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

조회 수 1071 추천 수 66 2009.07.24 23:37:17

♣ 암8:11-14 (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보라 날이 이를지라 내가 기근을 땅에 보내리니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인간의 생명은 허무하기도 하려니와 때로는 모질기도 하다는 공상을 하다가, 문득 옛 기사 한 자락을 기억해 내었습니다.

1967년 충남 구봉광산의 125m 지하갱도에 매몰되었다가 15일 9시간 만에 구출된 양창선(당시 36세) 씨 사건입니다(잘 기억나지 않아 인터넷 신세를 좀 졌습니다). 온 국민이 애타게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극적인 구조가 이루어졌을 때의 환호는 대단했습니다. 인간의 생존능력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육체적 생존능력은 매우 취약합니다. 333이론이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개월이 한계라는 내용입니다. 결국, 다른 요소들이 없어도 최소한 수 일 내지 수 개월은 생존할 수 있으나, 호흡하지 않고는 겨우 수 분 이상 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호흡 -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가장 먼저 주신 선물입니다!(창2:7).

그런데 여기서 “생기”(하이 네샤마)는 ‘살아있는 호흡’이라는 뜻입니다. 또 “생령”(하이 네페쉬)은 ‘살아있는 영혼’이라는 뜻입니다. 이 두 단어의 신학적 의미를 살피려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가벼운 묵상 수준에서 그리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히 “생기”는 ‘육체적 호흡’으로, “생령”은 ‘영적 호흡’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작품이므로 하나님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고 하십니다. 따라서 육체적 생명을 위해 음식과 공기가 필요하듯, 영적 생명을 위해서는 말씀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모세가 증거했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너로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신8:3).  

주님께서 다시 확증하셨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마4:4).

그렇다면 영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말씀이 필요하다는 말씀은 진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은 곧 영적 생명의 근원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있어서 말씀이 곧 생명입니다. 이처럼 생사의 기준이 되는 말씀이기에, 성도들은 항상 말씀 듣기를 갈망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입니다.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의 때가 있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해 영적인 갈증을 느끼는 시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11절의 “기갈”에 해당되는 히브리어는 없습니다. 다만 문장에 비추고 또 영역본을 참조하면, “기근”(‘라아브’=굶주림=famine)과 “갈함”(‘차마’=갈증/목마름/갈망=thirst)의 의미 모두를 수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 본문이 영적 호흡을 못해 고통받는 인생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쯤은 누구라도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12-13절은, 마치 사막에서 물을 찾아 헤매듯, 말씀을 찾아 동서남북 방황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게 어느 시절을 암시하는 말씀일까요?

오늘날 주변을 살펴보면 십자가 달린 교회당은 부지기수입니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설교는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엄청난 설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설교자 스스로, 참으로 암팡지게 ‘하나님의 대언’이라며, 온갖 이야기들을 주저리주저리 주어 섬깁니다.

오늘날은 결코 하나님의 말씀이 희소해서 ‘듣지 못하는’ 시대는 아닐 것입니다.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출석교회의 설교와 영상 및 음성 방송의 설교와 심지어 인터넷 설교까지 끊임없이 듣고 있는데 심령의 갈증은 왜 줄어들지 않는지요! 영혼의 목마름은 왜 해소되지 않는지요!

누군가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말씀 홍수 속의 갈증’을 호소하는 성도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요!

오늘도, 목마른 사슴처럼(시42:1), 말씀 듣고 싶어 이리저리 방황하는 평신도들의 모습이 너무 처절해 보입니다.  
    
자제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절망감에 단지 기도드릴 뿐입니다. “오! 주님! 마라나타!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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