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골프와 방언 은사

조회 수 1581 추천 수 121 2007.11.24 01:32:21
                        

●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스포츠가 있습니다. 각 종목마다 특색이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은 골프가 가장 재미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우스갯말로 ‘앉아서 하는 잡기는 마작, 서서하는 운동은 골프’라는 분들도 제법 됩니다. 제 경험상 으로도 골프는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의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 그런데, 골프채를 잡아 보지 않으신 분들 중에는 ‘긴 작대기로 조그만 공을 쳐서 구멍에 넣는 게, 뭐 대단한 묘미가 있을 것이며 운동이 되겠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 저는, 감사하게도 골프에 관한 한, 대단한 특혜 누리는 직장에 근무합니다(다른 면에서는 별로입니다). 일주일에 1회는 고정적으로 라운드 할 수 있고, 욕심 부리면 2회도 가능합니다. 앞서 단상 ‘목사와 골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주말골퍼들에게는 꿈같은 일이지요.

● 약 15전 전, 이처럼 좋은 조건 속에, 주위 사람들 모두 골프를 권했습니다. 약 10년을 흘려들었습니다. 시간 뺏기지 않고 교회 봉사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으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위에서 말씀드린 골프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세웠습니다.

● 그러다 뒤늦게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진즉 배우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정말로 몰랐던 재미가 대단했습니다. 지금은 주위 사람들에게 ‘기왕 할 것이면 최대한 빨리 시작하라.’고 강권하곤 합니다. 골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그런 재미가 분명 있습니다.

● 하지만 골프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권해도 관심 없는 분들이 있고, 시작했다가 그만 두는 분들도 많습니다. ‘나는 너무너무 재미있는데, 저분들은 왜 흥미를 못 느낄까?’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운동=골프’라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만, 다른 분들도 똑같으리라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고, 나아가 각 종목마다 나름대로의 충분한 가치 지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 골프란, 아무리 재미있을지라도, 스포츠의 하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골프가 스포츠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 우리 신앙 안에도 각종 은사들이 있습니다. 성경 몇 곳에 나뉘어 기록된 은사의 종류를 종합하면 약 27-31개의 목록으로 정리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 중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은사는 무엇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물론 모두 다 하나님의 선물이므로 귀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가장 귀한(아니면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은사를 고르라면 어찌될까요?

● 성도 각자의 생각에 따라 각기 다른 은사를 택할 것입니다. 어떤 이는 사랑을(사실 가장 근접한 정답이지요), 어떤 이는 믿음을, 그리고 소망을, 또 방언을 꼽기도 할 것입니다. 성경을 벗어나지 않는 정답 범주에 포함되는 것들입니다.

● 그런데 방언 은사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분들의 주장은 자못 심각한 면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주장의 요지는 “믿는 자라면 누구나 방언 받아야 한다. 방언은 믿음의 증표이며 만약 방언 못하면 성도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대답을 궁하게 하는 것은, “방언 한 번 해 봐라. 못하는 자는 알 수 없는 영적 유익이 말할 수 없이 크다.”라는 확정적 주장입니다.

● 방언 못하는 명목신자(방언필수론자의 지론에 의한 응당 구원과 무관한 멸망 받을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 불쌍한 자칭 신자) 주제에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이분들의 주장을 대할 때마다, 몇 번 간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주시는 주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나는 너무 형편없는 존재라서 결국 하나님의 인정도 받지 못해 누구다 다 받는 방언마저 못 받는다는 자괴감에 빠지곤 합니다.

● “왜 안 주실까? 왜 안 주실까? 왜? 왜? 왜? ……” 하지만 방언필수론자들이 들려 줄 답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바른 믿음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령 안에 있다면 결코 안 주실 리가 없다. 고로 당신은 자신의 믿음을 심각히 되짚어야 한다.”  

● 방언 받지 못해 이러한 자문자답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성도들의 쓰라린 속을 주님도 나무라실는지요! 천국 문을 닫고 못 들어오게 하실는지요!

● 자기 신앙의 진정성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다가, 주님은 다른 방식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 주셨습니다. 바로 골프와의 비교입니다.


● 현재 저는 골프예찬론자입니다. 그러나 결코 다른 스포츠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습니다. 특정인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어떤 종목을 좋아하든 하등의 시비꺼리가 아님을 압니다. 아울러 혹자가 특정 종목을 못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 만약 제가 방언예찬론자라면, 다른 은사들을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성도가 특정은사(이글에서는 당연히 방언) 못해도 나무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 ‘달리기’라는 이론을 내세워, 모든 은사의 기본은 ‘방언’이라는 주장도 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달리기가 기본일지라도, 달리기 못해도 잘 할 수 있는 종목은 수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 이쯤에서 골프에 대해 내렸던 나름대로의 정의를 다시 인용하겠습니다. “골프란, 아무리 재미있을지라도, 스포츠의 하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골프가 스포츠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 이를 방언에 적용하여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방언이란, 아무리 신령할지라도, 은사의 하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방언이 은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 비록 골프에 숨겨진 재미가 있고 방언에 신령한 효능이 있다 할지라도, 방언은 은사의 하나요 골프는 운동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운동과 은사는 다양합니다. 한 사람이 모든 종목의 운동에 만능일 수 없듯, 성도도 모든 종류의 은사를 받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 『모든 성도는 반드시 방언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든 운동선수는 반드시 골프해야 한다.』는 억지와 동일한 맥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저는 방언필수론자들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방언이 모든 은사 중의 최고의 자리(기본은사)를 차지해서는 곤란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이해를 지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

김유상

2007.12.11 22:17:22
*.170.40.25

형제님께서 골프예찬론자신줄 몰랐군요. 골프를 들어 방언을 얘기하시는 지혜에 감탄을 보냅니다. 그런데 전 기도할 때엔 방언을 해본 적이 없으나 골프와 테니스를 할 때면 자주 방언을 합니다. @#$%%*ㅋㅌㅍㅉㅆㄲ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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