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불신지신을 생각하며.....

조회 수 1246 추천 수 110 2008.10.18 05:34:16

※ 유성오 집사의 “변해야 변한다”를 읽고 갓피플몰에 올렸던 독후감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로 믿는 성도들에게 있어서, 때로는 최고의 신앙덕목으로 간주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참 신앙의 심각한 장애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는, 묘한 현상이 2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것은 “하나님(성경)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또는 “성경(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다”라는 말이 인용되기만 하면, 말하는 자와 듣는 자 공히, 절대적인 신뢰를 나타내는 현상이 그것입니다.

학자들이 사용하는 신학용어 가운데 ‘사신공식’(Messenger Formular)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문자적 의미는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입니다(성경에 이 말씀이 무수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로 구약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선포)할 때, 전달자 자신의 임의적인 말이 아니라, 분명한 하나님의 명령임을 증거하기 위한 보증개념의 용어입니다.

이 말은 매우 좋은 의미만 지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무서운 함정이 숨겨져 있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 용어는 비단 하나님의 사람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대적자들까지 쉽게 그리고 빈번하게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 ‘거짓’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곳과, 하나님의 꾸지람이 기록된 곳은, 전부 ‘대적들의 사신공식 사용의 예’입니다.

오늘날에도 사신공식은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목사들은 자신의 설교가 사신공식임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듣는 성도들도 목사의 말이라면 아무 생각없이 “아멘!”으로 화답하곤 합니다(어떤 목사는 인간의 생각을 말해 놓고도 ‘아멘’을 유도하기까지 합니다). 무척 은혜로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현상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목사의 설교에 대해 성도들이 아멘으로 화답하는 모습이 권장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합니다만, 그러나 성경의 검증을 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신공식이 선포되었다 할지라도 성경의 보증이 미흡하다면 함부로 ‘아멘’을 발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사신공식 남발현상을 ‘사신공식증후군’이라 하고(대부분 목사들이 걸리는 병입니다), 무절제한 아멘 남발현상을 ‘아멘증후군’이라 부릅니다(대부분 평신도들이 걸리는 병입니다). 사신공식증후군과 아멘증후군은 중독성 측면에서 동일한 병이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것은, 아멘증후군에 걸린 성도들이 필연적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는 신앙상태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이를 불신지신(佛身之信)이라고 부릅니다(제가 만든 신조어입니다).

‘불신지신’이란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완벽하고 이상적인 믿음’이라는 뜻입니다. ‘그 훌륭하신 부처님의 사지백체 중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데, 하물며 가운데 토막이야 더 말해 뭐 하겠느냐!’는 속뜻입니다. 너무나도 지당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어느 목사님은 이와 비슷한 개념에 대해 ‘갓톡’(God Talk)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시더군요. 그 의미는 ‘내적인 감정을 숨긴 채 외적인 신앙언어(하나님, 사랑, 믿음, 용서 등등)를 남용하는 경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실천신앙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과도한 이론신앙에 발목 잡힌 현대 성도들을 경계하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가끔 믿음 좋으신 분들의 간증을 듣게 됩니다. 평신도들의 간증 중에서, 듣는 이로 하여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설득력을 지닌 것 중의 하나는, 목사를 존경하고 목사에게 절대 복종함으로써 복 받았다는 간증일 것입니다. 그분들의 신앙을 평가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행여라도 불신지신적인 면은 없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불신지신(갓톡) 신앙을 지닌 분들은 자신의 신앙에 대한 확신과 담대함이 특출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찌 보면 권장해야 할 덕목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사신공식과 불신지신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성경은 우리에게 완전히 거룩하신 하나님을 본받을 것을 명령하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이 명령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인간의 실패 또한 그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요구와 인간의 실패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완벽하게 이으신 분이 예수님이라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기독신앙의 요체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고백하는 이들이 모인 교회지만 여전히 완전치 못합니다. 잘못이 많습니다. 목사가 잘못하는 경우도 있고 평신도가 잘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먼저는 사랑으로 감싸야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다시 알려줘야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모든 교회 내의 활동을 ‘개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교회에서 교회개혁에 참여해 봤던 성도님들은 사신공식과 불신지신의 위력을 온 몸으로 체험했을 것입니다. 불가항력적인 막강위력 앞에서 처절한 좌절을 맛봤을 것입니다.

스스로 하나님의 소명을 확신하는 목사, 교회를 제법 성장시킨 실적이 있는 목사, 박사 학위도 취득하고 지적인 검증을 충분히 받았다 여기는 목사, 구변이 특출하여 남보다 말을 훨씬 잘 한다고 믿는 목사, 방언이나 치유 내지 축사의 실행을 통해 하나님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고 자신하는 목사,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하다못해 신학교 졸업장과 목사안수증이나마 내세우는 목사 등등 - 이런 분들이 강변하는 사신공식은 불가항력적이라 할 정도의 막강위력을 지닙니다. 한번 당해 보십시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실감나실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개혁에 참여하고자 하시는 분이시라면 사신공식도 힘겹지만 이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바로 불신지신입니다. 주로 담임목사를 옹호하는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 평신도 층으로 구성됩니다. 이들 불신지신 신봉자들은 목숨 걸고 담임목사를 보호합니다. 한번 당해 보십시오. 섬뜩함을 느끼실 것입니다.

사신공식과 불신지신(갓톡) - 겉보기에는 지극히 당연한 신앙모습이라 여겨집니다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극히 조심해야 할 우리 신앙의 덫(함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우리 신앙을 조명한 책이 바로 유성오 집사님의 “변해야 변한다”입니다. 특히, 하나님의 대리인임을 자임하시는 목사님들, 완벽한 신앙심을 지녔다고 확신하시는 불신지신 평신도들께, 일종의 자가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그런 책이라 하겠습니다.

통상적인 독후감이나 서평의 형식이 아닌, 소감을 쓰는 자의 평소 생각에 비추어 논평한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제3자의 간접 경험(독후감)을 통해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읽고 직접 평가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겠기에 이러한 편법을 이용해 본 것입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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