도할 때, 꼭 인용되는 구절이 있습니다.

먼저 왕상17:8-16입니다. 여기 보면 3년 반의 가뭄 동안에 밀가루와 기름으로 엘리야를 공궤하였던 사르밧 과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얻을 수 있는 영적인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일단 눈물겹도록 정성껏 선지자를 섬깁니다.

또 왕하4:8-16에 보면 엘리사를 극진히 섬겼던 수넴 여인이 나옵니다. 나이 많고 아들도 없는 여인이었지만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에게 사심 없는 사랑을 베풉니다. 세상적인 욕심도 없습니다. 아주 순수한 섬김과 봉사로 일관하지요. 아름답습니다.

이런 말씀을 인용할 때면 목사들은 아주 신이 납니다. 사르밧 과부와 수넴 여인처럼, 평신도는 마땅히 선지자인 목사를 섬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성경의 뒷받침이 있는 명백한 말씀이니 거리낄 것 하나 없다는 듯이 이야기 합니다. ‘목사에게 맛있는 것 사 드려라. 옷을 사 드려도 좋다. 책을 사 드리면 평신도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등등 그럴 듯한 권고들을 끊임없이 강요하곤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론 아닙니다. 현대 교회에서 목사에게 음식이나 옷이나 책 등을 사 주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례비로써 스스로가 구입해야 합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엘리야나 엘리사의 경우에는 보다 깊은 영적인 교훈들이 숨어 있습니다.

①엘리야와 엘리사는 분명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는 점입니다(왕상17:18, 왕하4:9). 두 여인은 당시 이스라엘의 수많은 제사장들과 선지자들 모두를 공궤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확실한 하나님의 사람만 정성껏 섬겼던 것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용어가 구약에서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사용되었지만(성령의 제한적/한시적 임재), 신약에 오면 모든 성도들에게 사용된다는 점(성령의 보편적 임재 ; 임마누엘)도 기억해야 할 중요한 진리입니다(딤전6:11). ‘하나님의 아들 및 자녀’로 보다 구체화되기까지 합니다(마5:9, 눅20:36, 요1:12, 롬8:14).

②두 여인의 섬김은 필연적인 성격이었다는 점입니다. 즉, 하나님의 사역의 지속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지요. 엘리야와 엘리사는 가난한 자였습니다. 만약 두 여인의 섬김이 없었다면 하나님의 사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수 있습니다.

더 솔직히 표현한다면, 이들의 섬김이 없었다면 엘리야가 굶어죽었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여인의 섬김에는 이러한 의미까지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 섬기지 않았다면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을 준비하셨겠지만 말입니다.

③두 여인은 심령이 가난하고 마음이 청결한 사람들이었습니다(마5:3-10).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모든 여인들이 엘리야와 엘리사를 알아본 것은 아닙니다). 욕심 없는 이들은 참 선지자를 알게 되어 있습니다. 숨긴 것이 들어나지 않을 것은 없습니다(눅12:2). 반드시 알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목사 중에서 엘리야나 엘리사보다 더 하나님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더욱 잘 섬기라고 요구할 수 있는 분이 있습니까? 단지 욕심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까?

아쉽게도 현대 목사들의 요구는 하나님의 사역과 아무 연관도 없고 단지 좀더 인정받고 대접받고 누리고 싶은 욕심만이 내재되어 있을 뿐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목사들을 물질로서 섬겨서는 아니 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현대의 목사가, 사르밧 과부나 수넴 여인을 예로 들어, 목사 잘 섬길 것을 요구할 때, 깨어 있는 성도라면 그 허구를 인식하여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평신도는 목사를 물질로 잘 섬기지 않아도 됩니다! 사례비를 제대로 지급만 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더 이상은 욕심이며 잘못입니다. 부가적으로 목사를 섬길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우리가 아주 솔직해진다면, 일부 개척교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자리가 잡힌 교회라면, 목사가 오히려 가난한 교인들을 섬겨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금방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목사의 사례비가 평신도의 평균 수입보다 많은 경우가 허다한 것은 물론이고, 무슨 명목으로든 목사가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회 예산항목이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 교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전용(轉用) 사례들을 성도들이 모두 안다면 그 실망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현대교회의 목사 중에는 가난하지 않은 자가 무수히 많습니다. 음식/책/옷/승용차 등을 사서 목사에게 주는 것은, 목사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타락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금해야 할 잘못된 관행입니다.

아직 미자립교회에서 시무하는 목사들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들을 빌미로, 위 두 곳의 구절을 인용하는 것은, 성경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온당한 적용이 아닙니다.

교회 내에서의 성도간의 물질적 교제는, 목사이기 때문에 평신도가 섬겨야 한다는 논리가 아닌, 가난한 성도를 위해 나눈다는 명확한 기준에 따르면 충분한 것입니다. 목사이기에  물질적 이득을 더 취해야 한다는 것은 성경에 배치되는 생각입니다. 너무나 유치한 것입니다.

물질관에 대해서도, 오직 성경의 뜻을 바르게 살핀, 바른 가르침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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